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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돼 있다가 철거된 '친일' 조두남의 흉상과 밀랍인형, 가곡 <선구자> 악보가 신문지에 쌓여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 전시돼 있다가 철거된 "친일" 조두남의 흉상과 밀랍인형, 가곡 <선구자> 악보가 신문지에 쌓여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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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시인 윤해영과 친일 작곡가 조두남이 만든 가곡 '선구자'를 더 이상 부르지 말고 <음악> 교과서에도 수록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시는 마산음악관에 전시돼 있던 조두남(1912~1984)의 흉상과 밀랍인형, '선구자' 악보를 전격 철거했다. 이에 열린사회희망연대와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선구자 노래비와 노래 교과서 수록 여부를 전국에 걸쳐 파악해 해당 지자체와 교육청 들에 철거 등을 요구하겠다고 나섰다. 친일 음악인 조두남이 만든 노래인 선구자를 이번 기회에 퇴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7월 30일 <오마이뉴스>는 창원시가 운영하는 마산음악관에 친일 음악인 조두남의 흉상과 선구자 악보 등이 전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후 열린사회희망연대·경남운동본부가 기자회견을 열어 철거를 촉구해, 현재 조두남 관련 전시물은 마산음악관 창고에 보관돼 있다.

마산음악관 조두남 전시물, 창고로... 선구자 논란 왜?

마산음악관은 2003년 '조두남 기념관'으로 개관해 친일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2004년에 마산음악관으로 이름을 바꾸고 음악관 뜰에 세워져있던 비석의 '선구자' 노랫말도 제거했다.

'제2의 애국가'로 불릴 만큼 국민 애창곡이었던 '선구자'는 왜 이런 꼴이 됐을까. 작사·작곡가의 친일 행적에 더해 노랫말도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우선 작사·작곡가 모두 친일 행적이 뚜렷하다. 작사가 윤해영(1909~?)은 친일 시인으로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작곡가 조두남은 <징병의 만세> <황국의 어머니> <만주국을 건설> <아리랑 만주> 등 일제를 찬양하는 노래를 작곡했고, 노골적 친일극 <스파이와 오도르>를 연출했다. 조두남도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랐다.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일 창원시립마산음악관 안팎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산음악관은 친일음악관이다"며 새롭게 정비할 것을 촉구했고, 창원시는 7일 <선구자> 악보 전시물을 철거했다.
 열린사회희망연대, 적폐청산과 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는 6일 창원시립마산음악관 안팎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마산음악관은 친일음악관이다"며 새롭게 정비할 것을 촉구했고, 창원시는 7일 <선구자> 악보 전시물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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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가사를 둘러싼 논란도 더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선구자'를 독립운동가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독립운동가를 잡던 간도특설대 등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선구자' 가사는 "일송정 푸른솔은 늙어늙어 갔어도/한줄기 해란강은 천년두고 흐른다/지난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1절)다.

1943년 윤해영은 <반도시화와 낙토만주>에 시 "낙토만주"를 발표하는데 여기서 '선구자'가 등장한다.

"오색기 너울너울 낙토만주 부른다/백방의 전사들이 너도 나도 모였네/우리는 이 나라의 복을 받은 백성들/희망이 넘치누나 넓은 땅에 살으리
송화강 천리언덕 아지랑이 향화촌/강남의 제비들도 봄을 따라 왔는데/우리는 이 나라의 흙을 맡은 일군들/황무지 언덕 위 힘찬 광이 두르자
끝없는 지평선에 오곡금파 금실렁/노래가 들리누나 아리랑도 흥겨워/우리는 이나라에 터를 닦는 선구자/한 천년 세월 후에 영화만야 빛나리."


또 <간도특설대 군가>에도 '선구자'가 나온다.

"시대의 자랑, 만주의 번영을 위한 징병제의 선구자,/조선의 건아들아!/선구자의 사명을 안고 우리는 나섰다. 나도 나섰다./건군은 짧아도 전투에서 용맹을 떨쳐/대화혼(大和魂)은 우리를 고무한다./천황의 뜻을 받든 특설부대/천황은 특설부대를 사랑한다."

'간도특설대'는 일제가 조선의 독립운동조직을 토벌하려 만든 특수부대였다. 간도특설대는 1939년에서 1945년까지 만주국에서 동북항일연군과 항일운동세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이 두 노래에 등장하는 '선구자'는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을 아는 선구자'라는 의미로 이는 '친일의 선구자'를 찬양하는 맥락이다.

한편 조두남은 생전에 선구자 노래가 1930년대에 만들어졌으며 작사가 윤해영과 1940년대에 활동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던 때가 아니라 앞서 만들어졌기에 '친일'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2003년 옛 마산시의 공동조사에서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선구자' 부르지도 말고 교과서에서도 퇴출해야"

6일 기자회견에서 열린사회희망연대·경남운동본부는 "만일 조두남에게 친일행위가 없었다 하더라도 선구자는 조두남에게 치명적인 과일 뿐이다. 본래 '용정의 노래'였던 제목을 '선구자'로 바꾸고 가사 또한 제목에 맞게 고치고 작사자와 창작 배경에 이르기까지 한편의 감동적인 소설로 만들어 대국민사기극을 벌인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십수 년 전만해도 정부나 지자체의 공식행사에서 또는 방송에서 선구자의 노래를 자주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마산에서 일어난 '조두남 기념관' 사건 이후 지금은 어디에서도 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며 "선구자의 진실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그 노래를 부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한편 국립현충원에도 '선구자'를 기리는 목조 조형물이 설치됐다가 철거됐다. 2013년 국방부는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 '일송정' 정자를 짓고 선구자 노랫말을 새긴 나무판을 설치했다. 이후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친일 행적 등을 문제삼아 철거를 요구, 2015년 11월 나무판과 일송정 정자 현판도 사라졌다.

김영만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상임의장은 "창원시가 마산음악관의 조두남 흉상, 밀랍인형, '선구자' 악보를 철거해 다행이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민들이 선구자에 대해 제대로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일제잔재, 친일이 제대로 청산되지 않았기에 이런 일이 반복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우리 일상에 친일이 자연스럽게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것들은 깨끗이 청산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선구자 노래비가 전국 어디에 있는지 조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설치된 지역의 지자체에 관련 자료를 보내 철거를 요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음악 교과서에 선구자가 실려 있다고 한다. 이 또한 전수조사해 해당 출판사에 삭제 요청을 할 예정이다. 교육청에도 선구자 노래를 가르치지 않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에 있는 '일송 기증석'.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뜰에 있는 "일송 기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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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내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창원시는 7일 왼쪽의 <선구자> 악보와 오른쪽의 밀랍인형, 흉상을 철거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포동에 있는 "마산음악관" 내부에 있는 조두남 전시물. 창원시는 7일 왼쪽의 <선구자> 악보와 오른쪽의 밀랍인형, 흉상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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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창원시, #마산음악관, #친일 윤해영, #친일 조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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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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