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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무 살이 됐다. 내 스무 살 이야기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1월 1일, 보신각 타종 행사를 보며, 나의 스무 살은 시작됐다. 

솔직히 허무했다. 1월 1일 새벽부터 쉴 새 없이 놀다가 어느덧 저녁이 되어, 지는 해를 바라보니 처량했다. 가장 행복했어야 할 10대 시절을 조금 더 흥청망청 놀지 못한 나 자신이 안타까웠다. 뒤돌아보면 나의 10대는 다른 사람을 동경만 하다가 끝났다. 동경에서 멈추지 말고, 도전을 했어야 했다. 남의 계획에 의해 살고, 남의 삶을 우러러보며 10년을 허비했다. 

<보이후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같은 영화들이 내 머릿속을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보이후드>는 여섯살의 소년이 대학생이 될 때까지의 과정을 12년 동안 찍은 작품이다. 주인공 메이슨은 마냥 평탄하고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그래도 삶의 여유나 아름다움을 포착한 장면과 대사들에서 메이슨의 10대는 정말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한 여름, 17살 소년의 찬란한 첫사랑을 다룬 영화다. 

비록 삶의 순간들을 최대한 이상적으로 각색한 픽션이지만, 나도 그 이야기들에 감화됐다. 계획 없이, 한순간의 유혹에 따라가는 인생관도 행복해 보였다. 

유학이 목표인 나는 쉴 틈도 없이 올해 우선 입대를 할 계획이다. 부모님은 어딜 가든 상관 없으니,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부대로 가라고 하셨다.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다른 사람의 계획을 따라가고 있다. 물론 유학을 위해서는 우선 군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래도, 20대를 입대로 시작하는 건 여전히 비극으로 느껴진다. 

과거는 기억이 흐릿해짐과 동시에 미화되는 경향이 있다. 분명 나의 청소년기는 불행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힘들었던 순간까지도 의미 있는 추억으로 승화되는 것이 싫다. 그럼 결국 현재에서 도망치고, 사실과는 거리가 멀어진 과거에 매달리게 된다. 10대를 공부만 하고, 20대의 시작을 군대와 함께 끊은 걸 수년이 지나서 동경하고 싶지 않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자유롭게, 약간씩 계획에 어긋나게 살려고 한다. 계획대로 살면 결과를 미리 예상할 수 있게 된다. 계획에서 벗어나거나, 무계획으로 살면,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경험, 광경, 사람들과 마주할 수 있다. 

그나마 나의 스무 살, 나의 20대는 아직 첫 걸음만을 뗐다는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다. '영원한 청춘' 윤동주 시인은 별을 다 못 세어도 아직 내일 밤이 남았고, 청춘이 다하지 않은 점에서 여유를 찾았다. 사색도 하고, 멍도 때리며 내가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고민해보려고 한다. 

곧 봄이다. 아직 겨울이지만 봄 날씨가 일찍 찾아왔다. 내 20대에도 봄이 일찍 찾아왔다는 계시라고 받아들이고,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미리 찾아야겠다. 진짜 봄이 찾아왔을 때, 나는 벚꽃을 보며 웃을 수 있기를 소망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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