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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넘치는 청춘들이 가득한 한양대학교 인근에는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이들을 위한 자선의료기관 '안산빈센트의원'(이하 빈센트의원)이 있다.

빈센트의원은 희망을 찾아 한국에서 왔으나 격리와 추방, 신분 노출의 불안에 떨며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미등록 이주노동자와 건강보험카드가 없는 노숙자, 취약계층 노동자, 의료보험 말소자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이 찾는다.

성 빈센트 드 뽈 자비의 수녀회가 운영하는 '빈센트의원'에는 2018년 한해 동안에만 53개국 출신 8천여 명의 외국인노동자가 찾아 무료진료를 받았다.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알리는 지난 9월 27일 '안산빈센트의원' 원장 김성희 수녀를 만났다.
   
"병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안산빈센트병원은 다양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과 함께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왼쪽에서 4번째가 원장 김성희 수녀
▲ "병든 이들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안산빈센트병원은 다양한 자원봉사자와 후원자들과 함께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에게 무료진료를 실시하고 있다. 왼쪽에서 4번째가 원장 김성희 수녀
ⓒ 김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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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무료진료소로 2004년 개원
 

"가난한 환자의 방문 간호를 위해 문을 열었는데 운영이 어려워 10여 년간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다 2004년 다시 개원했어요.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의료기관이 필요했죠."

안산빈센트의원은 1988년 4월 일반의원으로 문을 열었다. 국민건강보험이 없었던 때라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의료기관이 필요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되며 운영이 어려워졌다. 반월공단에 외국인노동자들이 많아진 2004년 7월 10일 다시 개원했다.

"처음 개원할 땐 주변이 논이었어요. 그때는 한양대학교밖에 없었는데 3년 전 이곳에 와보니 많이 달라졌어요. 교통이 안 좋아 환자들이 불편을 겪는 건 여전하지만요."

빈센트의원은 2004년 개원한 후 내과, 정형외과, 소아청소년과, 치과, 신경외과, 정신건강의학과, 가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피부과, 산부인과 등 32개과 진료를 하고 있다. 특히 수요가 많은 내과의 경우 상근의사가 진료를 한다. LG복지재단, 안산지구사제단, 한국타이어 등 다양한 기관들의 도움으로 의료기기 및 구급차 등 진료에 필요한 시설과 기기 등을 마련했다.

53개국 출신 외국인 방문하지만...

"일반 병원에서 진료받을 수 없는 가난한 이들이 찾아오죠. 외국인노동자는 대부분 평일에 시간을 내기 어려워 주말과 주일에도 진료하는데 요즘은 SNS나 각 나라 공동체를 통해 입소문이 나 많이 오세요. 울산, 마산 등 전국에서 다 오죠."

빈센트의원은 고려인들 집성촌 근처에 자리해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출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파키스탄, 태국, 아프리카 출신의 방문도 늘었다.

"53개국 출신 외국인들이 이용하니 무엇보다 언어가 고민이죠. 영어는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러시아, 태국 등은 영어로 대화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어요. 통역기를 돌리기도 하지만 언어로 인해 적절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죠."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거나, 우리말을 하더라도 병명이나 아픈 부위를 설명하기 힘든 경우를 대비해 통역봉사자를 미리 섭외하거나 통역 서비스를 활용하지만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들의 언어는 진료에 장벽이 된다.

"얼마 전 외국인노동자를 진료해 수원에 있는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에 소견서와 함께 보냈는데 문제가 있어 돌려보냈어요. 다시 절차를 받아 보냈지만 집이 천안이라 안산과 수원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아 안타까웠죠. 평일에는 통역봉사자를 찾기가 어려워요."

모든 진료는 무료입니다
 

안산빈센트의원을 찾는 이들은 내과 환자와 근골격계 질환을 치료하는 정형외과, 물리치료 받는 재활의학과 진료가 많다. 치과와 산부인과의 수요도 많다.

진료는 다른 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이 주말에 봉사해주고 있다. 진료 후 좀 더 치료가 필요한 경우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등에 보내 도움을 받는다.

이용자 대부분이 노동자다 보니 주중에 병원을 찾는 이들은 하루 10~15명 정도지만, 주말에는 60~80명 정도 찾아온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 31일까지 진료를 위해 이곳을 찾은 이들은 모두 1만1487명에 이른다.

빈센트의원은 월요일을 제외한 6일간 진료가 이뤄지며 엑스레이, 초음파, 작은 수술까지 가능하다. 2014년 건물을 리모델링해 시설도 타 병원에 뒤지지 않을 만큼 깨끗하다. 물론 모든 진료는 무료로 이뤄진다. 후원자와 자원봉사자가 있어 가능하다.

빈센트의원을 운영하는 이유

병원을 찾은 환자 중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는지 묻자 그는 전신에 피부병을 앓던 태국 출신 노동자, 한국에서 일하다 손을 다쳐 한 의수가 오래돼 무료로 교체 받은 아프리카 출신 노동자, 불법체류자로 엄마가 추방돼 다른 집을 전전하며 길러지고 있는 아프리카 4살 아이, 영양실조로 치료받은 18개월 된 러시아 아이 등을 언급했다.

'아프고 힘든 상황에 놓인 이들을 마음에 품고 사는 것이 힘들진 않으냐'는 질문엔 "나는 지론이 아픈 사람이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배고픈 사람보다 아픈 사람이 더 불쌍하다고 생각한다"며 "빈센트의원도 그래서 운영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도 이곳을 위해 후원과 봉사를 해주시는 분들도 노력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아내리고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늘 생각해요. '잘하고 있나' 스스로 묻죠."

덧붙이는 글 | 경기다문화뉴스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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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꿈꾸며 백수가 됐지만 결국 생계에 붙들려 경기다문화뉴스 등에 기사를 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