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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달리다가 한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가슴에 담으며 답답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바다와 맞닿은 아름다운 길을 천천히 달리다가 한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가슴에 담으며 답답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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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길로 난 창문을 통해 내려다본 거리는 한낮인데도 조용하다. 마스크를 쓴 사람이 간혹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사는 곳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을 염려해 바깥활동을 줄이고 있는 듯하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일찍 꽃망울을 연 매화나 동백꽃을 보러 떠났을 나도 하릴없이 집에서 텅빈 거리를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문득문득 갑갑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라도 한 바퀴 돌아보고 올 참이다.

통영 가는 국도를 잠시 달리다가 진동 창포마을로 꺾어 들어가면 '한국의 아름다운 길'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보이고 바닷길이 시작된다. 이 길은 2006년 건설교통부에서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됐다. 정말 아름다운 길은 동진교를 지나면서부터다.

다리에서 내려서면 그야말로 도로와 바다가 맞닿은 길이 나온다. 여기를 지날 때마다 몇 번 들른 적이 있는 강릉 헌화로가 떠오른다. 헌화로는 강릉 금진항에서 심곡항에 이르는 우리나라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다. 그 길을 걸으며 느꼈던 아름다움을 창포바닷길에서 똑같이 느낀다.
 
 창포 바닷길에서 잔잔한 바다에 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는 사람과 길다란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난다. 망망대해 거칠 것 없는 바다와는 또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창포 바닷길에서 잔잔한 바다에 배를 띄우고 고기를 잡는 사람과 길다란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난다. 망망대해 거칠 것 없는 바다와는 또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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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잠시 바닷가에 서서 그림처럼 잔잔한 바다에 갑갑했던 마음을 얼마간 내려놓는다. 눈앞에 작은 배가 떠있다. 뱃전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는 어부도 보인다. 늘 길다란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세월을 낚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망망대해 거칠 것없는 바다와는 다르게 오밀조밀,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바다다.

바닷가에는 단골 찻집이 있다. 이젠 내 지정석이나 다름없는 구석 창가 자리에 앉아 예쁜 바다와 간간이 오가는 배들, 그리고 올망졸망 작은 물새떼를 보며 글을 쓰기도 하고 생각을 키우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은 덩그러니 주인장의 차만 서 있는 찻집을 그냥 지나친다. 대신 곁에 있는 근린공원의 데크길을 천천히 걸으며 초록색 잎 사이로 수줍게 얼굴을 드러낸 붉은 동백꽃을 마주한다. 아무래도 그냥 돌아오기 섭섭해 커피 때문에 몇번 들른 적이 있는 근처 또다른 찻집으로 갔다. 야외 테라스가 있는 집이다.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찻집 입구에 매화가 꽃잎을 활짝 열었다. 모처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매화를 마주했다.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을 마신 찻집 입구에 매화가 꽃잎을 활짝 열었다. 모처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매화를 마주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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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서 있는 매화나무에 꽃이 활짝 피었다. '봄이 곁에 와 있구나.' 마치 세월을 잊고 있다가 화들짝 깨어난 것처럼 놀랍고 반가웠다.  파나마 게이샤 한 잔을 주문했다.

몇 년 전 강릉에 갔다가 우리나라 핸드드립 커피의 1세대인 박이추 장인이 직접 내려주는 파나마 게이샤를 맛보았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왜 신이 내린 커피라고들 하는지 알 것 같았다. 그때의 맛과 얼추 비슷한 커피를 마시고 화사하게 피어난 매화를 보며 남은 갑갑함을 온전히 풀어놓았다.

이곳은 임진왜란 당시인 1592년 6월 2일 이순신 장군이 창포독안 해안에서 왜선 26척을 물리치며 당항포해전을 승리로 이끈 역사적 발자취와 얼이 새겨진 곳이다.  담정 김려(1766-1821)가 1803년 우리나라 최초의 어보(漁譜) '우해이어보'를 지은 곳이기도 하다. 담정은 진해현에서 유배생활을 했으나 우해는 좁게는 진동면 고현 앞바다를 의미하고 넓게는 진동만과 창포만, 진해만을 아우른다. 이 길에는 수국이 아름다운 소담수목원이 있고 바다전망이 좋은 예쁜 찻집들이 많다.

 
 바닷가에 작은 근린공원이 있다. 토종 홑동백꽃이 붉게 피어있는 데크길을 거닐고 볕바라기를 하며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바닷가에 작은 근린공원이 있다. 토종 홑동백꽃이 붉게 피어있는 데크길을 거닐고 볕바라기를 하며 잠깐의 여유를 즐긴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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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진교 근처, 도로 아래쪽에 자리잡은 찻집에서 바라본 바다. 이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곳으로 가끔 유명인들의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이 길에는 예쁘고 전망이 좋은 찻집들이 많다.
 동진교 근처, 도로 아래쪽에 자리잡은 찻집에서 바라본 바다. 이 지역에서는 꽤 알려진 곳으로 가끔 유명인들의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이 길에는 예쁘고 전망이 좋은 찻집들이 많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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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나를 살아있게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풍광과 객창감을 글로 풀어낼 때 나는 행복하다. 꽃잎에 매달린 이슬 한 방울, 삽상한 가을바람 한 자락, 허리를 굽혀야 보이는 한 송이 들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날마다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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