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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법 폐지를 촉구하는 반중국 집회 ‘검은 행진’이 16일 오후 홍콩 각지에서 출발해 중앙정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하며 애드미럴티역 인근을 지나고 있다. 이날 주최측 추산 참가자수는 200만명이다. ⓒ 이희훈
   
홍콩의 중심이 검은 물결로 출렁였다. 검정색 티셔츠를 입고 흰색 리본을 단 홍콩 시민들이 길거리로 몰려나와 대규모 행렬을 이뤘다. 

홍콩정부가 추진했던 범죄인 인도법, 속칭 송환법이 추진되자 시민들과 야당은 거센 항의의 행동을 시작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저항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무력진압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굴하지 않고 더 큰 집회와 파업을 예고했다.  

그 과정에서 고공시위를 하던 30대 남성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검은 행진'의 규모를 키우는 도화선이 되었다. 

격화되는 사회분위기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집회가 열리기 전날인 15일 송환법 추진을 잠정 연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16일 주최 측 추산 200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현지에 파견된 <오마이뉴스> 이희훈 기자가 홍콩 시민들이 벌였던 저항의 24시간을 시간대별로 기록했다.


[16일, 11:00] 노란 우비 청년의 죽음, 애도의 물결
  
16일 오전 홍콩 애드미럴티역 인근 공사현장에서 고공시위를 벌이다 추락사한 량씨를 추모하는 한 시민이 흰색 리본을 달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전 홍콩 애드미럴티역 인근 공사현장에서 고공시위를 벌이다 추락사한 량씨를 추모하던 시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지난 밤, 송환법을 반대했던 30대 남성 량아무개씨가 홍콩정부청사와 가까운 애드미럴티역 부근 대형 쇼핑몰 외벽공사현장에서 추락했다. 소방당국과 경찰이 출동해 에어매트가 깔렸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고 이번 시위의 첫 번째 사망자가 되었다. 청년의 죽음에 홍콩시민들은 흰 꽃과, 종이백합, 종이학 등으로 추모를 했고 그 규모는 점점 늘었다.

[16일, 13:00] 전장에 들어설 준비

홍콩 시내의 중심 코즈웨이 베이 골목 구석구석, 상점 곳곳마다 검정 옷을 입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녔다. '검은 행진'에 참가하기 위한 홍콩시민들이 빅토리아 파크에 도착하기에 앞서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했고 주변에는 마이크와 확성기를 들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한 두꺼운 피켓 뭉치를 든 사람들은 행진 참가자들에게 재빠른 손놀림으로 메시지가 담긴 피켓을 나눠줬다. 

[16일, 14:30] 검은행진의 시작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결집 장소인 빅토리아 파크로 사람들이 구름 같이 몰려들었다. 공원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히 운집한 군중은 홍콩 정부가 추진했던 '범죄인 인도법'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대에 설치된 스피커로 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였고 군중들의 함성이 모이자 진동이 느껴지는 듯했다. 

빈틈이 보이지 않는 행렬은 움직이는 듯 움직이지 않는 듯 서서히 앞을 향해 전진 했다. 

[16일, 17:00] 다시 찾아간 코즈웨이베이
  
16일 오후 ‘검은 행진’ 참가자들이 홍콩 중앙정부청사를 향해 행진하는 모습을 한 주민이 아파트 옥상에서 구경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선두를 따라잡기 위해 나아가려 했지만 모든 골목은 검정 옷을 입은 사람으로 가득 차 쉽지않았다. 멀리 15층 높이의 아파트가 보였다. 걸어서 10분이 걸리지 않을 거리를 '익스큐즈미' 수 천번을 외치며 겨우 도달했고 마침내 옥상에 올랐다.

옥상 난간에 서니  두 가지가 보이지 않았다. 바닥이 보이지 않았고 행렬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내가 그 틈을 뚫고 나온 게 믿어지지 않았다. 홍콩의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한 눈에 들어왔다. 순간 몇 년전 광화문의 함성이 떠올랐다.

[16일, 18:00] 온종일 걷고 또 걷고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뛰고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했다. 발이 너무나 아프고 지쳤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들른 월드트레이드센터에 앉아 도시락을 먹었다. 잠시의 휴식을 접고 조금이라도 빨리 이동하기 위해 지하철로 향했다. 하지만 지하철에도 사람들이 계속 유입되는게 보였다. 

[16일, 20:00] 행렬 속 혼자 멈춘 노란 우비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오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검은행진의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중앙정부청사로 움직이고 있었다. 해가 지고 하늘은 검푸른 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추락사한 량씨의 추모 장소에 추모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수 많은 인파 때문에 길을 건널 수 없어 맞은편에서 지켜보는 순간 한자로 '반송중(反送中.중국송환반대)'이라고 적힌 노란 우비가 보였다. 노란 우비는 량씨가 숨질 때 입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고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았다. 목적지를 눈 앞에 두고 행렬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16일 22:00] 우산혁명의 성지, 다시 모인 평화 행진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이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검은 복장을 하고 피켓을 들고 서 있다. ⓒ 이희훈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검은 행진’이 16일 오후 홍콩 각지에서 출발해 중앙정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5년전 홍콩 우산혁명이 일어난 중앙정부청사에 첫 시위가 열린 지난 12일 경찰의 고무탄, 최루탄 등으로 폭력진압이 일어났다. 이날 행진에는 경찰의 저지나 무력진압이 없었지만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코스의 마지막인 중앙정부청사의 고가 도로 위에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마지막 행렬을 기다리며 잠을 청하기도 했고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16일 21: 30] 환호성 속 울리는 하나의 외침
  
‘검은 행진’이 끝난 16일 오후 민주당 소속 로이 궝천유 의원이 중앙정부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 의원은 폭력 진압에 대한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 이희훈
  
‘검은 행진’이 끝난 16일 오후 민주당 소속 로이 궝천유 의원이 중앙정부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을 향해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 의원은 폭력 진압에 대한 경찰의 진정성 있는 사과,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등을 촉구했다. ⓒ 이희훈
 
'로이, 로이, 로이, 로이" 군중들이 반복해서 외쳤다. 이내 확성기를 통해 목소리가 퍼져 나왔고 사람들은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홍콩 민주당 소속의 로이 궝천유 의원이었다. 군중 사이를 뛰어다니며 집회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송환법 반대와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 경찰의 폭력진압의 진정성 있는 사과 등을 촉구하는 연설을 했다. 그의 검은 물결 속 외침은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힘이 있었다.

[17일 24:00] 중앙정부청사 한켠에 밝혀진 촛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행진을 마치고 중앙정부청사 주변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행진을 마치고 중앙정부청사 주변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희훈
 
 행진에 참여했던 일부 시민들은 대중교통이 끊기기 전 자리를 떠났지만 수많은 시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부종합청사 한켠에 촛불을 든 사람들이 보여 불빛을 쫓아가봤다. 고공농성 중 사망한 량씨의 임시분향소가 만들어져 있었고 촛불을 세워 추모했다. 추모의 메시지가 적힌 메모장도 벽면을 채웠다.

[17일 03:00] 끊이지 않는 평화를 향한 찬송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청사 내 광장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청사 내 광장에서 밤샘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청사 내 광장에서 평화노래 밤샘 농성을 이어가던 시위 참가들이 바닥에 누워 쪽잠을 자고 있다. ⓒ 이희훈
 
중앙정부청사 광장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성가대에서 부를 법한 거룩한 분위기의 찬송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확성기를 중심으로 눕거나 앉아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대부분 차가운 바닥에 누웠지만 순서를 바꿔가며 노래를 이어갔다. 

"싱 할렐루야, 싱 할렐루야, 싱 할렐루야 투 더 로드"

네 소절의 노래와 함께 동이 터 올랐고 도로를 점거하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몇백명을 남기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17일 09:00] 충돌 없이 끝난 경찰과의 대치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에게 경찰들이 해산을 요구하며 다가오자 한 시민이 손 피켓을 들고 마주하고 있다. ⓒ 이희훈
      
'폭력진압' 대신 투입된 협상 경찰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에게 경찰들이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2일 폭력진압으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어 경찰은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 ⓒ 이희훈
 
‘검은 행진’이 16일 오후 홍콩 각지에서 출발해 중앙정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에게 경찰들이 해산을 요구하며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17일 오전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에게 도로점거 철회를 요구하던 경찰들이 자리를 떠나고 있다. ⓒ 이희훈
 
날이 밝자 거리에 긴장감이 돌았다. 밤을 새운 일부 시위참가자들이 헬멧을 쓰고 양팔에 비닐 랩을 싸기 시작했다. 취재하던 기자들도 행진 때는 쓰지 않던 헬멧을 착용하고 방독면도 준비했다. 

마침내 경찰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장을 하지 않은 협상 전담 경찰관들이 선두에 있었고 시민들과 경찰은 대치했다. 일부 점거물을 철거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시민들과 마이크로 대화하던 경찰은 이내 모두 철수하며 아무런 충돌 없이 상황이 끝났다.

[17일 11:00] 평화롭게 마무리 된 검은행진
 
16일 ‘검은 행진’에 참가한 홍콩 시민들이 중앙정부 청사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도로를 점거했던 시위대는 자리를 떠났고 거리는 평화를 되찾았다. '홍콩의 자유'를 외치며 행진한 200여만 시민의 행진은 폭력없이 끝났고 시민들은 자신들이 지키고자 한 홍콩을 지킬 수 있었다.
태그:#홍콩, #법죄인인도법, #반중국, #송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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