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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 교수의 한일 갈등 관련 <뉴욕타임스> 기고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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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일 갈등의 배경인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논란에 미국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학 역사학 교수는 2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동아시아에서의 미국의 더러운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양국 역사에 편파적으로 개입한 미국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더든 교수는 최근의 수출규제,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더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을 거론하며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의 갈등이 완화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민족주의적 충동이 벌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갈등을 촉발한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모호성 때문에 벌어진 것이며, 이는 당시 협상을 중재했던 미국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일본 정부 당국자들 모두 그들의 분쟁에 대해 책임이 있는 미국을 손가락질하지 않고 있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라며 "반세기가 지났어도 그들이 싸우고 있는 역사적 순간은 근본적으로 미국의 개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밝혔다. 

더든 교수는 "그럼에도 한국과 일본이 미국에 책임을 묻지 못하는 것은 미국이 그들의 안전 보증인(security guarantor)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자신들 이익 위해 편파적으로 한일 청구권협정 중재 

더든 교수는 한일 갈등의 역사적 배후에 있는 인물로 윌리엄 J. 세발드라는 미국 외교관을 꼽았다. 세발드는 미국이 일본에 군정을 실시하던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고문을 포함해 여러 주요 직책을 맡으며 한일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다. 

더든 교수는 세발드의 회고록 <맥아더와 함께 일본에: 점령의 개인적 역사>를 소개하며 "당시 미국 정부 인사들이 동아시아에 어떤 태도를 가졌는지 민낯(unmasking)을 보여준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발드는 일본의 유력 정치인들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이러한 유대 관계가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당시 세발드는 일본을 공산화 우려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세발드는 "일본인과 달리 한국인은 폭력적인(violence) 성향이 있다"라며 "시대에 뒤떨어져 억압받고, 불행하고, 가난하고, 침묵하고, 시무룩한 슬픈 사람들의 나라"라고 폄하했다. 또한 일본의 잔혹한 한반도 식민 지배와 조선인 강제징용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더든 교수는 "1964년 5월 로버트 코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리는 장기적인 부담을 나눌 파트너가 필요하다면서 일본을 지목했다"라며 "그때부터 미국 외교관들은 일본 국민을 자극하지 않고 한국의 감정을 누그러뜨기 위해 고민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이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공산화를 막기 위한 임무와 비용의 일부를 일본이 부담하기를 바랐고, 결국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본에 편파적으로 한일 청구권협정을 중재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한일 갈등 중재하고 싶다면 미국의 책임 깨달아야"

더든 교수는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의 갈등을 해결하지 못했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갈등이 다시 촉발되는 것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은 당시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받고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한일 갈등을 중재할 의사를 보인 바 있으며, 이번 유엔 총회 기간에 양국 지도자를 만난다고 전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전을 이루고 싶다면 미국이 한일 역사에서 오랫동안 해온 일을 거부해야 한다"라며 "한국과 일본은 지금도 역사를 서로 무기화하고 있으며, 여기에 미국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