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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사회희망연대가 펴낸 <친일-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 책 표지.
 열린사회희망연대가 펴낸 <친일?친독재가 어깨 걸고 사는 나라> 책 표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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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여러 차례 물망에 올랐던 고은 시인은 미투운동의 대상이 되어 자신이 그동안 받은 존경과 명예, 지자체로부터 받은 각종 지원과 혜택을 하루아침에 다 잃었다. 미투운동에서 횟수 즉 양을 따지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친일이 미투보다 결코 작은 죄가 아니라 생각한다."

김영만(74) 열린사회희망연대20주년기념백서 편찬위원장이 <친일‧친독재가 어깨 펴고 사는 나라>(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이원수 문학관 폐쇄' 등 친일예술가의 기념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며 한 말이다.

김 위원장은 "친일과 친독재자들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면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0여년간 마산(창원)을 비롯해 경남지역 곳곳에서 벌어졌던, 친일‧친독재 전력이 뚜렷한 이은상(1903~1982, 시조시인)과 조두남(1912~1984, 작곡가), 이원수(1911~1981, 아동문학가), 유치환(1908~1967, 시인), 장지연(1864~1921, 언론인), 남인수(1918~1962, 가수), 반야월(1917~2012, 가수‧작곡가) 관련 기념사업 저지(반대) 활동을 담은 백서를 낸 것이다.

백서는 430쪽에 걸쳐 성명서나 기자회견문, 논평에다 그들의 친일작품 일부를 실어놓았고, <오마이뉴스>에서 제공한 사진 등이 함께 실려 있다.

이은상, 조두남, 이원수는?

1999년 옛 마산시는 '이은상기념관'을 만들려고 했다. 당시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시대의 곡학아세, 이은상 기념사업을 반대한다"거나 "3‧15의거와 이은상은 공존할 수 없다", "마산시는 이은상문학관의 국고 지원 신청을 즉각 취소하라"며 나섰던 것이다.

당시 김영만 위원장을 비롯한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이은상기념관 건립 반대'를 외치며 24시간 1인시위를 벌였다. 2002년 1월 옛 마산시는 '이은상기념관'을 버리고 '마산문학관'을 건립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그대로 운영되고 있다.

이은상은 이승만 독재정권에 빌붙어 3‧15의거를 폄훼한 전력이 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이번 책에서 "독재자의 품속으로 가고파라 가고파, 이은상"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자료를 정리해 놓았다.

이은상을 추앙하는 마산지역 문인들에 대해, 이 책에서는 '이추문(이은상을 추앙하는 문인들)'이라 표현해 놓았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북마산 3‧15의거 기념비가 있는 화단에 나란히 있는 은상이샘이 왜 가짜인지에 대해서도 설명해 놓았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6일 창원시립마산음악관을 찾아 '친일파' 조두남 관련 전시물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김영만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이 2019년 8월 6일 창원시립마산음악관을 찾아 "친일파" 조두남 관련 전시물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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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작곡가 조두남을 두고 한때 마산이 뜨거웠다. 옛 마산시가 2002년 '조두남 음악관' 건립 계획을 세웠고, 열린사회희망연대가 앞장서서 반대하고 나섰다.

2003년 5월 '조두남 음악관' 개관식 때 열린사회희망연대 회원들은 황철곤 당시 마산시장한테 밀가루를 투척하기도 했다. 당시 마산시(의회)는 '조두남기념관 관련 공동조사'를 벌였다.

이를 계기로 조두남의 친일 행적이 더 알려졌고, 심지어 가곡 <선구자>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조두남의 <선구자>는 그의 선배인 박태준이 1922년에 작곡한 <님과함께>를 표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영만 위원장은 "'선구자'는 잘못 알고 있고 잘못 해석된 단어다. 항일독립투사들이 불렀던 독립군가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다"며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동족인 독립군을 토벌하는데 앞장섰던 '간도특설대' 군가의 가사에 나온다. …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 해방된 나라에서 '선구자'라는 말이 긍정적으로 수용된 것은 친일파들이 우리나라의 언어문화까지 장악하고 주도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2004년 7월 마산시의회는 '조두남 음악관'을 버리고 '마산음악관'으로 하는 조례를 가결시켰으며, 이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과정을 "대국민 사기극 '선구자' 조두남'"으로 정리해 놓았다.

'이원수문학관'은 창원 고향의봄도서관 안에 지금도 있다. 이원수는 "지원병을 보내며", "낙하산-방공비행대회에서" 등의 친일작품을 남겼다.

2011년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이 진행되었고,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현 국회의원)은 '이원수를 도시브랜드화'한다는 발언을 했다.

이에 열린사회희망연대 등 단체들은 '친일작가이원수기념사업차원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친일문인의 기념사업에 혈세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후 창원시는 기념사업에 상당수 재정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친일이 죄가 되지 않는 '이원수 문학관'"으로 정리되어 있다. 임경란 열린사회희망연대 상임대표는 "친일은 '그때로서는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다고 생각하게 하는 상황논리와 '인격은 아주 훌륭했다'는 어른들의 증언으로 어린 학생들의 역사관과 가치관에 혼란을 심어주고 있다"고 했다.

"친일행적이 뚜렷한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친일인 것"

1905년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통박하는 사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은 이후 친일 시와 논설을 썼다. 마산에 있던 장지연의 묘소가 경남도문화재자료로 지정돼 있었고, 독립유공자로 돼 있었지만 친일행적이 드러나면서 2010~2011년 '문화재자료 지정 취소'에 이어 '서훈 취소'로 이어졌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당시 "경남도는 장지연 묘소의 문화재 지정을 즉각 철회하라"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열린사회희망연대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2006년 '친일청산시민행동연대'를 결성해 "(진주) '남인수 가요제' 명칭 즉각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영만 위원장은 20여년 동안 관련 활동을 하면서 들었던 '주장'들에 대해 "친일‧친독재 청산 20년, 수없이 듣고 수업이 답한 11문 11답"으로 정리해 놓았다.

"우리 고장의 문화적 자산이며 자랑으로 널리 알려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김영만 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장관 이상 임명직 고위공직자를 뽑을 때 국회에서 청문회를 연다. … 검찰도 나서서 자녀의 표창장 진위를 가린다고 학교도 집도 압수수색을 하여 금융거래까지 탈탈 턴다. …후보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청문회가 무서워서 장관직 제의를 받아도 손사래를 치는 인사들이 많다고 한다.

장관직의 경우 그렇게 힘든 국회 청문회 절차를 끝내고 임명된다고 해도 그들의 임기는 길어야 2년이요 짧으면 한 두 달이 될 수 있다. 그런데 기념관은 한번 건립되면 영구히 시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존중과 사랑을 받는 공간으로 존재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기념관의 주인공은 더 철저하고 혹독한 검증을 받아야 한다."


백남해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책에 실린 축사에서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작가와 작품을 분리하는 게 가능할까. 특히 자신의 작품을 아끼는 작가라면, 작품에 자신의 생각과 혼을 담는 것이다. 때로는 작품을 자신의 분신이나 자식이라고 말한다. 친일행적이 뚜렷한 작가의 작품은 그 자체로 친일인 것"이라고 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는 26일 저녁 마산3‧15아트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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