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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과 높은 당도의 고령 우곡수박.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과 높은 당도의 고령 우곡수박.
ⓒ 고령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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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토양에 따라 지역별로 자라는 과일은 천차만별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과일을 먹는 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라고 말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아시아와 유럽, 중동 모두에서 예외 없이 공통으로 사랑받는 과일이 있으니 바로 수박이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에선 수박에 얼음을 섞어 믹서(mixer)로 갈아 만든 주스를 마시는 관광객들이 거리마다 흔전만전이다.

마케도니아와 불가리아 같은 동유럽 국가의 전통시장에서도 수박은 인기가 높다. 특유의 청량함과 달콤함 때문. 심지어 사막의 모래바람이 휘몰아치는 이란에서도 수박을 먹는다.

낮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이란의 고도(古都) 이스파한(Esfahan). 거기서 만난 이슬람 성직자가 기자에게 건네던 시원한 수박 한 조각의 맛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처럼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수박. 바로 그 수박이 향기롭고 맛있는 계절이다. 폭염의 8월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려 사람들을 유혹하는 '여름의 맛'.

경상북도 고령은 '한국 최고의 수박 산지(産地)' 중 하나로 이름이 높다. "올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덥다"는 보도를 접한 날. 우곡수박의 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을 잊지 못해 고령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우곡수박이 ‘명품’을 꿈꾸며 자라고 있다.
 우곡수박이 ‘명품’을 꿈꾸며 자라고 있다.
ⓒ 고령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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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혜의 자연 환경에 농업 기술이 결합된 고령 수박

"반으로 가르는 소리부터 맛있고, 빨간 속살이 유혹하는 수박을 우리도 좋아합니다. 맛도 맛이지만 비타민 A와 C를 다량 함유한 알칼리성 식품이니 건강에도 좋지 않겠어요."

고령군청 농업정책과 사람들은 고령 우곡수박 자랑에 입을 모았다. 수박에는 항산화물질인 리코펜(Lycopene)과 신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시트룰린(Citrulline)이 많이 담겼다. '건강을 생각해서 먹는 과일'이라는 세간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수박을 두드릴 때 나는 경쾌하고 맑은소리, 선명한 호랑이 가죽 무늬와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고령 수박이 제철을 맞고 있다. 우곡면이 주산지인 고령의 수박은 풍부한 일조량과 비옥한 토양이라는 자연조건 아래 축적된 기술력과 친환경적 재배 환경 조성 노력까지 더해져 전국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수박은 서과(西瓜) 혹은, 시과(時瓜)라고도 불린다. 긴 줄기가 땅 위에 얽히며 가지가 갈라지며 자란다. 4월 말이나 5월 초순이면 노란색 꽃이 피고 화관이 5개로 갈라지면서 제대로 된 과일의 형태를 취하기 시작한다.

각종 문헌에 의하면 수박의 원산지는 아프리카. 고대 이집트에서 재배가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한국에선 1500년을 전후해 길러 먹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에 관련된 기록이 조선시대 <연산군일기>에 담겼다.

시설 원예를 통한 상시 재배가 가능해진 오늘날엔 '씨 없는 수박'을 포함한 다양한 품종을 맛보는 게 가능하다. 약재가 귀했던 옛날엔 수박을 방광염 치료제와 강장제로 사용하기도 했다고 한다.

고령군은 수박 농사에서 1기작 후에는 유기질 퇴비를 충분히 섞고 담수 처리 후 벼를 재배하는 방식을 일찍부터 시작했다. 여기에 매년 토양 검정에 의한 맞춤비료로 비료 성분의 과부족을 개선하고 미생물을 적절히 사용하는 등 토양 개량에 지속적으로 노력 중이다.

그 결과 고령 우곡수박은 재배되는 땅의 영양분을 최대한 흡수해 아삭아삭한 육질을 가지게 됐다. 달콤함 또한 다른 지역 수박보다 뛰어나다. 이는 고령군의 남다른 노력이 가져온 보너스로 보면 될 터.  

'명품' 되려면 부단한 노력 있어야

오래전부터 노지에서 키우던 고령 우곡수박은 1963년 '터널식 수박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본격적으로 시설하우스 재배 방식으로 키워진다.

고령군청 농업정책과는 "우곡수박은 단기간에 최고의 브랜드가 된 게 아니다. 재배농가들의 숱한 시행착오와 고생 끝에 오늘날의 명성을 얻은 것"이라며 "최상의 품종을 선정하고, 숙기도 최적으로 맞추는 노력이 있었기에 우곡수박이 명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여기에 더해 고령의 수박 재배농가들과 농업 전문가들은 벌을 이용한 친환경 수정 방식을 개발해 우곡수박의 고품질화를 꾀했고, 유통과 마케팅에서도 최선의 방식을 찾기 위해 토론과 고민을 이어갔다.

고령군청도 수박이 훼손 없이 안전하게 소비자에게 배송될 수 있는 박스를 개발하고,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유통센터를 통해 유통 마진을 줄이는 길을 찾았다. 하나의 '명품'이 탄생하기 위해선 이처럼 여러 분야 사람들의 협력과 소통이 필요했던 것이다.
 
 30년간 고령에서 수박을 키워온 농민 박해동 씨.
 30년간 고령에서 수박을 키워온 농민 박해동 씨.
ⓒ 고령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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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일손 부족 해결을 위한 '인력 지원' 절실

큼직한 고령 우곡수박 하나를 쪼개 먹고 나니, 이것을 재배하는 현장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고령군 우곡면 봉산리에서 30년 넘는 기간 동안 수박을 길러온 박해동(58)씨가 환한 웃음으로 기자를 반겼다.

한 아이가 태어나고 자라 자식을 낳을만한 긴 세월을 수박과 함께 한 박씨의 첫마디는 "올해 수박은 당도가 13Brix(브릭스·달콤함의 정도를 표시하는 단위) 이상으로 매우 좋습니다. 말만 하는 것보다 우선 한 번 드셔보세요"라며 넉넉한 인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키우는 수박이 병 없이 튼튼하게 자라 품질을 인정받고, 좋은 가격에 팔려나간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라는 말로 농사짓는 사람의 보람을 말한 박씨가 힘겨웠던 일도 어렵게 떠올렸다.

"몇 해 전에는 육묘장에서 가져온 모종이 병이 들어 재배한 수박 전체를 못 쓰게 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참…"

좋지 못한 기억을 떨쳐 버리라고 유쾌함을 부를 질문 하나를 던졌다. "고령 우곡수박이 타지역 수박보다 맛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박씨의 답은 금방 돌아왔다.

"우곡면은 낙동강변의 사질양토라 배수가 잘되고, 밑거름 조성 때 유기물퇴비를 섞어 넣어 토양의 성질을 개선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좋은 수박이 생산되는 게 당연하겠지요. 아마도 육질과 당도 면에서 우리 지역 수박을 따라올 게 없을 겁니다."

대부분의 농촌지역은 고령화로 인한 '일손 부족' 문제를 안고 있다. 고령군도 예외일 수 없다. 2월에서 4월까지는 수박의 순(筍)을 쳐야 하는 시기인데 작업을 할 농민이 항상 부족한 실정. 인건비를 높여도 사람들이 선뜻 나서지 않는다는 게 수박 재배농가가 호소하는 어려움이다.

박씨는 "마늘과 양파를 수확할 때는 농협을 통해 적절한 인력 지원이 되는데, 수박의 경우엔 그만큼의 지원이 안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개선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북매일신문>에 게재된 것을 일부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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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꽃> <한국문학을 인터뷰하다> <내겐 너무 이쁜 그녀> <처음 흔들렸다> <안철수냐 문재인이냐>(공저) <서라벌 꽃비 내리던 날> 등의 저자. 경북매일 기자.

라이프+ 여행·문화 담당 기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선 이야기의 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