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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수석이 페이스북에 죽창가(대학들의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 불렀던 노래)를 올리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글을 38건이나 올렸다는 뉴스로 정치권이 달아오르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 조국 수석 글의 주된 요지는 '싸울 때는 쫄지 말고 싸워서 이기자, 일본이 우리보다 국력이 위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피할 수 없는 국면에서 싸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글 중에서 특별히 자유한국당 등 보수정치세력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이 불편하게 느끼는 부분은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 "문제는 (일본 정부의) 논리에 부분적, 전면적으로 동조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국인이 있다"라는 내용인 듯하다.

뿐만 아니라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1965년 이후 일관된 한국 정부의 입장과 2012년 및 2018년 대법원 판결을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것은 정확히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한국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내용을 문제삼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수석의 포스팅은 보수세력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어 보인다. 필자는 보수언론과 보수정치인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틈타 문재인 정부에게 책임을 묻고,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추측한다. 조국 수석이 그러한 자신을 '친일세력'으로 낙인 찍으며 국면을 전환하려 하니 못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가 위기에서도 야당 탓을 하기 위해 친일 몰이나 하는 청와대와 여당이 한심하다", '북한 팔이'로도 모자라 이제부터는 일본 팔이를 하느냐"며 조국 수석의 글에 반박했다. 또,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자기와 생각이 다르면 친일파인가? 한국 사회에서 제일 심한 모독이 친일파"라는 글을 올렸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조국 민정수석의 오만함과 무도함에 국민들이 치를 떨 지경이다"라며 "국민 정서를 이분법적 사고로 나눈 것도 모자라, 반일 감정까지 선동하는 그 의도가 뻔하다"고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놨다.

조국 수석의 발언에 대해선 두 가지 측면에서 비판이 가능하다. 하나는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적 직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놓고 일본을 비판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문제다. 한일 관계가 평온한 상태에서 일본을 자극하는 글을 올리거나 발언을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일본의 공격을 받은 상태다. 국가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최소한의 국민 된 도리다. 필자는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켜며 대응을 독려하는 것도 정권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기본 임무라고 생각한다.

무역보복을 먼저 시작한 것은 일본의 아베 수상이다. 아베 수상은 물론 고노 외상까지도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 관계자에게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조국 수석에게 자제를 권하려면 먼저 무역보복을 감행한 일본 정부에 대하여 그 잘못을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 아베 수상의 경제보복이 세계 경제질서를 해치는 것이라고, 고노 외상의 외교적 결례에 대하여도 따끔하게 한마디를 해야 한다. 일본의 잘못에 대하여는 아무런 응답도 없이 우리 측에 무조건적인 침묵을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다음으로는 일본의 무역보복을 불러온 원인이 어디에 있느냐의 문제다. 우리의 외교적 무능으로 인해서 일본의 경제보복을 초래한 것인가에 대하여 명확히 답해야 한다. 아베 수상이 내세우는 일본 정부의 입장은 ①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소멸됐다는 점, ②이를 무시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이를 방치한 문재인 정부가 잘못이라는 점, ③한국이 국가 간의 약속을 어겨 일본 기업에게 피해를 주므로 무역규제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일청구권 협상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협정일 뿐이다. 우리 국민이 일본 정부나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로 입은 손해를 면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에게 그러한 권한이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국민들이 국가에 권한을 준 사실도 없다. 더욱이 일본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상을 해야 할 이유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도 않은 배상을 놓고 이미 배상이 끝났다고 주장하는 꼴이다. 대법원 판결도 그러한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권분립을 기본으로 하는 국가다.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끼치려는 어떠한 시도도 불가능하다.

아베 수상의 요구는 우리 정부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끼쳐서 징용피해자들이 일본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것과 다름없다. 대한민국을 봉건국가로 되돌리려는 시도다. 자신이 속한 나라의 국법질서가 중요하다면 다른 나라의 국법질서도 중요하다. 이를 침해하려는 어떤 시도도 문명국가에서는 용인되지 않는다. 대법원 판결 운운 하는 아베의 태도는 근대법 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아베의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우선 국가 간의 조약이라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나 법원의 판결로 무효가 될 수 있다. 그 경우 조약은 그 나라에서 효력을 갖지 못한다. 법원의 판결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가와 국민 모두 당연히 따라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긴 나라는 일본이다. 과거의 식민지배에 대하여 사과를 했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망언을 일삼으면서 이를 부인하는 것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전후에 제정된 일본헌법 제9조(이른바 평화헌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규정한다.

"일본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고, 국권의 발동에 의거한 전쟁 및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이러한 목적을 성취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치 않는다."

비록 미국을 비롯한 승전국의 주도로 만들어졌지만 일본이 이를 승인한 것이다. 국제적인 약속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무력을 보유하면서 전쟁이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국제사회의 약속과 신뢰를 운운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필자는 개인적으로 조국 수석의 발언을 비판하려면 일본 측의 태도가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 측의 무역보복이 정당한 근거에 의한 것인지,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무역보복의 근거가 합리성이 있는지 자신들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 일본의 무역보복을 불러온 원인이 우리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서 비롯되었다거나, 우리 정부 측에게만 일방적으로 외교적 해결을 촉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선거가 끝난 후 아베 수상은 한국이 청구권협정 위반 사항에 대한 제대로 답변을 가져오지 않으면 건설적인 논의가 안 될 것이라면서, 한국이 먼저 답을 가져와야 한다는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에게 일방적인 양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데도 보수세력과 보수언론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애매한 말들로 일본 편을 들고 있는 듯하다. 일본은 어떤 태도를 취하더라도 힘 있는 나라이니 우리가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외교적인 노력을 하자는 것 아닌가?

보수세력이 반복해서 주장하는 실리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도 쉽게 동의하기도 어렵다. 실리외교도 우리의 혼을 그대로 유지할 때만 가능하다. 정신줄을 놓고 경제적 이익을 취한들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사실 오늘날의 사태도 실리를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한일청구권협상을 쉽게 받아들인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경제적 이익을 취하면서 애매모호한 내용으로 면죄부를 주었으니 말이다.

무역전쟁의 국면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면서 일본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이는 세력을 비판하는 일은 필요하다. 국가의 존립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헤게모니에만 관심이 있는 보수세력에게는 큰 위험이 될 수도 있는 프레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김정범 변호사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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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습니다.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겸임교수(기업법, 세법 등)로 활동하고 있는 김정범입니다. 공정한 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함께 더불어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배치되는 비민주적 태도, 패거리, 꼼수를 무척 싫어합니다. 나의 편이라도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