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국회 본회의장에 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국회 본회의장에 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점차 근로기준법의 시대는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도 근로기준법과 동시에 필요합니다. (중략) 이제 국가가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기준'의 시대에서 경제주체가 자율적으로 맺는 '계약'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지난 4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장에서 한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 중 일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노동법규를 4차산업혁명과 연계시키면서 '노동자유계약법'을 주장했다. 4차산업혁명을 핑계 삼아 기존노동체계 자체를 흔들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하나하나 살펴보자.

노동시장이 '규제'받는 이유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측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측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 사용자측 류기정 경총 전무(왼쪽)와 근로자측 이성경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먼저 '근로계약' '계약의 자유' 그리고 왜 노동시장에 규제가 가해지는지 살펴보자.

근로계약은 근로자의 노동력과 사용자의 자본을 교환하는 계약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 또한 하나의 상품이기에 노동시장에서 자본과 거래되는 것이다. 노동자도 사용자도 모두 사인(私人)이기에 근로계약은 사인 간의 거래를 규정하는 민법의 영역이다. 때문에 근로계약에는 민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계약자유(사적자치)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근로계약은 계약자유의 원칙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어 보인다. 하루 근로시간은 8시간을 넘어서는 안 된다,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1주일에 52시간을 넘길 수는 없다, 임금은 반드시 시간당 8350원 이상(2019년 기준)을 줘야 한다 등 다양한 제도적 규제에 둘러싸여 자유롭게 체결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 사회라고 해도 계약자유의 원칙이 무제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자유로운 거래가 오히려 사회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계약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 국민보건에 악영향을 끼치는 마약류의 거래, 시장질서를 침해하는 독과점,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물 등의 규제가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노동시장은 어떠한 이유에서 규제하는 것일까? 노동자는 사용자에 대한 대항 수단으로 파업을, 사용자는 파업에 대항해 직장폐쇄를 할 수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노동자와 사용자는 대등한 관계다.

하지만 노동시장은 자칫 균형추가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폐해가 발생하고 만다. 최저임금 이하로 임금이 떨어지면 당장 노동자는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장시간의 연장근무는 노동자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인간의 신체에서 비롯되는 노동력은 한 번 훼손되면 쉽게 회복할 수 없다. 더욱이 노동력의 침해는 그 자체로 인권의 침해로 이어지곤 한다. 노동시장이 강력한 제도적 규제를 받는 이유다.

나경원의 생각, '규제가 모든 경제문제의 근원' 
  
그런데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구성을 전제로 한다. 둘 중 한 주체라도 등장하지 않는다면 근로계약은 성립될 수 없다. 돈(사용자)과 노동력(근로자)이 거래되는 계약에서 돈 또는 노동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계약이 체결될 수 없기 때문이다.

노동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사용자 스스로인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노동자나 사용자가 존재하지 않는 노동시장이 있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근래 사용자 없이 노동자만 존재하는 노동시장이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상징, '플랫폼 노동'이다. 플랫폼 경제가 아닌 4차산업혁명을 내용으로 하는 IT·전자·통신 등의 업종은 4차산업혁명을 내용으로만 다룰 뿐 근로관계는 기존 체제와 다를 게 없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4차산업혁명을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기존 노동법규는 4차 산업혁명에 맞지 않는다면서 "새로운 산업 환경과 근로 형태에 맞는 '노동자유계약법'"의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노동자유계약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제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근로기준의 시대에서 계약자유의 시대로 가야" 한다고 일갈한 것을 보면 근로계약을 다양하게 규제하는 노동법규를 철폐하고 사용자와 근로자가 자유롭게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나 원내대표는 (노동)계약자유화가 "국민들에게는 마음껏 일할 자유를, 우리 산업에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보장"하고 "신규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낼 것이라 주장했다. 그는 계약자유화가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는 반대로 '계약의 규제'가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이라는 뜻이다.

4차산업혁명의 상징 '플랫폼 노동'은 기존 노동법과 연관 없다
 
타다, 4월부터 택시와 협업 서비스  종합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가 택시업계와 협업해 준고급 택시 서비스 '타다 프리미엄'을 4월부터 시작한다고 2019년 2월 21일 밝혔다. 타다 플랫폼 이용고객들이 참여한 법인·개인택시를 호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날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지난 2월 21일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서 열린 "타다" 미디어데이서 이재웅 쏘카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4차산업혁명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이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어 혁신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뜻한다. 노동시장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4차산업혁명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택시 업계와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는 차량 공유 플랫폼 '타다', 음식점과 손님 그리고 배달노동자를 연결해 주는 '요기요' '배달통'과 같은 각종 배달 앱, 자동차 소유주들을 이용해 상품을 배달하는 '쿠팡 플렉스' 등이 모두 플랫폼 경제를 활용한 사업들이다.

그런데 플랫폼 노동이 기존 노동형태와 가장 다른 점은 노동자는 존재하지만 사용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차역 플랫폼에는 많은 기차가 다양한 목적지를 향해 몰려든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이 서로 다른 목적지를 향해 기차에 올라탄다. 이렇듯 플랫폼은 기차와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장소만 제공할 뿐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플랫폼 경제 역시 손님과 자동차(타다), 음식점과 손님 그리고 배달원(배달 앱), 판매자와 소비자 그리고 운전자(쿠팡 플렉스)를 연결해 줄 뿐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타다'와 '쿠팡 플렉스'의 운전자, 각종 배달 앱의 배달노동자는 노동력을 투입해서 돈을 버는 노동자지만 그들을 고용한 사용자는 없다. 플랫폼 운영자들은 말 그대로 플랫폼을 운영할 뿐 그들을 고용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용자와 노동자를 전제로 하는 기존 노동관계 법규들은 플랫폼 경제에서는 전혀 작동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4차산업혁명 시대 노동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가'가 돼야 한다. 그들은 노동자가 아니기에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고, 더 이상 일할 수 없게 돼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 연봉협상, 근속수당, 퇴직금 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현재 노동법규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지 못한다며 새로운 노동법규, 즉 '노동자유계약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재 노동법규는 4차산업혁명의 노동관계에 부합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사실상 4차산업혁명 노동시장은 노동법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4차산업혁명과 현재 노동법규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결국 나경원이 하고 싶었던 말은... '경영계의 숙원 해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교섭단체 대표연설 나선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그럼에도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노동법규를 4차산업혁명과 연계시키며 '노동자유계약법'을 주장한 것은 4차산업혁명을 구실 삼아 근로기준법 등 기존 노동법 체계를 흔들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견해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그는 "그동안 근로기준법의 틀 안에서 근로 제도 및 노동관계를 규정해 왔습니다, 최저임금 인상, 주휴수당 개편, 주 52시간 적용 등은 기존의 근로기준법 틀에서의 논쟁입니다"라며 기존 노동체계의 핵심 요소들인 최저임금, 주휴수당,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싸잡아 구태로 규정했다. 이는 4차산업혁명과 상관없이 기존 경영계에서 오랫동안 계속해서 주장해 왔던 요구점들이었다.

4차산업혁명, 구체적으로는 플랫폼 경제에서 노동자들은 이미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다시 말해 플랫폼 사업자들은 규제의 무풍지대 속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가 말한 '노동자유계약법'이라는 게 이미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4차산업혁명에 적용시킬 수 있는 새로운 노동관계법이지 기존의 규제마저 풀어 버리는 '노동자유계약법'은 아니다. 그는 4차산업혁명이라는 최첨단을 통해 지난 수십년 동안 경영계가 지속해서 요청해 왔던 해묵은 논쟁인 '노동규제의 폐지'를 관철하고자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쓸이 김광민씨는 경기도 부천시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2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