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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긴급재난지원금 백만 원을 기부하다.
 충청남도 긴급재난지원금 백만 원을 기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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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남도 긴급재난지원금 백만 원을 동사무소에 기부했다.

돈을 기부한 나는 연봉 4천만 원 정도의 평범한 외벌이 직장인이자 세쌍둥이 아빠이다. 남들과 마찬가지로 아파트 융자금 갚기에 바빠 통장에 돈이 모아질 새가 없다. 마이너스 통장까지 써가며 이자를 막기 바쁘다. 아마도 대부분의 평범한 아빠들의 일상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적지만, 적어도 나에겐 큰돈인 이 돈을 기부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이렇게 큰돈을 기부한 것일까.

나는 일 년에 한번 '지름신'이 오는 나를 위해 백만 원 정도를 사용한다. 게임용 컴퓨터를 사거나, 갖고 싶은 IT 기기를 구매한다. 구두쇠처럼 생활하지만 그 정도도 쓰지 않으면 갑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십 평생 살면서 느낀 것은 사고 싶은 것을 사도 기쁨은 오래가지 않으며, 이내 사용하지도 않은 물건이 작은 집을 차지하며 나를 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린이가 새로 산 장난감에 질리듯 말이다. (어린이와 어른의 차이는 무엇인가?)

그래서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인 나는 가끔 기부한 것에 대해 미친듯이 후회한다. 그 돈을 기부한 나를 믿을 수 없었다. '어디서 공돈 백만 원만 생기면 참 좋을 텐데'하며 무의식적으로 되뇌던 나였기에 더욱 그랬다. 그 돈 백만 원이면 차라리 내 아이들이나 부모님에게 썼어야 했는데 하며.

그러다가도 마음이 잠잠해지면 이상하게도 따뜻함이 흘러나온다. 그냥 기뻤다가 후회했다가에 반복이다.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이렇게 적응이 안 되나 보다. 그러던 중 정부가 최대 백만 원(4인 가구 기준) 이상의 돈을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준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로 별 피해를 보지 않은 사람인데' 생각하며 동사무소에다 기부까지 했는데 재난 지원금을 돌려받는 꼴이 되었다.

언젠가 신문에서 본 스웨덴 부부가 생각난다. 나랏돈을 공공의 돈으로 여기고 코로나로 인한 의료시설도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양보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조금 놀랐다. 그들이 복지국가에서 사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았다.

기부 후 나는 이상한 착각이 들 때가 있다. 나의 노후나 사고를 대비해 보험 등으로 꽁꽁 싸매도 해결하지 못한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허함이 사라졌다. 나로 인해 누군가의 불안감이 해소되어서 그런 것일까? 내가 그렇게나 바라던 스웨덴 같은 복지국가에 이민 가지 않아도 마치 복지국가에서 사는 착각을 주는, 그것은 착각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헷갈린다. 어차피 착각 속에서 사는 인생 내가 정한 착각 속에 사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복지사회'라는 것은 '개인의 선택'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이미 복지사회인 스웨덴 같은 곳에서 살던,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 사회에서 살든 상관 없는 것일지도.

태그:#코로나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반납, #복지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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