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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천시 송광면 이읍마을에서 천자암으로 가는 길.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어 길을 혼자서 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순천시 송광면 이읍마을에서 천자암으로 가는 길.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어 길을 혼자서 차지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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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속에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았다. 설날도 앞두고 있다. 호젓한 암자, 송광사 천자암으로 간다. 새해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려보기 위해서다. 산속 암자는 언제라도 편안함을 준다.

천자암은 송광사에서 3.4㎞ 떨어져 있다. 행정구역은 전라남도 순천시 송광면 이읍리에 속한다. 주암호반의 송광면 이읍마을에서 가면 가깝다. 마을의 고풍스런 돌담길과 그림 같은 계단식 논을 지난다. 길은 비좁다. 지나다니는 차도, 사람도 거의 없다. 암자로 가는 길을 혼자서 차지하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천자암에는 천연기념물 88호로 지정된 나무가 있다. 아라비아숫자 88처럼 꼬이고 뒤틀린 나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문화재청이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곱향나무 쌍향수다. 두 그루의 곱향나무라고 쌍향수(雙香樹)다.

쌍향수는 나란히 다정하게, 같은 기울기로 비스듬히 자라고 있다. 언뜻 커다란 기둥을 감고 올라가는 넝쿨처럼 보인다. 실타래나 엿가락처럼, 또 돌돌 말려 올라간 큰 아이스크림처럼 비비 꼬인 것 같기도 하다. 두 마리의 용이 함께 승천이라도 하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신묘하다.
 
 천자암의 곱향나무 쌍향수. 아라비아숫자 88처럼 꼬이고 뒤틀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천자암의 곱향나무 쌍향수. 아라비아숫자 88처럼 꼬이고 뒤틀려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희귀한 나무라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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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조형미가 빼어나다. 가만히 보고 있으면 절로 반하게 한다. 조각작품 같다. 나무도 우람하다. 키가 12.5m나 된다. 눈높이 둥치의 둘레가 한 그루는 4m, 또 한 그루는 3.2m에 이른다. 수령이 800여 년으로 알려져 있다. 가지도 멋들어지게 퍼져 있다. 향기도 진하고 그윽하다. 나무가 암자의 요사채와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곱향나무는 본디 백두산에서 자라는 귀한 나무다. 잎이 바늘처럼 뾰족한 침엽수다. 잎의 길이는 아주 짧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견딘다. 향나무 과에 속하는 늘푸른 교목으로 문화적으로나 생물학적으로도 가치도 높다.
 
 아라비아숫자 88처럼 꼬이고 뒤틀린 곱향나무 쌍향수. 문화재청이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아라비아숫자 88처럼 꼬이고 뒤틀린 곱향나무 쌍향수. 문화재청이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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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곱향나무 쌍향수를 보유하고 있는 송광사 천자암. 호젓한 암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곱향나무 쌍향수를 보유하고 있는 송광사 천자암. 호젓한 암자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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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향수와 관련된 재밌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송광사를 중심으로 정혜결사를 일으킨 고려 중기의 고승 보조국사 지눌(1158~1210)과 관련된 얘기다. 지눌은 송광사가 배출한 16명 국사 가운데 첫 자리를 차지한다.

지눌이 중국(금나라)에 갔을 때다. 왕비의 병을 고쳐준 인연으로 제자가 된 금의 왕자 담당국사와 함께 지팡이를 하나씩 짚고 돌아왔다. 두 스님은 지금의 천자암 자리에 암자를 짓기로 마음먹고,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나란히 꽂아뒀다. 시간이 흘러 지팡이가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더니 무럭무럭 자랐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두 나무가 사이좋게 800년을 살았다. 흡사 한 그루처럼 닮은꼴로 함께 살아 쌍향수로 불린다. 호사가들은 스승과 제자 사이였던 보조국사와 담당국사를 닮았다고 얘기한다.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절을 하고 있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천연기념물 88호가 된 것도 모양새가 뒤틀린 숫자 88을 그대로 옮겼다고도 한다.

쌍향수는 한 사람이 밀어도, 여러 사람이 함께 밀어도 움직임이 한결같다고 한다. 한손을 나무에 대고 흔들면 극락에 간다는 말도 전해진다. 하여, 많은 사람들이 나무를 밀고, 흔들었다. 지금은 나무의 훼손을 우려해 울타리를 쳐놓았다. 나무 밀기를 하지 말라는 안내판도 세워뒀다. 눈으로만 봐야 한다.
 
 천자암의 곱향나무 쌍향수. 한손을 나무에 대고 흔들면 극락에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하지만 나무의 훼손을 우려해 울타리를 쳐놓았다.
 천자암의 곱향나무 쌍향수. 한손을 나무에 대고 흔들면 극락에 간다는 말이 전해진다. 하지만 나무의 훼손을 우려해 울타리를 쳐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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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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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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