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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일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한 시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 비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의 신학기 개학일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한 시내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이 비어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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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정은 맞벌이 부부에 올해 여덟 살인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초등학교 1학년 입학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2일 생애 첫 학교 입학을 하려고 새 가방도 사두었다. 반 배정도 받았다.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던 입학날은 코로나19 때문에 3월 9일, 3월 23일 그리고 4월 6일로 연기를 거듭해왔다. 4월 6일에는 개학과 입학이 가능할까? 개학이 또 미뤄질 거라는 언론 전망이 나오자 우리집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는 대한민국과 전세계 모든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다. 우리 가정도 예외가 아니다. 아들의 입학과 개학이 거듭 연기되면서 온 가족이 돌봄전략에 동원돼 피로도가 쌓여가고 있다. 워킹맘인 나는 돌봄전략을 주 단위로 짜는 책임자다. 다음은 내가 짠 전략 개요다.

코로나19 우리 아이 돌봄 공백 최소화 전략

1. 주중에 아이를 돌볼 주 담당자를 정한다. 할머니 주3일 근무, 외할머니 주1일 근무, 엄마 주1일 근무(아빠는 주말 근무).

2.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사람이 종일 돌봄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을 잘게 쪼개 전략을 짠다. 오전 9-11시는 시간제 놀이 선생님과 함께 돌보도록 한다.

3. 주3일 근무자인 할머니에게 일이 몰리는 것을 감안해 주 1일 오후는 친구 집으로 보내고 또 다른 하루의 오후는 수업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학생 수가 많지 않아 안전하게 보이는 미술학원에 보낸다.

4. 엄마가 돌봄을 담당하는 날은 무조건 야외로 나가고 특별한 이벤트를 만들어서 질적 만족도를 극대화 한다. 서울숲 자전거타기 등을 한다. 엄마의 체력이 관건이다.

5. 주말은 아빠와 보낸다. 엄마와 두 할머니는 주중을 위해 주말에 체력 충전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전략 짜기와 연락 담당은 결국 엄마가 한다. 그것에 에너지를 쓰는 비가시적 노동이 실제 돌봄 이상으로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다음 주엔 누구네 집에 보내야 하나, 할머니들 건강은 무사해야 할텐데 등등 신경쓰고 걱정해야 할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할머니와 워킹맘의 희생에 기대는 돌봄

그나마 내가 이것을 감당할 수 있는 데는 두 가지 행운이 있어서다. 가장 큰 행운은 친할머니, 외할머니가 돌봄을 함께 해준다는 점이다. 1주일에 4일을 두 분이 책임지니 정말로 큰 힘이 된다. 두 할머니 없이 맞벌이 가정의 아이 돌봄은 불가능하다.

다음 행운은 우리 회사가 유연 근무를 권장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일주일에 하루는 엄마가 회사에 안 나가고 유연 근무를 하기 때문에 돌봄을 할 수가 있다. 오전에는 아이 돌봄을 하고 오후에는 유연근무를 한다. 이런 날은 아침 일찍 아이와 친구를 데리고 서울숲에 가 자전거를 타며 놀이터 투어를 한다. 점심을 함께 먹은 후 오후에는 내 업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 아이를 친구집에 맡겨 놓는다.

그런데 이런 날마다 느끼는 것인데 일하기도 전에 내 체력이 너덜너덜 방전되었음을 느낀다. 4월 6일이 개학이라는데 다음 주만 버티면 되는 것인가? 나는 매 주말 일주일 단위로 돌봄 계획표를 짜면서 의문이 든다. 각자도생의 돌봄노동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워킹맘이 개학이 거듭 미뤄지면서 가장 걱정하는 건 연세가 많은 친할머니, 외할머니의 건강이다. 코로나19 상황이 우리 사회의 '맘고리즘'(끝날 줄 모르는 한국 여성의 육아굴레를 일컫는 신조어)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안타깝다. 그 맘고리즘이 우리 집 안에서,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에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슬픈 일이다.    

그런데 우리 집처럼 아이 돌봄에서 양가 어머니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어쩌면 '복에 겨운' 상황이다. 상당수 엄마들은 친할머니, 외할머니, 남편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아이를 돌봐야 한다. 돌봄공백을 메우지 못해 가정이 무너져 내린 경우도 있다고 한다.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진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다시 묻는다. 대한민국의 할머니들과 워킹맘의 희생에 의존하지 않는 돌봄문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오늘 아침 아들에게 물어봤다.

"4월 6일에 학교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바이러스가 아직은 위험해서 더 미루게 될 거 같은데 어때?"

아들은 어깨가 한 번 늘어졌다가 기운을 내 말한다.

"괜찮아. 할머니랑 공부도 하고 친구들하고 자전거도 타니까."

다행이다. 그렇게 생각해줘서, 아니 말이라도 그렇게 해줘서.

언론은 4월 6일 개학이 다시 연기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정말? 그런데 사실 개학을 안 해도 걱정이고 해도 걱정이다. 안 하면 돌봄이, 하면 코로나19가 퍼질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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