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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5일차, 2월 21일 파업투쟁 이야기를 통해 이들의 삶과 직접고용 투쟁 과정을 두 차례에 걸쳐 독자들과 나누고자 한다.[편집자말]
 파업투쟁 15일차 다 함께 율동을 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파업투쟁 15일차 다 함께 율동을 하고 있는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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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의 직접고용 투쟁이야기 ①] 용역회사 사장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http://omn.kr/1ms68 에서 이어집니다. 

"저희도 세상이 주는 대로 받고 세상이 하는 대로 일을 하면서 살아왔지만, 이제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나이 불문하고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불문하고 투쟁에 충실했으면 좋겠습니다."

조경 업무를 하는 곽민석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곽씨는 올해 서른다섯 살로 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중 막내 그룹에 속한다. 그는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서 휴대폰 수리 업무를 하다가 3년 전 한국가스공사 용역회사 소속으로 근무를 시작했다. 일을 배우면서 조경 자격증도 땄다.

"거기(삼성전자 서비스센터)는 대한민국 모든 갑질의 최고봉이에요. 진짜 내로라하는 갑질들은 다 있는 곳이에요.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못 버티겠더라고요. 우울증이 오고 사람도 싫어지고."

으리으리한 한국가스공사 건물을 처음 보고 가졌던 기대감이 깨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살, 6살 아이를 키우는 곽씨는 한국가스공사에서 일하면서 마이너스 생활을 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전 직장에서는 건당 받아 가는 수수료 차이라도 있었는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는 몇 년을 일하든 급여가 늘 신입직원과 같았다. 호봉이나 근속 수당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곽씨는 한국가스공사 만 4천 평 되는 공간에 있는 나무와 풀, 꽃을 관리한다. 계절에 맞게 비료와 물을 주고, 가지치기와 월동작업을 한다. 건물 안과 테라스, 숙소동에 있는 나무와 화분 관리도 그의 몫이다. 연못 관리와 연못에 사는 물고기 배설물 치우기도 곽씨가 하는 일 중 하나다. 이 넓은 곳의 조경 업무를 용역회사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 3명이 다 하고 있다. 그는 이 일을 '정규직 3명에게 하라고 했으면 난리가 났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기존에 용역을 주던 전정 업무를 지난해부터 세 명의 비정규직 조경 근무자에게 하라고 했다.

"건너편 소나무 밑에 보면 나무가 일자로 되어있죠? 전기톱으로 그렇게 깨끗하게 자르는 걸 '전정'이라고 해요. 제가 그 전정을 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쳤어요. 산재신청 하고 심사를 기다리는 중이에요. 우리는 용역이고 비정규직이니까 그런 일을 시키는 거예요. 시켜도 아무 말 못 하니까. 그래서 정규직 꼭 돼야 해요."

곽민석씨가 한국가스공사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물건 취급당하는 거였다. 정규직 노동자들은 조경 노동자들에게 약으로 쓰는 나무 열매를 따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술 담가서 그걸 로비하는 데 쓰더라고요. 처음에는 씻어서 주다가 재작년에는 그냥 따서 줬어요. 노조가 생겨도 따 달라 그래요. 안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면 다르게 화살이 돌아오겠죠. 헬스장도 있는데 잘 안 가요. 운동하다 보면 무시하는 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왜 왔니' 그런 시선으로 쳐다보니까."

곽씨가 정규직이 되면 그 일은 누가 하게 될까, 정규직이 돼도 나무 열매 따는 일을 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청년이 없는데 무슨 청년 일자리?
  

사람을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것보다 더 비참한 것은 사람을 유령 취급 하는 거였다.

"우리 도움이 필요할 때만 우리를 사람으로 보는 거예요. 그렇지 않을 때는 그냥 지나가요. 자기가 가는데 앞에 장애물이 있는 것 마냥 피해 가는 거죠. 그게 더 비참해요."

2017년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나왔을 때, 곽씨는 정규직이 바로 되는 줄 알았다고 했다.

"세상이 쉽지가 않더라고요. 자회사가 용역보다 안 좋다는 건 먼저 자회사 간 다른 공기업들에서 다 판단이 됐잖아요. 먼저 자회사 간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데 우리가 굳이 거기에 갈 필요가 있을까요? 청년선호 일자리요? 청년이 있어야 청년 일자리지, 청년이 없는데 무슨 청년 일자리예요? 지금 청년들 뭐 하고 있어요? 스펙 쌓으려고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가스공사 시설파트 용역회사 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홍종표 지부장(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은 지원서가 여름 휴가철에는 안 들어오고, 명절 전이나 불경기 문제가 이슈화될 때는 많이 들어온다고 했다. 그럴 때는 이른바 '스펙 좋은 사람'들이 지원을 많이 한다.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 이전과 이후 전혀 차이가 없는 현상이다. 스펙이 좋은 청년들은 이곳을 잠시 머무르다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모집 공고를 내면 우리쪽 하고 아무 관련 없는 사람들이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60% 이상은 다 의미가 없어요. 두 단계 필터링해서 면접을 보는데 적격자가 없어서 다시 공고를 내기도 하고, 두 번 면접을 본 적도 있어요. 어떨 때는 지원자가 아예 없고, 또 어떨 때는 왕창 들어와요. 면접 통보를 하면 서류 합격자 중 반 이상이 오지 않아요. 

4년제 대학 나오고 각종 자격증을 다 딴 사람이라 면접을 보면 일을 안 해 본 손이에요. 그래도 우리는 같이 일을 하자 해서 채용을 했는데, 지속해서 다른 곳 응시하다가 되니까 가더라고요. 그건 우릴 이용하는 거밖에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도 조직인데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 하면 힘들어요."

정규직의 집 수리까지...
 
홍 지부장에게 한국가스공사의 비정규직에 대한 갑질과 차별 사례를 묻자 책 두세 권은 쓸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시켰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인데 갑자기 정규직이 차에 태우더라고요. 가고 보니 가스공사 직원의 집도 아니고, 직원이 세놓은 집이었어요. 물이 새니까 집수리를 하라고 데리고 간 거더라고요. 십여 년 전 일이에요. 이런 일이 수도 없이 벌어졌어요."
  
홍종표 지부장이 한국가스공사에서 23년 동안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제일 스트레스 받은 것은 '책임 전가'라고 했다.

"보통 저희는 담당 과장이나 대리한테 업무지시를 받아요. 일을 다 해놨는데, 갑자기 가스공사 부장이 지시를 변경해요. 자기들끼리(정규직끼리)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건데 화살은 저희한테 와요. 쌍욕을 들은 적도 있어요. 자기 직원들한테는 사업 평가를 받고 진급해야 하니까 못 하고 그 스트레스를 우리한테 푸는 거죠."

홍 지부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에 대한 평가가 가스공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정규직의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이들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돈이나 빼먹으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거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반론을 제기해도 통하지 않아요. 본사 건물을 지을 때 대구에 미리 내려와 일한 적이 있었어요. 할 일이 많다 보니 보통 새벽 한두 시에 들어가고, 주말에도 나와 일을 해야 했죠. 당시에는 고생했다며 나중에 완공되면 표창장을 주겠다고 하더니, 새로 온 한국가스공사 측 담당 부장이 '평일 낮에 할 수 있는 일인데, 일부러 돈 더 받으려고 밤에 하고 휴일에 한다' 이런 식으로 매도해버렸어요."
  
현재 한국가스공사에서 시설과 미화, 전산, 특수경비 업무 등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갑질과 차별의 시간을 견디며 회사를 일구어 온 사람들이다. 궂은일,  모진 일 마다하지 않고 한국가스공사를 위해 성실하게 묵묵히 일해 온 사람들이다. 시설과 전산 쪽에는 경기도 성남 시절부터 가스공사에서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 입사한 노동자들은 선배들의 업무 노하우를 존중하고 하나하나 배우면서 일을 하고 있다. 홍 지부장은 이렇게 한국가스공사를 위해 묵묵히 일해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 전환하라는 게 공공부문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의 취지 아니겠냐고 했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 측은 사장실 점거 당시 사장을 만나러 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부인', '불법' 운운하며 나가라고 했다. 변호사를 대동해 퇴거요구을 요구하기도 했다.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 그것이 공정
 
 한국가스공사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한국가스공사 앞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걸어놓은 현수막
ⓒ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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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국가스공사는 정년을 60세로 단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는 일을 '청년선호 일자리'라며 공개경쟁채용을 하겠다고 했다. 이에 홍 지부장은 청년이 기피하던 비정규직 일자리를 어느 날 정규직 일자리로 만들어 공개경쟁채용 하겠다는 게, 1인당 5천 평에 가까운 조경 업무를 하다가 산재까지 당한 노동자를 내쫓는 게 공정한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규직 전환을 두고 시험도 안 치고 팔자를 고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까? 기사에 그런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정규직 전환을 불공정인 양 포장해서 반대하고 있는데 '시험 쳐서 들어와라'라고 하는 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취지하고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정규직 '채용'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에요.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온 비정규직들의 노동에 대해 공정한 처우를 해주고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꾸어 주라는 거잖아요. 그게 공정 아닌가요?"

홍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이 총 예산제 하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가스공사 기존 정규직들의 이익을 빼앗아 가는 것도 아니고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저희는 처음부터 별도 직군, 별도 임금을 주장했어요. 우리가 하던 일 그대로 하고 우리가 받던 임금 그대로 받겠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그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용역사에서 가져가던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용역회사 거치지 않고 우리가 바로 받겠다. 직접고용으로 신분이 바뀐다고 해서 가스공사 정규직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가스공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업무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가 않습니다. 비정규직 업무는 시설, 미화, 전산, 특수경비 등 이렇게 구분이 되죠. 서로 이해관계 충돌도 없습니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가 요구하는 별도 직군·별도 임금안에 따르면, 이들은 진짜 정규직이 아니라 이른바 '무늬만 정규직' 또는 '중규직'이라 불리는 고용안정만 보장된 '무기계약직'이다. 
   
이 안이 지나치게 양보한 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묻자 홍종표 지부장은 노동운동 내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소극적인 직접고용 안조차 한국가스공사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도 않으면서 반대를 하고 있다. 또 관련된 자료를 달라고 해도 주지 않고, 자회사 전환만을 주장하며 시간 끌기를 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투쟁, 너와 나 우리 함께 가지요
 
 2월 21일 오후 2시 퇴근한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2월 21일 오후 2시 퇴근한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을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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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석씨는 정부에서 발표한 지침을 이행하라고 시작한 파업이 길어지면서 경제적인 문제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2월 21일에 파업을 시작해 벌써 15일 차에 들어섰어요. 와이프도 걱정을 많이 해요. 그런데 걱정만 하면 세상이 안 바뀌잖아요. 내가 열심히 해서 뭐라도 바꾸면 우리 아이들한테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지금은 괜찮아요. 내가 자랑스럽고, 힘들어도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런 걱정 저런 걱정 하면 아무도 할 사람 없잖아요. 그래서 제가 하는 거예요."

그는 다른 사기업들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상황이 더 안 좋을 거라고 했다. '공공기관이 먼저 차별을 없애야 다른 곳도 바뀌고 세상도 바뀌지 않겠냐'고 했다. 
 
우리는 가지요 / 그렇게 가지요 / 너와 나 우리 함께 가지요
새벽별 쓰라린 가슴 안고 / 그렇게 우린 걸어가지요
맑은 빛 어둠 속에 사라져 / 진실이 외로움에 흔들릴 때
내 어깨 잡아주던 그대 손 / 당신은 나의 사람입니다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한국가스공사 건물을 바라보며 노래 '가지요'에 맞춰 다 함께 흥겹고 신나는 율동을 하고, '파업가'를 부르며 2월 21일, 15일 차 파업출정식을 마무리했다.

잠시 쉬었다가 조별로 토론을 시작했다.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투쟁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았다. 따스한 햇살이 봄을 알리고 있건만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투쟁 여건은 녹록지 않다. 코로나19 문제로 2월 20일 대구 시내에서 하기로 했던 집회가 취소되었고, 2월 27일로 예정되었던 공공운수노조 집회가 취소되는 등 연대를 모으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파업투쟁을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염려됐다.
  
이에 개인 차량에 현수막을 부착해 시위하거나 1인용 텐트를 가져와서 시위하자는 의견부터 채희봉 사장 집 앞에서 일인시위를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지금 상황이 이슈화하기도 어렵고, 자칫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니 일단 현장 복귀를 했다가 다시 파업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직접고용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자, 가스공사가 충분히 할 수 있는 걸 안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끝장을 봐야 한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누군가 서로 위로하면서 가는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한다. 쟁의권이 없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들은 선전전 말고 율동을 배워 함께 하는 등 다양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 명 한 명 마음을 모아 투쟁을 결의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부 지침 대로만
 
 현장 복귀에 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현장복귀 결정을 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현장 복귀에 관한 치열한 토론을 통해 현장복귀 결정을 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들
ⓒ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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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없는 직접고용 가스공사 결단하라!"
"비정규직 탄압하는 가스공사 규탄한다!"
"또다시 비정규직 자회사를 반대한다!"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이다 직접고용 쟁취하자!"


조별 토론을 마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심 선전전을 시작할 무렵, 정규직 노동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한국가스공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금요일 오후 2시에 조기퇴근을 한다.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한 배려다. 이들을 위해 한국가스공사는 서울-대구를 왕복하는 버스 3대를 운행하고 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배낭과 여행용 가방을 끌고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앞을 무심한 표정으로 지나갔다.

텅 빈 셔틀버스가 출발하고,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피켓과 현수막을 접는다. 정규직이 모두 떠나버렸지만, 쟁의권이 없거나 조합에 가입하지 않아 파업에 참여하지 못한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한국가스공사 건물 안에서 일하고 있다.

2월 23일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렸지만, 한국가스공사는 여전히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감염을 막기 위해 화장실에서 손 씻는 것조차 하지 못하게 막았다. 결국 파업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치열한 논의와 고민 끝에 20일간의 투쟁을 중단하고, 2월 27일 현장 복귀를 결정했다.

코로나19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 함께 투쟁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한 결정이었다. 현장 복귀를 하자마자 한국가스공사는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한 재택근무 지침을 내렸다.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국가스공사는 2월 24일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경영 안정을 위해 200억 원의 '상생펀드 특별 지원'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 날에는 지역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2억 3천만 원 상당의 마스크와 살균소독제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관련된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계속 홍보하고 있다. 그 자체는 의미 있는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온정의' 마음이 왜 같은 건물 안에서 수십 년 동안 한국가스공사 업무를 함께 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향하지 못하는지 씁쓸하다. 현재 한국가스공사 안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마스크 한 장, 손 소독제 하나 지급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대해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각을 들어볼까 하다가 말았다.

"그런 예우는 바라지는 않아요. 마스크 안 줘도 상관없어요. 우리가 바라는 건 직접고용이에요."

어디선가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박현숙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대로 한국가스공사 모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일하던 그 자리에서 직접고용하고 원래 정년대로 일하게 해달라고.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중언론 참세상>에 중복 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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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르뽀작업자. 노동자들의 삶과 투쟁에 관한 기록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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