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대 모비스와 KCC의 2:4 트레이드, 5시즌 전 추억을 소환하다.

빅딜을 통해 미래를 택한 모비스와 현재를 노리는 KCC
19.11.11 21:0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경기가 없었던 11일 단행된 울산 현대 모비스와 전주 KCC의 2 : 4 트레이드는 팬들은 물론이고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충격이었다. 

이대성, 라건아와의 '준비된 이별'의 시점을 앞당긴 현대 모비스에겐 이미 양동근, 함지훈, 오용준 등 주전 선수들의 노쇄화에 대한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시기의 문제였을 뿐, 분명 어느 시점에는 젊은 선수 수급을 통한 리빌딩이 필요했다. 

아직 우려의 시선이 남아 있음에도 전창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KCC도 마찬가지였다. '뛰는 농구'라 평가 받는, 이정현-송교창이라는 확실한 스코어러를 앞세워 생각했던 것보다는 선전하고 있었지만, 조이 도시-리온 윌리엄스 외국인 듀오의 아쉬운 기량은 한 시즌을 치르기엔 분명 아쉬윘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우승 후보였지만 초반 성적이 신통치 않았던 현대 모비스나 꼴지 후보에서 중상위권 도약의 계기를 만들어가던 KCC의 트레이드는 15년 전 두 팀이 단행한 빅딜을 소환하기에 충분했다.

15시즌 전에도 '현재와 미래'로 똑같았던 시선

이번 빅딜이 새삼 주목을 받는 이유가 또 한 가지있다. 두 팀이 '현재와 미래'라는 다른 관점에서 이루어진 트레이드가 이미 '과거'에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바로 2003~04시즌 도중 당시 최희암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중도 경질되고, 장일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 당시 팀의 주축 외국인 센터였던 R.F 바셋과 무스타파 호프의 트레이드를 단행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빼어난 높이에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슈팅력까지 갖췄던 바셋과 수비력과 경험은 돋보였으나 공격이 아쉬웠던 호프의 트레이드는 무게가 맞지 않았다. 따라서 모비스에게는 추가적인 조건이 필요했다. 바로 당시 신인 드래프트 상위 순번 지명권이었다.

모비스는 이 드래프트 픽을 가지고, '모비스의 심장'으로 거듭난 양동근을 1순위로 지명하게 된다. 양동근은 2004~05시즌을 시작으로 현대 모비스 한 팀에서만 14시즌 동안 638경기에서 평균 33분14초를 뛰면서 11.9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면서 팀의 주축 선수로 활약을 이어갔다. 물론, 바셋을 품은 KCC 역시 챔프전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우승'이라는 현재를 노린 KCC나 '리빌딩'이라는 미래를 노린 현대모비스 모두에게 결말은 '해피 앤딩'이었다.

15시즌만에 180도 입장이 뒤바뀐 전창진 감독 

이번 빅 딜의 과정에서 주목해 볼 사람이 또 한 명 있다. 바로 전주 KCC의 사령탑이자 트레이드를 주도한 전창진 감독이다. 

당시 바셋을 품은 KCC에게 막혀 챔프전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던 원주 TG삼보의 사령탑이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던 챔프전 끝에 바셋-민렌드 용병 듀오에 이(상민)-조(성원)-추(승균) 트리오를 앞세운 KCC에게 우승 트로피를 내주고야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모비스와 KCC 간에 외국인 센터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당시 유력한 우승 후보다는 단연 TG삼보였다.

챔프전에서 아쉬운 패배를 당한 이후 당시 사령탑이었던 전창진 감독이나 주축 선수였던 김주성(은퇴),선수로 현역 마지막 경기를 뛴 허재 세 사람에게 당시의 결말은 비극, 그 자체였던 셈이다. 묘하게도 이번 빅딜을 통해 전창진 감독은 당시 허재 감독 체제였던 2010~11시즌 이후 9년만에 우승 트로피에 키스할 기회를 잡았다. 

16년 전 트레이드라는 변수에 막혀 아쉽게 눈물을 흘렸 전창진 감독은 과연 이대성-라건아라는 양수겸장에 송교창-이정현이라는 원-투 펀치까지 앞세워 웃을 수 있을까? 

사람의 미래는 아무나 모르는 일이지만, 극과극의 처지에 놓인 전창진 감독의 '미래'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2019~20 프로농구를 지켜볼 큰 관전 포인트 하나가 더 생긴 것만은 분명하지 않을까?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