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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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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지금일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15일 불출마를 발표한 직후, 그 시점에 관심이 집중됐다. 불출마 가능성이 제기됐던 그였지만,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많았다. 이 의원이 입장문에서 밝힌 변은 "자신이 없다"는 무기력이었다. 무기력의 원인은 조국 국면을 거치며 지켜 본 현실 정치에 대한 환멸이다.

이 의원은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와 하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담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올렸다. 지난 9월 6일 국회 인사청문회 현장에선 검찰 수사 자료인 당시 조 후보자의 PC 포렌식 자료가 청문회장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참담하다"고 했다.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지난 7일 국감에서 남부지검장을 상대로 패스트트랙 수사를 멈추라고 했을 때 역시 "참담하다, 법사위원인 것이 창피하다"라고 했다.

불출마의 예고편이었다. 그는 불출마를 선언한 이날 국회 본청 계단에서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더 구체적인 이유를 밝혔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중도 사퇴가 불출마 발표를 앞당긴 가장 큰 배경이었다는 설명이었다. "혼자 보내기가 좀 짠했다"고도 했다. 허탈감에 빠진 지지층에 "조 전 장관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도 덧붙였다.

"에너지도 없고 열정도 소진됐다"는 그였지만, 검찰 개혁을 강조할 땐 달랐다. 당과 정부에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 한다"며 개혁의 고삐를 더욱 죄길 요구했다. "느슨하게 대응하면 내년 총선도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번에도 안 되면 조국만 죽어나간 꼴이 된다"면서 "천재일우의 기회다, 불쏘시개를 만들어놨으니 불을 꺼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갑작스러운 불출마 소식에 동료 의원들도 아쉬움을 표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인터뷰 중 이 의원에게 다가와 "재선, 3선들은 창피해서 어떡하라는 거냐"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선수를 떠나 386세대로서 고민해야 할 책임도 언급했다. "누릴 만큼 누린" 세대로서, '청년 감수성'을 당과 정부 차원에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전략통인 그가 내놓은 총선 전략 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추석 때부터 결심했지만 조국 국면 지나며 확신"

-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한 이유가 궁금하다.  
"불출마 결심은 추석 때 했다. 주변에서 재선을 많이 권유했다. 지역구를 물려준다는 분도 있었다. 좋은 지역구들이었다. 서울 구로구도 그렇고. 추석 연휴 때 '안 하는 게 낫겠다, 에너지도 없고 열정도 소진됐다'고 생각했다. 그만 하는 게 좋겠다는 결심을 했다."

- 어제 (14일) 조국 장관의 사퇴가 영향을 준 건가?
"그런 점도 있다. 추석 지나서 불출마를 주변에 알렸더니 절대 공개하지 말라고 했다. 그 과정에서 조국 국면이 시작되고, 정치에 대한 환멸이 생기기 시작했다. 조 전 장관이 책임질 일도, 해명할 일도 당연히 있다. '꼭 조국이어야 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하다. 그러나 마치 나라 팔아먹은 놈을 쫓아내듯 하는 건 지나치다. 이런 정치에 누가 배겨나겠나.

국감장에 가보니 매일 시작하자마자 싸움이었다. 민망해서 못 쳐다보겠더라. 피감기관에서 나온 저 사람들이 날 얼마나 한심하게 여길까, 너무 창피했다. 최소한 감사를 하러 왔으면 추한 꼴은 안 보여야 하지 않나. 그런데 조국 장관이 사퇴한다고 하니 짠하더라. 지나친 형벌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혼자 보내기가 그랬다. 지금 당장 의원을 그만두는 건 아니지만, 나라도 뭔가 버려서 (짠한 마음을) 덜어주고 싶었다."

- 다른 이유는 없나.
"우리 지지층에게도 '조국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럼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사실 더 시간을 끌면 불출마를 못할 것 같더라. 출마 압박도 심해지고. 이쯤에서 내려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서도 활동했다. 선거법 개혁안 패스트트랙 상정으로 여야 갈등이 가장 폭발했던 곳이다. 그래서 고민이 더 깊어졌던 건가.
"(한국당에선) 정치개혁 일체가 안 된다고 했다. 절대 손해를 안 보겠다는 걸 보면서 너무 답답했다. '우리는 안 해, 무조건 합의처리 해야 해' 이렇게 버티는 게 맞나. 그때 원내수석부대표였는데, 패스트트랙을 주장했다. 굉장히 큰 보람이었다."

- 조국 전 장관 동생에 대한 영장 기각을 두고 '내로남불'이라며 양당을 향해 비판적 입장을 제기했다.
"저쪽도 이쪽도 남 탓할 입장이 아니다. 2017년 우병우 전 민정수석 영장 기각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이 당시) 사법당국의 수치라고 하지 않았나. 이젠 한국당이 조국 동생의 영장이 기각되니 '사법부의 수치'라고 한다. 너무 우습지 않나. 처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휙휙 바꾸고, 영장을 기각한 판사를 국감장에 데려오라고 요구하는 게."

- 국정감사 기간 '참담하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여상규 법제사법위원장이 서울남부지검장을 앉혀놓고 패스트트랙을 수사하지 말라고 겁박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벌어질 수 있나? 정치권도 사법부에 대해선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인사권에, 국회 청문 절차에 왜 끼어 드나. 그동안 정치권력이 검찰을 좌지우지했다면, 이번 조국 수사를 계기로 검찰의 정치화가 시작됐다 본다. 검찰이 스스로 권력화 돼 스스로 정치를 하는 거다. 검찰 역사를 새로 썼다.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그는 이날 법사위 국감 현장에서 박근혜 정부 시절 현재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검사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 오늘 입장문에선 조국 전 장관의 '성찰할 몫'을 언급했다.
"젊은이들을 실망시키고 공정성 문제가 부각 된 것은 본인이 성찰해야 할 문제다. 본인이 젊은이들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도 그런 취지라고 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사람의 모든 삶을 부정하고 내몰아선 안 된다. 성찰할 대목이 분명히 있지만 누린 만큼의 책임만 묻자는 거다. 하루라도 버티기 힘들었을 거다. 표현이 어떨지 몰라도, 가상하다고 생각한다. 나라면 못했을 거다. 혼자 보내기가 짠하다고 한 이유다."

"검찰개혁과 정치개혁, 이번에 못하면 조국만 죽어나간 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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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전 장관의 청문회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언급하며 검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인회 교수가 쓴 <검찰을 생각한다>를 보면, 절절히 쓰여 있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시도했다가 퇴임 후 그 검찰에 의해 죽음으로 몰렸다는 게 요지다. 그런 검찰을 개혁하고자 했다면 문 대통령도 조국 민정수석도 더욱 치밀하고 냉철했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이 더 준동하는 것 아닌가. 이제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그래야 해낼 수 있다. 당도 나이브(순진) 했다. 우리도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 당 지도부의 조국 사퇴 종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부 지지층 사이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민심은 방향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 대상이 당 대표가 되는 게 당연하다. 대표가 피하면 그걸 누가 받겠나. 지지층의 마음도 잘 갈무리 해야 한다. 그러면서 검찰개혁도 이뤄내고, 총선 승리도 해야겠지. 느슨하게 대응하면 총선은 쉽지 않을 거다."

- 이제 민주당은 '조국 이후'에 방점을 찍고 있다. 상호 존중이 사라진 국회에서, 검찰개혁을 위한 순조로운 협상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당장 기다렸다는 듯이 (협상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그러니 저쪽도 당황하지 않나. 그러니 오늘도 조국으로 계속 물고 늘어지고. 하루 이틀 더 보고 국면 전환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해야 한다고 본다."
 
- 검찰개혁과 정치개혁, 동시에 가능할까.

"해야지. 만일 안 한다면 조국만 죽어나간 꼴이 된다. 대통령도 그 의지를 밝혔고 당도 때려죽여도 한다는 거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불쏘시개를 만들어놨는데, 불을 꺼뜨리면 되겠나. 검찰개혁이라는 동전의 반대편에 정치개혁이 있다. 정치가 검찰을 자꾸 활용하니 버릇이 나빠진 거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 사건만 터지면 검찰에 떠넘기니 간이 커질 수밖에. 사법의 정치화 아닌가? 정치인들이 무능함을 숨기기 위한 알리바이를 만드는 일이다. 한국 정치의 무능은 정치의 사법화로 나타나고 있다."

- 중도층 이탈이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한테 행동으로 시그널을 준 거다. 그렇다고 수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는 낡은 보수에 중도의 마음이 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86 사회적으로 확실히 기득권... 당내 청년 감수성 절실"

- 다음 총선의 변수는 뭐가 될까?
"'민주당을 찍느냐 마느냐'가 핵심 변수다. 나머지는 다 보조 변수다. 아직 민주당과 한국당을 놓고 어딜 찍을까 고민하는 단계는 아니다. '이놈들 아직 부족하다, 혼 좀 내야겠다'는 생각일 것이다. 우리가 제 정신을 차리면 얼마든 돌아올 거라고 생각한다. 일시적으로 떠났다고 해서, 한국당으로 가진 않을 거다. 그렇다고 '야당 복'만 믿고 방심해선 안 된다. 우리가 잘만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 <386 세대유감>이라는 책의 추천사를 썼다. 이 의원을 포함한 386세대에 대한 비판을 적극 수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검찰개혁이라는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청년 유권자를 위한 의제가 당에서 주요 의제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청년 감수성이 절실하다. 당·정·청이 공히 청년 감수성을 차용해야 한다고 본다. 대통령 메시지나 정부정책, 당에서 하는 프로그램까지. 청년 감수성을 깔고 가야 한다. 20대, 30대가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다. 우리 지지층이 아니더라도, 젊은층은 살아갈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들이 불만이 있다면, 이념을 떠나서라도 대응을 해야 한다. 그 점에선 386이 과감히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부에서는 386 책임론을 제기하는 '세대 담론'에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정치권에서만 386이 과잉 대표되는 게 아니다. 사회적으로 봐도 기득권이 분명하다. 이건 스스로 인정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다. 누릴 만큼 누렸다. 젊은 세대들이 들어갈 길이 다 열려 있다면 상관 없겠지만, 막혀 있다면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내려와야 한다. 386세대가 다 나가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 세대가 어떻게 책임질지도 고민해야 한다. 기득권을 연장하고 싶다면 뭔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 안고 5년을 더 간다? 그만큼 모든 게 지체되는 거다." 

- 남은 임기 동안 뭘 할 건가.
"특별한 거 없다. 국회의원으로서 밥값은 해야지."

- 21대는 아니더라도, 다시 돌아올 생각은 없나.
"국회의원 말고도 할 거 많다. 의원이 아니더라도 정치 혁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장벽은 정치다. 정치 혁신을 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한 발도 나아갈 수 없다.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국회 밖 시민 영역에서 그 몫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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