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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으로는 흑해, 남으로는 지중해를 사이에 두고 가로로 길게 누운 터키 땅. 그 땅은 억겁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비, 바람, 태양에 의한 풍화와 침식으로 상상을 초월한 신화의 땅이 되었습니다. 터키 중부 아나톨리아 고원의 기기묘묘한 카파도키아 '바위 얼굴'은 놓칠 수 없는 경이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우리는 또 다른 터키의 얼굴, 남서부 데니즐리로 향합니다. 데니즐리에는 '성스러운 물의 도시' 파묵칼레가 있습니다. '목화의 성'이라는 파묵칼레. 이곳은 어떤 신비스런 얼굴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을까? 
 
 멀리서 보면 하얀 설산 같기도 한 파묵칼레. '목화의 성'이라는 뜻으로 오랜 기간 형성된 석회층 언덕입니다.
 멀리서 보면 하얀 설산 같기도 한 파묵칼레. "목화의 성"이라는 뜻으로 오랜 기간 형성된 석회층 언덕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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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묵칼레 가는 길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대평원이 끝없이 이어지고, 펼쳐지는 산하는 그림 같습니다. 드디어 마을 뒷산을 감싸고 있는 거대한 석회층 언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말 그대로 눈처럼 하얀 목화성이야!"
"근데, 스키장 설원으로 보이지 않아요?"
"내 눈에는 빙하 같기도 해!"


감동에 젖어 아내와 나는 같은 것을 보고도 표현이 제각각입니다. 높은 산에 둘러싸인 하얀 언덕처럼 보인 파묵칼레가 신기합니다. 200m정도의 석회층 하얀 설산, 아니 어찌 보면 빙하같기도 합니다.

온천수에 함유된 석회 성분이 기나긴 세월 속에 암석표면에 침전되고 굳어져 층을 이뤘습니다. 그 층의 언덕이 흡사 설산이나 빙하처럼 보일 뿐입니다. 사람의 힘이 아닌 자연이 빚어낸 걸작이 독특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파묵칼레의 또 다른 얼굴, 히에라폴리스

그런데, 파묵칼레 언덕에 고대유적지가 있다는 사실이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이름 하여 히에라폴리스! 파묵칼레는 신기한 자연풍광에 터키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리스 로마문명의 유적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파묵칼레 온천수는 산비탈을 흐르면서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석회언덕으로 만년설처럼 보이는 비경을 연출합니다.
 파묵칼레 온천수는 산비탈을 흐르면서 층층이 계단을 이루고, 석회언덕으로 만년설처럼 보이는 비경을 연출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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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뿜어져 나오는 온천수의 물길! 거기다 파묵칼레는 태양의 손을 거쳐 자연이 색칠을 더했습니다. 자연의 색칠에 아름다운 옷을 입힌 곳에 기원전 190년부터 '성스러운 도시'라는 이름의 히에라폴리스가 건설되었던 것입니다.

로마 비잔틴시대를 거치면서 성스러운 도시는 인구 10만 명에 달하는 큰 도시로 발전을 거듭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덕 위에 드러난 옛 도시를 보고 사람들을 탄식을 쏟아냅니다. 

"와! 이렇게 무참히 무너질 수가! 인간의 위대한 작품도 자연의 재앙 앞에는 한 순간이구먼!"
 
 고대 페르가몬 왕국과 로마제국에 속해 10만여 인구가 살았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는 1354년 대지진으로 폐허로 변하였습니다.
 고대 페르가몬 왕국과 로마제국에 속해 10만여 인구가 살았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는 1354년 대지진으로 폐허로 변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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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건축물들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습니다. 십자군과 셀주크의 공격에도 끄떡없이 버티던 히에라폴리스는 1354년에 있었던 대지진에 완전히 폐허가 되었습니다. 제아무리 뛰어난 문명이라도 자연재앙 앞에는 속수무책인 것 같습니다. 
 
 지진이 무너진 곳에서도 맑은 온천수는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원기둥 유적을 등받이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호사스럽습니다.
 지진이 무너진 곳에서도 맑은 온천수는 끊임없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원기둥 유적을 등받이로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호사스럽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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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에 다다랐습니다.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가 수영을 했다하여 더 유명해진 곳입니다. 지진으로 파손된 유적 위에 온천물이 솟아나고 있습니다. 로마시대의 원기둥 유적들이 물속에 잠겨있는 것입니다. 물속 원기둥을 등받이로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이 호사스럽습니다.

주도로는 마차가 다닐 정도로 넓습니다. 옛 고대도시가 얼마나 큰 도시였는지를 짐작하고도 남습니다. 넓은 도로 양쪽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상점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번성했던 도시에서도 손님을 부르며 물건을 흥정했을 상상을 하며 천천히 발길을 옮깁니다.
  
 지진으로 파묻혔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역사의 영광은 자연의 재앙 앞에 무참히 쓰러졌습니다. 장엄했을 아폴로 신전의 기둥들은 쓰러진 채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파묻혔던 고대도시 히에라폴리스! 역사의 영광은 자연의 재앙 앞에 무참히 쓰러졌습니다. 장엄했을 아폴로 신전의 기둥들은 쓰러진 채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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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옛날, 도시계획에 따라 바둑판 모양의 정교한 신전들이 늘어섰습니다. 오랜 세월 속에 무너지지 않고 버틴 대리석 신전의 기둥들은 신비스럽기까지 합니다. 한참을 걷다가 거대한 원형극장이 눈앞에 보입니다. 엄청나게 큰 규모입니다. 신기하게도 극장만큼은 원래 그 모습 그대로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최대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히에라폴리스의 원형극장. 잦은 지진에도 극장만큼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성기가 없어도 의사전달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최대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던 히에라폴리스의 원형극장. 잦은 지진에도 극장만큼은 원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확성기가 없어도 의사전달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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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형극장 중앙무대에는 아폴로 대리석 조각상들이 있어 인상적입니다.
 원형극장 중앙무대에는 아폴로 대리석 조각상들이 있어 인상적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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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무대에서 관광객 한 분이 큰 소리로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릅니다. 마치 배우가 공연이라도 하듯이! 뒷좌석에 있는 우리에게도 또렷이 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은 확성기 없이도 대사전달이 가능한 모양이야!"
"정말 그러네!"


소리의 공명을 유도하는 좌석을 설치하여 확성기 없이도 많은 관중들에게 의사전달이 가능했다는 당대의 건축기술이 놀랍습니다. 2~3세기에 건설한 야외극장이 이렇게 웅장할 수가! 2단으로 이은 관중석은 최대 1만5천명을 수용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중앙무대 주변에는 히에라폴리스의 수호신인 아폴로를 주제로 조각된 대리석 조각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눈 같은 설산에 따뜻한 온천수가!   

경이로운 고대유적지에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옛 사람들의 숨결을 함께하는 바람이 신선합니다. 앞선 아내가 손짓을 합니다.

"여보, 여보! 우리도 온천수에 발이라도 담가봐야지!"

우리의 발길은 철철철 흐르는 '목화의 성' 파묵칼레로 향합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파묵칼레는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사람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갑니다. 
 
 파묵칼레는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풍광과 그리스 로마문명의 역사유적을 동시에 갖추어 1988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파묵칼레는 자연이 빚어낸 위대한 풍광과 그리스 로마문명의 역사유적을 동시에 갖추어 1988년 유네스코 세계복합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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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자들은 파묵칼레의 경이로운 풍광에 도취되어 하얀 석회층을 맨발로 얼음 위를 걷는 느낌을 체험합니다.
 여행자들은 파묵칼레의 경이로운 풍광에 도취되어 하얀 석회층을 맨발로 얼음 위를 걷는 느낌을 체험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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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라 뜨거울 거라 생각했는데, 섭씨 35도로 미지근합니다. 석회가 뽀얗게 올라오는 게 보입니다. 물은 맑고 투명하고 깨끗합니다. 온천수는 어떤 유기물이나 오염시킬 요소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저 석회성분만 있을 뿐입니다. 우리도 온천수가 흐르는 도랑에 발을 담갔습니다. 온천수를 손으로 만져보니 목화솜을 만지는 것처럼 부드럽습니다. 
 
 섭씨 35도의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여행에서 오는 피로가 씻겨나가고도 남습니다.
 섭씨 35도의 따뜻한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여행에서 오는 피로가 씻겨나가고도 남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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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오는 피로를 씻어내는 데 이만큼 좋은 게 있을까? 힘 있게 흐르는 물에 사람들은 무릎까지 발을 담그고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담소를 나눕니다.

"와! 피곤이 싹이 가시는 것 같아!"

물길을 따라 흐르는 움푹 패인 온천수는 경사를 따라 흐르다 분지에 이르러 석회가 모이는 것 같습니다. 그게 층을 이뤄 몽글몽글 목화솜 같은 계단을, 또 겹겹이 언덕을 만들고, 또 만드는 것입니다.

1만4000년 동안 쉼 없이 흐르고 흐르는 석회는 무수한 시간의 흔적이 빚어낸 자연의 위대함입니다. 그저 경이로운 풍광에 감탄할 뿐입니다. 여행자는 파묵칼레에서 떨어지지 않은 발길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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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