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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한 안철수 전 의원이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바른미래당에 남아있는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바른미래당 측에 자신들을 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했던 국민의당 비례대표 의원들의 제명을 거부하던 입장과는 대비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 두 당 홈페이지에 이름 올린 이상한 의원 3인?)

지난 29일 안철수 전 의원은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손학규 대표와의 갈등 끝에 창업주인 안철수 전 의원이 당을 떠난 것이다. 안 전 의원은 4년 전에도 자신이 창업주였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뒤 국민의당을 만든 바 있다. 안 의원이 새롭게 정당을 만든다면 새정치연합 창당, 국민의당 창당, 바른미래당 창당에 이은 네 번째 창당이다.

이어서 30일 안철수계인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은 "비극적 결말의 원인은 손학규 대표에게 있고, 매우 유감을 표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이 권한대행은 "국민의당 시절에 손 대표는 아무 역할을 한 것이 없고, 호남 중진들이나 모든 당선된 분들이 안 전 대표 때문에 당선됐다고 생각한다. 안 전대표의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세력들이 함께 하겠다는 데 제명해주는게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신용현 의원도 "국민의 당 당시 비례대표 의원을 뽑아주셨던 국민 민의가 이번 총선을 통해 다시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의원들의 길을 열어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측이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안철수계 지역구 의원 권은희뿐....현실적 어려움에 비례대표 제명 요구

현재 바른미래당 내 안철수계 의원은 모두 7명으로, 권은희 의원(광주 광산을)만 지역구 의원이고 이동섭 권한대행을 비롯한 나머지 6명의 의원은 모두 비례대표 의원이다. 현행 법제상 비례대표 의원은 당적을 옮기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단, 정당의 제명에 의해 당적을 잃게 되는 경우에는 당을 나가더라도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다. 의원직을 유지하면서 안철수 전 의원과 행동을 함께하기 위해 안철수계 의원들이 본인의 제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는 이동섭  바른미래당 이동섭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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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바른미래당에서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을 제명해주지 않는다면, 안철수 신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은 권은희 의원뿐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 총선 투표용지에서 안철수 신당은 10번대로 밀리게 된다. 선거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힐 확률이 높다. 선거 제도의 변경으로 군소 정당이 난립하게 된 상황에서 힘든 선거를 치르게 된다.

안철수계의 바람과는 달리,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 측이 순순히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놓아줄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바른미래당의 현재 의석은 20석으로, 간신히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충족하고 있는 상황이다. 갈등을 빚고 떠난 안 전 의원을 위해서 의원들을 자유롭게 풀어줄 이유가 없다.

또한 이런 안철수계의 요구는 과거 자신들이 합당 과정에서 합당 반대파 국회의원들을 제명하지 않은 것과 모순되는 행보다. 민주당과 보수당 사이에서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새정치의 열망과는 달리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태도로 읽힐 수 있다.

지금은 창업주가 모두 떠났지만, 바른미래당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으로 만들어진 당이었다. 2018년 안철수 대표와 유승민 대표가 중심이 되어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을 진행시켰을 때, 국민의당 의원 중 박지원, 유성엽 의원을 비롯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의원들은 통합에 극렬히 반대했다.

그러나 안철수 대표는 통합 행보를 멈추지 않았고 안철수계는 이를 따랐다. 반대하던 국민의당 소속 호남 지역구 국회의원 14인은 민주평화당 창당을 선택했다.

이때, 국민의당 소속으로 제20대 총선에서 당선되었지만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에 반대한 3명의 의원이 있었다. 비례대표인 장정숙, 박주현, 이상돈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여 당에 자신들을 제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통합찬성파가 다수인 지도부는 이들을 제명하지 않았고, 대신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측에서 의원직을 제명해 주지 않자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탈당하는 대신 실질적으로는 탈당을 한 셈이나 마찬가지인 독자적인 행보를 개시했다. 이후 박주현 의원은 민주평화당을, 장정숙 의원은 민주평화당을 거쳐 대안정치연대를 선택했다. 이른바 '상상 탈당'을 한 것이다. 이상돈 의원은 독자 행보를 선택했다. 이후 바른미래당 비례대표인 박선숙 의원도 독자 행보를 선택했다. 아직까지도 법적으로 이들 의원들은 바른미래당에 묶여있다.

그리고 2년이 지나자, 비례대표를 놓아줄 수 없다던 안철수 대표 측의 입장이 손학규 대표 측의 입장이 되고, 비례대표를 제명해달라던 3인방의 입장이 이제는 안철수계의 입장이 된 것이다. 바른미래당 측에서 끝까지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을 놓아주지 않는다면, 안철수계 의원들도 박주현, 장정숙 의원의 사례를 좇아 '상상 탈당'을 통해 형식적으로는 바른미래당에 남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신당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완전히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새정치를 외치며 현실 정치에 뛰어들었다. 구 정치의 문법을 지적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이를 고치고 좋은 정치의 모습을 제시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비례대표 의원을 그들의 뜻과 달리 붙잡았던 이들이 이제는 풀어줄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히 모순되는 행보다.

태그:#안철수, #정치, #비례대표, #의원, #바른미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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