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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집 앞
 책집 앞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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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으로 이야기꽃을 펴러 가는 길에 익산에 들릅니다. 고흥에서 홍성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알아보다가, 홍성역을 지나가는 기차가 익산에서 서울로 떠나는 줄 알아차립니다. 다만 고흥에서는 순천버스나루를 거치고 순천기차나루로 가야 하며, 이곳에서 익산까지 기차를 달린 뒤에 갈아타야 합니다. 익산에서 기차를 갈아타는 김에 새롭게 문을 연 '그림책방 씨앗'을 찾아가려 합니다.

익산은 어떤 고장일까요. 이 고장은 어떻게 따사로우면서 얼마나 아늑한 삶자리일까요. 고장멋을 느끼려면 골골샅샅 걸어 보아야지 싶습니다. 마을맛을 알려면 고샅이며 골목을 누벼 보아야지 싶습니다. 기차나루부터 마을책집까지 걸어갈까 하고 어림하는데, 살짝 먼 듯합니다.

얼마쯤 걷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가는 길을 알아봅니다. 손전화 길그림을 켜고 버스를 어디서 타는가를 알아보지만 아리송합니다. 이럴 바에는 그냥 택시를 타면 낫겠구나 싶으나, 익산 버스를 꼭 타 보자는 생각으로 한참 걸은 끝에 '그림책방 씨앗' 가까이 가는 버스를 타는 곳을 찾아냅니다.
 
 책집에서
 책집에서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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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집에서
 책집에서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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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살핀 길그림으로는 800미터가 못 되게 걷는다고 했으나 꽤 걷습니다. 걷고 또 걸으며 생각합니다. '걷다 보면 반갑게 눈앞에 나타나겠지.' 드디어 파란 빛깔 책집 간판을 봅니다. 빨래집하고 중국집이 옆에 나란히 있는 책집입니다. 아파트 어귀에 바로 책집이 있네요. 책집 건너쪽 아파트에 사는 분들은 코앞에 이처럼 이쁜 책쉼터가 있으니 즐겁겠구나 싶습니다. 책집 유리창에 적힌 두 줄을 되뇌고서 들어갑니다.

오늘 만난 그림책 씨앗이 모두의 마음에
어여쁘게 꽃 피우기를 바랍니다


익산 '그림책방 씨앗'은 바로 이렇게 그림책으로 씨앗이 되어 마음에 꽃으로 피우는 이야기를 퍼뜨리려고 하는 터전일 테지요. 마을에서 이웃으로 사는 분들이 사뿐사뿐, 마을에서 태어나 살아가는 아이들이 가뿐가뿐, 익산으로 나들이를 온 분들이 홀가분히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유리창에 적힌 글씨
 유리창에 적힌 글씨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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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한켠에 내려놓고서 책시렁을 돌아봅니다. 책낯이 환히 드러나는 그림책을, 책등으로 이름을 헤아리는 그림책을, 또 빨간 빛깔로 옷을 입은 다 다른 그림책을 하나하나 살핍니다.

꾸러미로 나온 <100년 동안 우리 마을은 어떻게 변했을까>(엘렌 라세르 글·질 보노토 그림/이지원 옮김, 풀과바람, 2018)를 집어듭니다. 지구별 뭇나라는 참으로 백 해 사이에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백 해가 더 흐르면 또 엄청나게 달라질 만하지 싶습니다. 온통 숲이던 곳을 마을로 바꾸어 오늘에 이르다가, 나무를 밀어내고 건물만 가득하더니, 다시 나무를 맞아들이면서 푸른 쉼터를 늘리는 마을이에요. 아마 앞으로는 커다란 도시도 한결 푸른 빛깔로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이제는 시멘트나 아스팔트로만 도시를 이루지 않습니다.
 
 책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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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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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낯이 보이는 책시렁
 책낯이 보이는 책시렁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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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스트 톰슨 시튼 님 이야기를 다룬 <커럼포의 왕 로보>(윌리엄 그릴/박중서 옮김, 찰리북, 2016)를 넘깁니다. 늑대 로보는 '사냥꾼 시튼'을 '숲사랑이 시튼'으로 돌려놓았다고 합니다. 로보라는 늑대를 만난 때부터 늑대를 '사냥감'이 아닌 '숲을 의젓하게 지키는 일꾼'인 줄 알아차렸다지요.

글은 누가 쓸까요? 손이 있는 사람만 쓸까요? 손이 없어도, 또 입이나 다리가 없다 해도,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요? <수상한 나무들이 보낸 편지>(베르나데트 푸르키에 글·세실 감비니 그림/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8)에 담긴 온갖 나무는 수수께끼투성이일 수 있고, 다 다르면서 아름다운 나무일 수 있습니다. 꿈나라에서 볼 수 있는 나무가 있을 테고, 우리 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나무가 있을 테지요.
 
 책집에서
 책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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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시렁 한켠
 책시렁 한켠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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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하면, 우리 사람은 나무하고 글을 주고받을 수 있고,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람은 풀이며 꽃을 비롯해서 구름이며 바람하고도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파리나 모기하고도, 새나 풀벌레하고도, 고래나 코끼리하고도, 여우나 곰하고도 얼마든지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만합니다.

우리가 숲하고 바다랑 마음으로 생각을 주고받을 줄 안다면 온누리는 어떻게 달라질까요? 사람 사이에서도 '소통·의사소통'을 잘 해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그렇다면 사람하고 사람 사이뿐 아니라, 사람하고 숲 사이도, 사람하고 흙 사이도, 사람하고 냇물 사이도, 사람하고 비구름 사이도 마음으로 생각을 나누는 길을 슬기로이 열 노릇이지 싶어요.
 
 책집 한켠
 책집 한켠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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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시렁
 책시렁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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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돌보는 어른이나 어버이라면 마땅히 아이한테 "넌 어떻게 생각하니?" 하고 물어봅니다. 지구라는 별에서 서로 상냥하게 어우러지려는 뜻을 품는 사람이라면 잠자리나 나비한테도, 들꽃이나 들풀한테도, 나긋나긋 "넌 어떻게 생각해?" 하고 물어보면서 이야기를 들을 일이지 싶어요.

그림책으로 알뜰한 '그림책방 씨앗' 책집지기님은 아이들한테 그림책을 구성지게 읽어 주시지 싶습니다. 책집 안쪽에는 모임을 꾸릴 수 있고, 아기가 기어다닐 수 있는 아늑한 칸이 따로 있습니다. 어린이끼리 모여서 조잘조잘 그림책 수다를 할 수 있습니다. 어른끼리 모여서 재잘재잘 그림책 노래를 부를 수 있습니다. 아직 아이가 없더라도, 또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더라도, 그림책을 다같이 누리면 좋겠습니다. 그림책은 아기나 아이만 보는 책이 아닌, 0살인 아기부터 누구나 즐거이 누리면서 마음을 북돋우는 이야기꾸러미인걸요.
 
 책집 건너쪽 아파트에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
 책집 건너쪽 아파트에 올라가서 바라본 모습
ⓒ 최종규/숲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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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하고 할아버지가 책동무가 되도록 잇는 그림책입니다. 어린이도 푸름이도 곱게 한자리에서 어울리도록 잇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책을 둔 보금자리에서 씨앗이 자랍니다. 그림책을 소리내어 읽고 나누는 마을에서 아름드리숲이 피어납니다.

전북 익산 '그림책방 씨앗'
전북 익산시 서동로 8길 50-1
https://www.instagram.com/picturebookshop_seed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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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을 새로 쓴다.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우리말 꾸러미 사전》《우리말 글쓰기 사전》《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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