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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요일인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해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일요일인 25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해 자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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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른바 '강남좌파들'을 높이 치켜세우며 큰 박수를 보내왔다.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부자정당을 지지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거꾸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차원에서 진보적 삶을 살겠다는 용기 있는 사람들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으랴!

강남좌파의 대표적 인물 중 한 사람이 조국 교수였다. 나는 그를 교수 시절부터 뜨겁게 응원해 왔고, 청와대 민정수석이 되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유전무죄·전관예우의 악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법조계를 개혁할 법무부 장관의 적임자라고 생각해 왔다.

2014년 문용린 교육감 대항마로 서울교육감에 출마해 달라는 나의 제안에 "저는 초중고 교육은 잘 모릅니다. 초중고 교육을 잘 아는 분이 출마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정중하게 사양하며, "저는 선출직에는 뜻이 없습니다. 혹시 나중에 민주정부 들어서면 법무부 장관은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가 꿈꾸던 대로 마침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었으나 현재까지 그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문제로 마치 벌집을 쑤신 듯 나라가 온통 야단법석이다. 사모펀드, 동생 부부의 위장이혼 의혹 등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이변이 없는 한 임명되나 싶었는데, 우리 국민들의 '마지막 보루', '역린'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교육 문제가 터지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논란이 커져버렸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 사태가 웅변하듯 우리 국민들은 적어도 '입시를 포함한 교육분야'에서만큼은 공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특권을 이용한 반칙, 변칙, 꼼수, 부정'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엎기도 한다는 말처럼, 청년층을 중심으로 "조국 당신마저!" 하며 허탈감과 상실감을 표출하고 있다. 또 조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믿음과 기대는 이제 실망과 분노로 바뀌고 있다.

'애벌레' 아닌 리셋해 '나비'가 되고 싶지만

"하루 종일 몸을 움직이면 1미터를 갈 수 있는 애벌레가 죽기 전에 10킬로미터를 이동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열심히 몸을 꿈틀거려야 할까? 아니다. 리셋해야 한다. 나비로 변해 훨훨 날아가야 한다."

김난도 교수의 <천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는 책에 나오는 대목이다. 저자는 청년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이 글을 썼겠지만, 적잖은 청년들은 이 글을 '희망고문'으로 인식한다. 한국에서 '리셋'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하기에.

누구나 애벌레 또는 미운오리새끼로 살고 싶은 사람은 없다. 모두가 우아한 나비 또는 백조의 삶을 꿈꾼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에서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세상', 말처럼 쉽지 않다.

시시포스의 신화처럼 많은 흙수저들은 오늘도 산꼭대기를 향해 쉬지 않고 바위를 굴리는 것과 같은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다시 말해, 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 먹기 살기 위해 애벌레, 굼벵이와 같은 고달픈 삶을 이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금수저들은 '나비'가 되어 '꽃길'을 걸으며 "돈도 배경도 실력이야, 너희 부모를 원망해!" 하며 우월의식과 특권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이생망(이번 생애는 망했다)'과 '민모션(자신의 힘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 상태의 증후군)'을 알기나 할까?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과잉보상이 주어지는 우리 교육

한국에서 '대학 간판'이 도대체 뭐기에, 평소 정의와 공정을 강조해 20, 30대 청년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던 조국 후보, 더구나 촛불정부라는 문재인 정부에서 민정수석까지 지낸 그조차도 '자녀의 대입문제'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과 졸업생,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아크로광장에서 열린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에 참가한 학생과 졸업생, 시민들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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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둔 부모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한국의 현실에서 학벌이 신분증과 같은 것임을 잘 알기에 그런 듯하다. 위법, 탈법이 아니라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녀에게 명문대 간판을 달아주고 싶은 것이 많은 부모들의 솔직한 심정일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누구보다 똑똑한 조국 후보가, 그것도 민주정부에서 법무부 장관해보겠다는 사람이 왜 그랬을까?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원망스럽고 가슴 아프다. 조국 후보를 비호하거나 두둔하려는 게 아니다.

나 역시 그에 대한 실망으로 며칠째 잠을 설치고 있다.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자니, 그가 그토록 실현하고 싶었던 법조계 개혁의 꿈이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어, 생각할수록 그것이 못내 안타깝다.

나는 이번 일을 두고 학종 폐지, 수시 축소, 정시 확대 등 소모적인 논쟁을 하기보다 기왕이면 한국교육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확 뜯어고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교육부 차원에서 작은 꼼수나 편법도 통하지 않는 보다 공정한 입시를 위한 촘촘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수시를 축소하고 정시를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변죽 울리기일 뿐이다.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보고, 결과만 보지 말고 근본적인 원인도 직시하자는 것이다.

비교육적이고 망국적인 '학벌사회', 이제는 과감하게 깨뜨려야

한 작가는 "한국은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면 엄청난 특권과 면책 등 과잉보상이 주어지고 바닥에 있는 사람들에겐 엄청난 벌칙과 과도한 고통이 주어지는 사회"라고 꼬집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일부 가진 자들은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교육을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부끄럽게도 현재의 실력이 아닌 대학 간판으로 대접받는 '학력·학벌사회'이다. 그렇다 보니 '사립초-국제중-특목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성공과 출세를 위한 특급열차'에 자녀들을 태우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앞문이 안되면 옆문과 뒷문을 통해서라도 자녀들을 올려 태운다. 자식의 출세를 보장하는 보증수표 앞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 똘레랑스, 도덕성, 체면은 모두 휴지 조각이 되고 만다.

부끄럽고 낯뜨겁지만, 이것이 우리나라의 실상이고 민낯이다. 골품제 사회인 신라시대도 아니고,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도 아닌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21세기 대한민국 대명천지에서 '대학 간판'으로 인생이 결정되고 보수와 승진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말도 안되는 야만적인 행태가 여전히, 그리고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학력과 학벌로 사람을 차별하는 것도 인종차별, 남녀차별, 종교차별, 연령차별 등과 같은 엄연한 인간차별이고, 심각한 인권침해행위임에도.

이제는 우리나라도 '간판'이 아닌 '능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임금이나 승진에서 거의 차별받지 않는다. 심지어 대학교수나 청소하는 아주머니나 급여 차이가 크지 않다고 한다. 영향력의 차이가 있을 뿐 직업에 귀천이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경우, 의사와 벽돌공, 택시기사의 월급에 큰 차이가 없다. 그리고 20~30%만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에 가는 것보다 각종 직업학교에서 실속 있게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에 진출한다. 그런데도 행복지수 1위 국가다. 성공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해야 성공한 삶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 '전문직업인'이 대접받는 세상을 조성해야 한다. 즉 독일과 덴마크 등 교육선진국처럼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치며, 먹고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저절로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대학진학율도 낮아지고 대학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한해 50만씩 대졸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부가 무슨 수로 그들이 눈높이에 알맞은 질 좋은 일자리를 모두 마련할 수 있겠는가?

대학진학률이 낮아지면 대졸 청년실업률도 떨어지고, 고졸취업 활성화를 통해 특성화고 출신들이 대거 취업하면 외국인 노동자 유입도 줄어들 것이다. 고졸 취업자들이 일찍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출산율까지 높아질 것이다. 악순환이 선순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 뿌리내리게 하려면 '교육 대수술' 불가피해

모두들 초심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를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대역사가 시작된다."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가슴 뛰는 대목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장애물과 걸림돌이 있어도 이런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믿는다.

문 대통령의 뜨거운 취임사와 대선공약들이 공염불이 아닌 실현가능하도록 하려면 '교육혁신'이 불가피하다. '교육 대수술'이 분명 필요함에도 이런 저런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교육공약이 실종됐다고 말할 정도로 '교육혁신'이 지지부진하다. 부디 초심으로 돌아가 이제라도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이면 안 된다.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고름이 시간이 지난다고 살과 뼈가 되는가? 정부여당 및 정치권, 더 나아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국공립대 공동학위제 및 공영형사학 도입, 고졸취업 할당제' 등 획기적인 법제화를 통해 망국적인 대학서열을 타파하고 학력, 학벌사회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부디 조국 후보의 딸 문제를 두고 무차별적 인신공격성 흠집내기에 골몰하거나 소모적인 정쟁을 하기보다는 이제는 일정 정도 국회 청문회에 맡겨두고, 차라리 그 노력과 시간과 정성으로 재발 방지 차원에서라도 차분하게 생산적 논쟁으로 전환하길 바란다. 어떻게 '교육혁신 법제화'를 이뤄내 '행복한 교육혁명'을 실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 등의 매체에도 보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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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