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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북콘스트장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북콘스트장
ⓒ 삼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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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 13 지방선거로 취임한 장세용 구미시장은 '명품도시 구미'를 만들고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사실 명품도시가 되자면 경제력 못지않게 지역문화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구미는 지난 50년 동안 우리나라 도시발달사에서 최고속도로 발전한, 내륙 최대의 산업도시가 되었다. 게다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출생지로 이른바 'TK의 심장부'라는 정치의 고장이 된 느낌도 없지 않았다.

선산, 구미는 학문과 충절, 선비의 고장으로 고려 말 삼은(三隱)의 한 분인 길재(吉再) 사육신 하위지(河緯地), 생육신 이맹전(李孟專), 그리고 김숙자(金叔滋), 김종직(金宗直) 등 한국 유학의 정통을 계승한 고장이었으나 최근 도시 발달과 함께 종래의 이미지는 산업화에 다 묻혀 버린 감이 없지 않다.

모름지기 세계적인 명품도시는 경제 못지않게 문화와 예술이 살아 숨 쉬는 도시다. 고색창연한 천년도시 파리는 문화와 예술이 가득한 도시이며, 단테의 고향인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에는 <신곡> 구절들을 석판에 새겨 세계인들에게 자기 고장을 자랑하고 있다. 또 셰익스피어 고향 영국 스트라트포드는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을 모으는 명품도시가 되었다.

지난 6월 28일 오후 7시 30분 구미시 삼일문고에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회가 주최하고, 구미시가 후원하는 '구미가 사랑한 작가- 구미 출신 박도 작가를 만나다'란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는 동네서점 활성화를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주민의 발길이 뜸해진 지역의 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곧 지역에 작가들을 초청하여 시민과 직접 소통할 수 있게, 곧 독자와 작가 간의 거리를 좁히는 만남의 광장이었다.

이날 기자는 영광스럽게도 그 사업에 첫 번째로 초대받았다. 행사 개막 시간 삼일문고 강연장에는 정지용 작사, 이동원 노래의 '향수'가 은은히 울리며 한 초라한 귀향자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애초 나의 우려와는 달리 선주문학회 신영희 회장님을 비롯하여 장호철 선생, 신문식, 김택호 시의원, 김철호, 김병하, 김호연 선생 등, 고향 동기 및 후배님들이 자리를 가득 메워주셨다.

이날 나는 '작가의 말'을 통해 고향 구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얘기했다. 그런 뒤 나의 40여 편 작품 가운데 구미 출신 인물을 그린 장편 실록소설 <허형식 장군>과 6.25 한국전쟁 당시 다부동전투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약속>의 창작 뒷이야기를 들려드렸다.
 
 필자가 <허형식 장군> 배경 얘기를 하고 있다.
 필자가 <허형식 장군> 배경 얘기를 하고 있다.
ⓒ 삼일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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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형식 장군

1999년 중국대륙에 흩어진 항일유적 답사로 하얼빈에 갔을 때다. 동포 사학자 서명훈 선생은 안중근 의사 의거지 하얼빈 역 플랫폼과 옛 일본총영사관자리를 안내한 다음, 동북열사기념관으로 갔다. 거기서 허형식 장군에 대한 소개를 받는데, 동행한 이항증(임정 국무령 이상룡 후손) 선생이 나에게 말했다.
 
"허형식 열사는 구미 금오산사람이에요."
"네에?"
 
나는 그 말에 온 몸에 전류가 흐른 듯 전율했고, 동시에 가슴 벅차게 뭉클했다. 그와 함께 내가 이 분을 만나기 위해 수륙만리 먼 길을 왔다는 어떤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다.
 
"아래 구미 임은동에서 태어났지요. 임은동과 상모동은 철길 하나 사이지요."
"네엣!"
 
나는 '임은동과 박정희 생가 상모동은 철길 하나 사이'라는 이 선생의 그 말에 또 놀랐다. 나는 그 순간 비로소 내가 찾던 인물을 찾았다고, 마치 탐험가들이 신대륙을 발견한 것처럼 어떤 황홀경에 빠졌다.

그날 이후 대여섯 차례 허형식 장군을 주인공으로 실록장편소설을 기필했으나 번번이 탈고치 못한 채 세월만 허송했다. 그렇게 된 연유는 독립운동사에 대한 나의 무지요, 일제강점기 당시 '만주'라는 공간에 대한 공부 부족이요, 중국어와 한자 실력 부족 등이었다.

그런 답답하고 괴로운 나날을 보내던 가운데, 내 나이 일흔에 이르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2014년 10월 5일부터 이듬해인 2015년 2월 14일까지 오마이뉴스에 <들꽃>이라는 제목으로 41회를 연재했다.

그런 다음 그해 겨울, 오대산 월정사 명상관에 머물면서 비로소 탈고한 것이 <허형식 장군>이다. 허형식 장군은 만주 제일 항일명장으로서 이즈음 구미 후배 지도자 장기태, 전병택 씨 등이 중심이 되어 서훈을 신청했으며, 구미시에서는 그분의 기마상 건립을 추진 중으로 알고 있다.
 
 한 어린 인민군 포로가 미8군 포로신문관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1950. 8. 18.).
 한 어린 인민군 포로가 미8군 포로신문관 앞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1950. 8. 18.).
ⓒ N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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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2004년 2월 17일, 나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출근하여 한국전쟁 관련 사진을 검색할 때다. 그때 나를 도와주시던 재미동포 박유종(임시정부 박은식 대통령 손자) 선생이 사진 한 장을 건네면서 말했다.
"박 선생, 이 사진 좀 봐요."
 
나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인민군 포로가 무척 어린 데 적잖이 놀랐다. 나는 그동안 '소년 인민군'이라는 말은 여러 번 들어보았지만 그렇게까지 어릴 줄은 몰랐다. 사진 속의 인민군은 15~16세 정도로, 미군 포로신문관 앞에서 잔뜩 겁을 먹은 채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나는 어린 인민군 포로의 얼굴을 뚫어지게 살피자 불현 듯이 고향 구미가축병원 조수였던 김윤기 아저씨가 겹쳐졌다. 그 아저씨는 인민군 포로 출신으로, 구미 원평동 상구미 방천 밑 가축병원 조수였다.

그는 마음이 무척 좋았는데 유독 우리 악동들이 씨돼지 교미하는 장면만은 못 보게 했다. 그럴 때면 우리 악동들은 그 아저씨에게 "인민군" 또는 "괴뢰군"이라고 소리치며 도망치곤 했다. 그는 그 말을 가장 싫어했다. 아카이브 사진자료실에서 찾은 한 장의 사진은 나를 50년 전 동심의 세계로 빠트렸다.
 
 약속 겉표지
 약속 겉표지
ⓒ 눈빛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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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남 주인공 김준기는 한국전쟁 발발 당시 북한 영변의 용문산 기슭에 살았던 중학생으로 인민군에 입대하였고, 서울 적십자간호학교에 재학 중이던 여 주인공 최순희는 인민의용군으로 입대했다. 이들 두 남녀는 낙동강 다부동전선에 만났다.

이들은 인민군야전병원에서 사수 조수로 포연이 자욱한 속에서도 사랑을 나누다가 전선이 밀리자 함께 도망을 한다. 이들은 탈출 도중 이별을 대비하여 전쟁 후 8월 15일 낮 12시 서울 덕수궁 대한문에서 만나기로 약속한다.

그 뒤 도피 길에 준기는 유엔군에게 체포되어 거제포로수용소에 가고, 최순희는 천신만고 끝에 집으로 돌아간다. 거제포로수용소에서 김준기는 포로송환을 앞두고 최순희와 약속을 지키고자 남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약속장소 대한문에 순희가 나타나지 않자 준기는 그를 찾아 나서다가 그와 정사를 나눈 경북 구미에 정착하게 된다. 이후 이들 남녀는 기구한 인생유전 끝에 마침내 24년 만에 극적으로 애초 약속한 대한문에서 만난다.

그제야 준기는 입대할 때 어머니에게 꼭 살아 돌아오겠다고 굳게 약속한 게 떠올랐다. 준기는 어머니와 그 약속을 지키고자 순희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다. 마침내 준기는 미국 시민으로 평북 영변의 고향집을 찾아간다. 그리하여 준기는 순희와 함께 머리에 붉은 띠를 두르고 입영열차를 탄 지 꼭 45년 만에 어머니 품에 안기는 것으로 이 소설의 대단원은 끝을 맺는다.

이 시대 한 가족의 통일을 그린 작품이다. 이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나눈 곳은 구미 형곡동으로 나는 이 작품 408쪽 가운데 126쪽을 구미지역으로 배경을 삼았다. 그래서 한국전쟁 당시 구미의 거의 모든 지역이 이 작품에 나온다. 그날 행사장인 삼일문고는 한국전쟁 당시 사과밭으로 남녀 주인공이 탈출하다가 발각되어 상사로부터 총살당할 뻔한 장소였다.

이들 남녀는 한밤중에 금오산 저수지 비탈길로 탈출한 뒤 아홉산 기슭에서 숨어지낸다. 한국판 <25시>와 같은 작품일 것이다.
 필자와 장세용 구미시장(2018. 10.)
 필자와 장세용 구미시장(2018. 10.)
ⓒ 구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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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품도시 구미'로 도약하기를

나는 고향 구미가 명품도시로 발돋움하여 많은 문화예술인을 탄생시키는 '문화의 도시'가 되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작가의 말을 마쳤다. 그러면서 나는 마지막으로 어렸을 때 이불 속에서 들었던 1946년의 10. 1 항쟁 등 고향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써야겠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오는 7월 12일(금)에는 공지영 작가(삼일문고), 8월 10일(토) 나태주 작가(광신서점)의 북콘서트도 구미에서 이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내 고향이 '명품도시 구미'로 도약하기를 기원하면서 새로운 각오로 고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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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교사생활 후 원주에서 지내고 있다. 장편소설 <허형식 장군> <약속> <용서>, 역사다큐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사진집<지울수 없는 이미지> <한국전쟁 Ⅱ> <일제강점기> <개화기와 대한제국> <미군정 3년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