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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인 노동자가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타워크레인 노동자 고공농성 이틀째 소명 무인크레인 철폐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는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은평구 녹번동 아파트 공사장에 설치된 타워크레인에서 이틀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중인 노동자가 조종석에서 나와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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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사이 언론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얘기 중에서 타워크레인 임대료에 관한 말들이 많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대규모 건설 공사현장의 전체 공정에서 타워크레인이 핵심 역할을 하는 장비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타워크레인 조종사 급여를 포함한 월 임대료가 1200만 원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랄 것이다.

90년대 초반 이래 타워크레인 임대료 그대로

내가 타워크레인 일을 시작하던 90년대 초 아파트 분양가가 7천~ 1억 원할 때도 타워크레인 임대료는 대략 1200만 원이었다. 30여 년간 임대료가 그대로 멈춰있다. 아파트 분양가는 세 네 배나 껑충 뛰었는데 타워크레인 임대료만 그대로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좁은 시장에 너무 많은 임대업체가 난립해서 생긴 문제라고만 치부해선 안 된다.
건설회사는 아파트 분양가에 물가에 맞는 타워크레인 적정 임대료를 분명 계산해 뒀을 것이다. 그런데도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굶어 죽더라도 마냥 모른 채 해왔다.

바깥에선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끼리 수주 경쟁이 치열하더라도 최종 단계에선 건설회사가 임대업체들이 먹고 살아갈 만큼은 줘야할 게 아닌가. 갑중의 갑인 건설회사가 그동안 그리 많지도 않은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놓고 소규모 업자끼리 싸워서 이긴 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경쟁을 부추긴 결과다.

국토부는 타워크레인 사용 연한을 20년으로 정해 놓았다. 요즘은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야적장에 생돈 들여가며 장비를 오래 보관하는 일이 태반이다. 이래저래 타워크레인 임대업체는 죽을 지경이다.

이런 임대료로 언제 돈을 저축해 20년 뒤에 새 장비를 구입한단 말인가. 이래서야 요즘 누가 수억 원을 투자해 가며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을 하고 싶겠는가. 

타워크레인 기사 월급 500만 원의 내막

타워크레인 기사는 까마득히 높은 고공에서 종일 비바람에 맞서가며 위험을 감수하고 일한다. 생리현상 때문에 물 한 모금조차 마음대로 못 마시고 감방 같은 조종석을 종일 지키는 대가로 받는 월급 5백만 원이 그리 많단 말인가.

사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안전과 근무환경, 작업 난이도를 고려하면 임대업체의 경영 여건만 가능하다면 급여가 지금의 두 배 정도는 돼야 옳다. 남들은 무서워서 피하는 위험한 건설현장의 작업을 혼자서 큰 사고 없이 하는 사람에게 그 정도쯤은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사실 이 돈마저 그들이 지금껏 음지에서 외롭게 투쟁하여 얻은 몫이다. 노동자가 한 푼이라도 덜 받아가는 것을 안타까워해야지, 오히려 수입이 많다며 그들을 비난하는 건 옳지 않다.

제대로 돈을 안 주니 소형 타워가 등장한 것

최근 한국노총 전국연합 타워크레인 조종사 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흘간 총파업을 하며 '소형 타워 철폐'를 외친 것도 단순히 줄어든 일자리 때문만이 아니다.

그동안 아파트 계약자에게는 적정 분양가를 다 받아가며 공사하는 대부분의 건설회사가 만족할 수준의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지급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임대업체 스스로 살아남으려고 적은 비용으로 소형 타워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춥고 배고프고 외로운 허공에서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파업한 이들도 한 가정의 든든한 가장이며 우리 이웃이다. 도둑 심보도 아니고 타워크레인 임대료를 하루아침에 터무니없이 몇 배로 올려 달라는 것도 아니다.

지난 여러 해 동안 챙길 것은 다 챙긴 건설회사가 타워크레인 적정 임대료를 지급해주지 않기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계산해 달라는 것뿐이다.

그렇게만 되면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삶과 질도 분명 나아질 것이다.

사고 위험 큰 소형 타워

소형 타워는 안전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격 유무를 떠나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돌아가며 무선으로 조종하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소형 타워 구조물의 전복, 부러짐, 끓어짐 등 대형 사고만 7차례나 발생했으며 이미 두 현장에선 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일부에선 오히려 소형 타워가 더 안전하다는 궤변을 자꾸 늘어놓고 있다.

국가기능사 자격증 취득자가 아닌, 몇 시간 동안 형식적인 교육을 받고 얻은 수료증 소지자 여럿이 돌아가며 리모컨으로 게임을 하듯이 조정하는 한 언제 사고가 터질지 모른다.

애초 타워크레인 적정 임대료만 지급했어도 소형 타워는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며 양대노총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형 타워의 속도가 매우 느린 데다 인양 능력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건설회사 중에는 속이 터져서 그냥 쓰라고 해도 안 쓰는 곳이 태반일 것이다.

정부는 건설회사의 횡포는 물론 지금의 타워크레인 임대료가 적정한 수준인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태그:#타워크레인 파업, #소형 타워, #임대료,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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