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의 유족과 동료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의 유족과 동료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 더는 못하겠다."

8살 난 딸과 5살 난 아들을 두고 지난달 29일 부산 강서구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경마공원 숙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기수 고 문중원씨가 자신의 유서에 남긴 말이다. 그는 자신의 유서 말미에 "혹시나 해서 복사본을 남긴다. 마사회 놈들을 믿을 수가 없어서"라고 자필로 덧붙였다. 그의 유서는 컴퓨터로 작성됐다.

문씨는 한국마사회 부산·경남 경마공원에서 지난 2004년부터 15년 동안 기수로 일해왔다. 그는 유서에 "부모님과 가족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죄송하다. 이런 잘못된 결정을 하고 떠나는 못난 놈을 용서하지 말고 하루 빨리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문씨의 유족은 장례 등 일체의 사항을 고인이 소속됐던 공공운수노조에 위임했다.

기수 문중원이 떠난 이유
  
2일 전국공공운수노조는 문씨의 유족과 함께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중원은 갑질과 부조리가 만든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문씨는 지난 2015년부터 조교사 면허를 취득했기 때문에 기수이면서 동시에 마사대부(실질 조교사) 업무를 할 수 있었지만 할 수 없었다. 
"20대 때는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만 했는데 어느 때부턴가 다리와 허리, 목 어디 성한 곳이 없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래서 하루빨리 조교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죽기살기로 준비해 면허를 땄다. 그럼 뭐하나, 다 헛일인데. 그저 높으신 양반들과 친분이 없으면 안 되니... 내가 좀 아는 마사회 직원들은 대놓고 나한테 말한다. 마방을 빨리 받으려면 높으신 양반들과 밥도 좀 먹고 하라고."
- 문씨의 유서에서  
조교사는 마주와 마필위탁 관리계약을 맺고 있는 사람으로, 일반 운동경기의 감독이라고 보면 된다. 실제로 말과 기수, 마필관리사를 관리하며 동시에 경주를 분석하고 작전을 지시한다. 

마사대부는 조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 마사회로부터 마구간(마방)을 유상으로 배정받아 말과 기수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경주에서 순위권에 들면 받는 상금과 마주에게 받은 위탁관리비로 마방을 운영하고 마필관리사와 기수 인건비를 지급하는 '소사장' 형태로 일한다.

문씨는 기수로 뛰며 자비를 들여 해외에 가 조교사 면허를 준비하고 취득했다. 그러나 계속된 마사대부 탈락으로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씨의 아버지는 "(관리자의) 측근이 계속 마사대부로 배정을 받았다. 참다못해 죽음으로써 문제를 제기한 거다"라며 "자기 아빠가 죽은 줄도 모르는 손주들은 아빠가 기술 연마 위해 훈련하고 있다고만 생각한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가 주관한 심사를 통해 조교사 면허를 교부하고도 마사대부를 발탁하는 별도의 심사절차를 또 밟도록 했다"라며 "고인의 유서에서 언급된 마사회 불법과 부조리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라고 요구했다.

현재 한국마사회는 조교사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 대해 시험을 거쳐 면허를 교부하고 있다. 이후 마방 임대 수요가 있을 경우 조교사 면허 취득자를 대상으로 내·외부심사위원이 함께 참여하는 마사대부심사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자에게 경마장 내 마방을 임대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마사회 측이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는다면 장례를 계속 연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오는 4일에도 부산경남경마공원 앞에서 '고 문중원 동지 죽음의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촉구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 자리엔 서울과 부산, 제주의 전체 경마 기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의 유족과 동료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경마기수 고 문중원씨의 유족과 동료들이 2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관련사진보기

 
마사회 관계자 "기수는 개인사업자라 처지 달라"

한편 문씨의 죽음에 대해 한국마사회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부산강서경찰서에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 의뢰를 했다"면서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는 물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정 조치 예정"이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이 관계자는 "더럽고 치사"하다는 고인의 발언에 대해 "한국마사회를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하는데, 일하다 보면 더럽고 치사한 경우 많다. 나름대로 애환이 있다"면서 '2004년 부산·경남 경마공원이 생긴 이래로 4명의 기수와 2명의 마필관리사가 죽은 것'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덧붙였다.

"(문중원 기수의 죽음이) 안타깝다. 2017년에 사망한 마필관리사의 경우 이후 처우 개선 목소리가 높아서 그분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선에서 거의 마무리가 됐다. 올해 고인이 된 분들은 기수다. 마필관리사와는 또 다르다. 기수는 개인사업자로 프로선수다. 처지가 다르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