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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관광의 출발점은 바로 바티칸 박물관이다. 1400여 개의 방이 있는 세계적인 규모다. 바티칸 박물관이 일반에게 공공 박물관으로 처음 공개된 시기는 클레멘스 14세 치하인 1773년이다. 이때부터 복권으로 조금씩 자금을 마련해 바티칸 곳곳에 새로운 건물을 지으면서부터이다.

이곳에는 고대 그리스 미술부터 중세에 이르는 조각품, 명화, 유물 등이 많이 소장되어 있다. 미술사적으로 가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이 있어 전 세계 많은 관광객들이 바티칸 박물관을 찾는다.

키아라몬티 전시관

본격적인 바티칸 박물관 구경에 나선다. 맨 먼저 키아라몬티 전시관(Museo Chiaramonti) 입구이다. 긴 통로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운 흉상의 방에 들어왔다. 흉상들이 너무 많아 복잡하게 보인다. 언뜻 보면 대학교 조소학과 학생들이 조각 후 작업실 벽면에 각종 흉상들을 가득 채워 둔 모습 같다. 규모에 있어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바티칸 박물관 키아라몬티 전시관(Museo Chiaramonti)에 있는 각종 조각품과 흉상들 모습
 바티칸 박물관 키아라몬티 전시관(Museo Chiaramonti)에 있는 각종 조각품과 흉상들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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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1000여 개가 넘는 로마시대 조각품과 흉상들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흉상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긴 통로에 배치해 두었다. 너무 많아 값어치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는 유명한 황제, 영웅, 신들의 흉상들이 부조되어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작품 하나하나가 역사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가치 있는 작품들이라고 한다. 흉상의 방 창문으로 로마 시내의 모습이 보인다. 천년고도 경주처럼 높은 건물이 없다. 아마 로마도 그때 당시 고도제한을 두어 도시 미관을 사전 관리한 듯 보인다.

벨베데레 정원

흉상의 방을 지나 이제 벨베데레 정원(Corlile del Belvedere)에 도착했다. 건물 모습이 팔각형이라 팔각정원이라고도 불린다. 둥글게 회랑 형태로 지은 건물인데 규모는 작지만 아름답게 보인다.

많은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그리스 시대 청동상을 로마시대에 대리석으로 본뜬 벨베데레의 아폴론 석상이다. 활을 쏜 직후 날아가는 화살을 응시하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팔각정원에 있는 대부분의 조각상들은 대리석으로 조각해 놓았다. 인체의 신비스러운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한 걸작품들이다. 마치 조각상 근육질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면 경탄스럽기도 하다.

벨베데레 정원에는 또 하나의 걸작품으로 라오콘 군상이 있다. 그리스와 트로이가 맞붙은 트로이 전쟁 당시 라오콘은 트로이 목마를 내부로 들이는 것에 반대한다. 그러다 신들의 노여움을 사게 되고 결국은 아테나와 포세이돈이 보낸 두 마리의 뱀에 의해 질식사 하게 된다. 이 조각상은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이 바다뱀과 싸우는 장면을 잘 묘사하고 있다. 뱀에게 감겨 싸우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는 마지막 절규의 순간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티그리스 강을 지키는 수호신의 모습과 메두사의 머리를 베어 한쪽 팔로 치켜들고 있는 페르세우스 상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초등 권장도서에 많이 나오는 전령의 신이라고 하는 헤르메스 조각상도 보인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답고 귀중한 조각상들이 많은 팔각정원이다.

피오 클레멘티노 전시관, 동물의 방

팔각정원을 나오면 바로 피오 클레멘티노 전시관으로 계속 이어진다. 동물의 방이다. 여기는 펜스가 쳐져 있어 내부로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양쪽 벽면과 중앙에 소와 말 등 각종 동물들을 조각해 놓았다.

흉상의 방에서 본 수많은 사람 흉상은 이해가 되었지만, 각종 동물들을 조각해 별도의 방에 진열해 놓은 이유가 궁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훌륭한 조각가의 길을 걸으려면 먼저 각종 동물들의 조각부터 만들어 본 뒤 인체 조각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예로부터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항상 동물들이 곁에 존재하며 살았다. 동물의 방 조각상을 보니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뮤즈의 방

동물의 방에서 뮤즈의 방 입구에 들어서니 천장에 있는 그림들이 눈에 확 들어온다. 천장화가 한마디로 너무 화려해 보인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보아도 그림이 입체감이 있고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바티칸 박물관 뮤즈의 방에 있는 토르소(torso) 모습
 바티칸 박물관 뮤즈의 방에 있는 토르소(torso)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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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의 방 입구부터는 인파에 떠밀리듯 지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쳐다보며 움직임이 없다. 인체의 완벽한 모습이 아닌 몸통만 있는 토르소(torso)를 보기 위해서다. 이탈리아어에서 유래된 토르소는 사지가 잘려나간 인체의 부분을 뜻한다.

토르소를 처음 발견했을 때 머리와 팔, 다리가 없어 교황 율리우스 2세가 미켈란젤로에게 복원을 의뢰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는 몸통만 있는 지금 상태 그대로도 완벽한 인체의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은 복원을 할 수 없다고 거절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벨베데레의 정원에 있다가 뮤즈의 방으로 옮겨온 토르소이다. 미켈란젤로는 <최후의 심판>을 그릴 때 토르소를 그림에 모델로 넣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도 토르소가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그의 수많은 조각상에 토르소를 기본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원형의 방 & 그리스 십자가의 방

뮤즈의 방에 이어 마치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원형의 방에 왔다. 한쪽 벽면에 2세기경에 만든 황금빛이 인상적인 헤라클레스 상이 중앙에 보이고, 양쪽에도 커다란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바티칸 박물관 원형의 방에 있는 네로 황제의 욕조와 황금색 빛을 발하는 헤라클레스 상의 모습
 바티칸 박물관 원형의 방에 있는 네로 황제의 욕조와 황금색 빛을 발하는 헤라클레스 상의 모습
ⓒ 한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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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는 1700년대에 네로의 황금궁전에서 가져온 엄청난 크기의 욕조가 있다. 바로 네로 황제의 욕조이다. 욕조에 들어갈 때는 노예의 등을 밟고 올라갔다고 한다. 황제의 욕조를 놓아둔 자리라 그런지 바닥의 모자이크도 아름답게 표현되어 있다.

바티칸 박물관 피오 클레멘티노 전시관의 마지막 방인 그리스 십자가의 방이다. 십자가의 방에는 바닥을 밟지 못하도록 펜스가 쳐져 있다. 이 방은 그리스 십자가 모양으로 디자인되었으며 1780년에 완공되었다. 바닥에 있는 모자이크는 3세기 경의 것으로 추정되며 투스클라나 지역에서 가져왔다.

이 방에는 4세기에 화강암으로 만든 붉은 석관이 두 개 있다. 왼쪽 석관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어머니인 헬레나 성녀의 관으로 로마의 병사들이 야만족을 물리치는 모습으로 무덤에서 직접 가져왔다. 오른쪽의 석관은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에게 바칠 포도주를 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데 콘스탄티누스의 딸인 콘스탄티나의 것이다.

[참고문헌]
김영숙 <바티칸 미술관에서 꼭 봐야 할 그림 100>
김지선 <바티칸 박물관 여행>

 

태그:#키아라몬티 전시관, #바티칸 박물관, #벨베데레 정원, #비오 클레멘티노 전시관 , #네로 황제 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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