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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노동자들은 점주의 발주량에 따라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협의나 보상은 없다.
 알바 노동자들은 점주의 발주량에 따라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협의나 보상은 없다.
ⓒ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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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2+1' '세계맥주 4캔에 만 원'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심지어 화장실까지 행사를 안내하는 종이들이 붙어있다. 1+1, 2+1, 세계맥주 4캔에 만 원 등 마트나 편의점에서는 매달 새롭게 행사가 진행된다. 

행사의 목적은 하나다. 소비자가 더 많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마트는 매출을 증대하고 창고의 재고를 털어낸다. 사탕을 한 개만 사려고 했던 소비자는 2+1행사를 보고 1개를 더 구매한다. 불필요한 지출을 통해 추가적인 물건을 손에 넣게 된다. 온갖 색으로 칠해져 있는 행사 스티커들은 소비자들을 비합리적인 길로 인도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행사가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다. 행사에 끌려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을 사기도 하고 필요 없던 음료수를 한 개 더 사서 먹은 결과로 잠을 설치거나 설사를 할 수도 있다. 시작했던 다이어트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고,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게 될 수 있다. 이렇듯 행사는 소비자의 삶을 흐트러뜨리고 계획을 망가뜨리며 업체들을 이익에 복무하도록 교묘하게 유도한다. 

상담 분야를 제외하고 현대 심리학이 가장 활발하게 활용되는 분야가 '마케팅 분야'임을 생각하면, 우리를 비합리적인 소비로 인도하는 마트나 편의점의 행태가 그리 놀랍지 않다. 수많은 판매담당자들이 만들어놓은 심리의 덫에서 소비자들은 허우적거린다. 아무리 상술이니 뭐니 해도 마트에 발을 들이고 보안요원의 인사를 받는 순간 우리는 그들이 짜놓은 동선 대로 소비한다. 

비합리적 소비는 결국 과소비로 이어지고 과소비된 물건들은 제때 사용되지 못하고 보관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더 큰 집, 더 많은 냉장고와 보관 용기가 필요하다. 실질적인 비용들을 생각하면 어제 편의점에서 공짜로 얻었다고 생각한 2+1행사 상품인 바나나 우유가 그리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이런 행사들은 소비자에게도 손해이지만 그 업체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어떤 비용을 유발한다. 이는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근무로 나타나기도 하고, 노동강도의 증가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사소하게는 사장의 잔소리나 손님의 불평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행사가 알바노동자들에게 부과하는 것들 

판매업체나 프랜차이즈 계열사 본사 등은 편의점에서 진행하는 1+1이나 2+1행사에 대해 보상금 같은 것을 지급한다. 잘 유지만 된다면 생산업체의 판매량은 급증한다. 편의점 점주의 경우에는 손님들의 추가 구매를 유도할 수 있으니 나쁠 것이 없는 장사다. 물론 보상금이 전액 주어지는 것은 아니기에 일정 부분의 손해는 발생한다. 그러나 매출이 높은 매장의 경우에는 매출 자체가 증대되는 것으로 상쇄할 수 있다. 

사실 이런 행사들은 소비자에게도 손해이지만 그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비용을 유발한다.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근무로 나타나기도 하고, 노동 강도의 증가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가장 사소하게는 사장의 잔소리나 손님의 불평으로 다가온다. 결국 업체나 점주의 입장이 아니라 그 속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행사는 손해다. 

플러스 행사가 진행 중인 물건들은 점주가 플러스로 지급되는 만큼의 물건을 추가 발주한다. 원래 1개만 발주하면 될 바나나 우유를 1+1행사가 진행 중이면 손님들의 항의를 막기 위해 2개를 발주한다. 1배 수로 발주하던 것이 2배수가 되는 것이다. 2+1의 경우에는 3배 수로 발주를 한다. 4캔 만원 행사를 하는 세계 맥주들의 경우에는 맥주 종류마다 차이는 있지만 잘 팔리는 맥주들은 4배수가 넘는 발주를 자랑한다. 

이렇게 되면 들어오는 물건의 양이 몇 배로 증가한다. 필자가 일했던 매장들은 전부 장사가 엄청나게 잘 되는 곳이어서 정말 물건이 끝도 없이 들어왔다. 물건이 들어오는 주말 아침에는 손님들이 "여기 새로 오픈했나 봐"라고 할 정도로 줄지어 들어왔다. 이는 결국 물건을 정리하고 진열해야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이하 알바노동)들의 노동 강도 증가로 이어진다.

바닷가 바로 앞에 있던 매장 같은 경우 물건은 쏟아져 들어오고 공간은 부족했다. 사다리를 타고 물건을 끊임없이 위로 쌓아 올렸다. 무거운 물건들을 계속 위로 올려야 했기 때문에 다치는 사람도 많이 있었고 정리하기도 힘들었다. 

성수기에는 8시간 근무하는 근무자들이 8시간 내내 정리를 해도 오후 근무자가 도착할 때까지 치우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 매장은 다행히 2명 이상의 근무자가 있어서 포스기와 창고를 오가면서 일할 필요는 없었지만, 야간의 경우에는 혼자서 물건을 채우고 포스기도 봐야 했기 때문에 포스기로 가다가 사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사람도 있었다. 이처럼 과도한 물건의 발주는 노동 강도를 높이고 노동 현장을 위험하게 만든다.

보상이나 안전장치없이 부과되는 노동

알바노동자들은 점주의 발주량에 따라 높아지는 노동강도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협의나 보상은 없다. 발주가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발주하는 사람만 알고 있다. 알바노동자는 커다란 탑차들이 우르르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운명을 점칠 뿐이다.

노동 강도의 증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편의점은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 물건이 너무 많이 들어와 물건을 창고 이곳저곳에 마구잡이로 넣기 시작하면 재고 확인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다. 직영점의 경우에는 본사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재고의 완벽한 관리가 중요하다. 하지만 필자가 일했던 가게의 재고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출근하면 여기저기 깨진 맥주병이 굴러다녔고 구석마다 떨어진 커피 캔이 있었다. 

나중에는 재고를 무시하고 전 품목 재고를 점검해 안 맞는 것들은 수량을 조정해서 메우기도 했지만, 그것도 결국 비용인지라 손해가 발생했다. 매장의 손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고가 부족하면 점주들은 알바노동자들 쪼아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알바노동자들이 물건을 훔쳤다고 의심하는 점주도 있고, 무조건 알바노동자 책임이니 물어내라고 하는 점주도 있다. 책임 소재를 알아낼 방도가 없을 때는 앞으로 엄벌하겠다면서 전 직원을 용의자로 몰아붙이기도 한다. 알바노동자들은 항변할 기회도 없이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등과 같은 말들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매장 내부의 문제를 넘어서 손님들까지 알바노동자들에게 항의를 한다. 2+1행사라고 하지만 모든 손님들이 그것을 보고 2개를 사지 않는다. 누군가는 정말 필요한 1개만을 사는 사람도 있다. 또 행사 상품이지만 2개만 가지고 가겠다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면 2+1행사 제품인데 2개가 남거나, 1+1 제품인데 1개만 남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럴 경우 행사 적용을 원하는 손님들은 알바노동자들에게 항의한다. "아니 행사 제품인데 왜 제품이 없냐" "가게 관리가 왜 이렇냐"를 비롯해 다양한 유형으로 항의를 한다. 

다음에 받으러 오는 손님도 있고, 본사에 전화해 항의하는 손님도 있다. 알바노동자가 "죄송한데 지금 재고가 그것뿐이라서 다른 제품을 구매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면 알바노동자가 불친절하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다. 

이런 항의가 들어오면 본사는 직원을 파견하고 점주는 알바노동자에게 쓴소리를 내뱉는다. 안 그래도 무한 반복되는 감정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이 앞뒤로 공격당하는 형국이 된다.

동의되지 않은 노동을 해결하기 위해서

권력의 가장 밑에 있는 알바노동자들에게 행사는 노동 강도의 상승이고, 감당해야 할 감정 노동의 상승이다. 이런 것들이 늘어난다고 해서 임금이 오르는 것도 아니다. 일이 많으나 적으나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이다. 주휴수당이나 4대 보험 가입 등은 엄두도 못 낸다. 다치기라도 하면 결국 자기 돈 내고 병원 가 치료받고 아르바이트를 그만둬야 한다.

무분별한 행사는 결국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한다. 행사 제품 없다고 알바노동자에게 항의하는 손님들도 문제지만, 결국 노동자와 협의나 동의 없이 진행되는 행사가 문제이다. 하지만 알바노동자들은 제대로 된 노동조합이 없어 교섭조차 할 수 없다. 이들은 오늘도 주어진 의무처럼 불합리한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나 해결책은 떠오르지 않지만 가장 좋은 것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매장의 행사 비율이나 노동안전 보장 등을 요구하고 회사와 교섭을 하는 것이다. 착한 점주들의 인품에 기대거나 행사를 안 할 것 같은 매장에 취직하는 것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편의점에 붙어있는 수많은 플러스가 붙어있는 스티커들은 매장 창고에서 땀 흘리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물건을 치우고 물건을 채워놓고 있을 노동자들의 동의되지 않은 노동의 산물이다.

태그:#알바노동 , #행사, #편의점, #노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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