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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기간제 수학교사가 학교로부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계약 기간 만료 3일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일방적인 통보였다. 학교장의 재계약 거부 이유는 '건강상의 이유'로 기간제 수학교사가 올해 3일 결근을 했다는 게 문제가 됐다. 

기자는 전교조 분회장으로서 항의했다. 

"교사가 몸이 아플 수 있고 결근도 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러자 교장은 건강상 이유로 재계약할 수 없다며 다음과 같이 강변했다. 

"지난해 해당 선생님이 구급차에 두 번이나 실려 갔다" 

교장은 아이들 학습 결손을 운운했다. 학교장의 걱정을 이해한다. 그러나 기간제 교사가 학교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아픈 것은 아니었다. 동아리와 학생회 활동 업무로 업무 강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해당 교사는 본업인 주당 18시간 수업도 성실하게 이행했다. 

단순히 건강이 우려된다는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이유로 비정규직 교사를 쉽게 해고하는 것은 교육노동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명백히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정규직 교사라면 감히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학교장이 질병으로 3일 결근했다면?
 
기간제 교사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8. 9. 17) 2018년 9월 17일 기간제 교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 차별을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기간제 교사 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2018. 9. 17) 2018년 9월 17일 기간제 교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간제 교사 차별을 철폐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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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규직 교사는 신장 투석을 매주 2~3일씩 하면서도 본인이 원해 수업을 했다. 결국 그 선생님은 그해에 돌아가셨지만 학교에 다닐지 질병 휴직을 할지에 대한 결정권을 본인이 행사했다. 

그러나 해당 기간제 교사는 매우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했고 학교 수업을 잘했음에도 학교장의 주관적인 판단 때문에 해고를 당했다. 이것이 21세기 한국 교육, 그것도 공립학교의 부끄러운 모습이다. 

기자는 교장에게 이렇게 묻고 싶다. 

"학교장이 질병으로 3일 결근했다면 교장 자격이 없는가? 그것도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 받을 만큼 크나큰 결점인가?" 

한국 사회에서 해고는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사회복지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현실에서 해고는 생계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하는 엄청난 사건이다. 

우리는 2009년 평택 쌍용차 노동자들이 부당하게 정리 해고된 사건을 잘 알고 있다. 당시 사 측은 2600명이 넘는 노동자를 구조조정이라는 이유로 일시에 해고했다. 전체 생산인력의 37%에 달하는 인원을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해고한 셈이다. 이에 반발한 쌍용차 노조가 평택공장을 점거하는 등 77일 동안 파업을 벌이자 이명박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노동자들을 강제 진압했다. 그 결과 구조조정에 저항하던 노동자들 대부분이 구속되거나 해고되었고, 이 중 30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따라서 해고는 직업 안정성 차원에서도 함부로 단행해서는 안 된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사려 깊게 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다. 그런데도 학교장은 주관적인 예단을 앞세워 해고를 통보했다. 그것도 계약 기간 만료 3일 전에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해당 기간제 교사에게 학교 업무와 수업을 계속 감당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한 마디 묻지도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학교장의 권한 남용이자 전형적인 갑질이다.

운영지침 개정됐지만 기간제 교사에겐 여전히...

학교장은 교육청의 '공립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이하 운영 지침)을 충실히 따랐으니까 문제 삼을 거면 문제 삼으라고 한다. 사실 학교장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교육청 관료들이 만든 '운영지침'에 있다. 물론 2019년 2월에 개정된 '운영 지침'은 이전 지침보다 일면 긍정적이고 진보했다. 기간제 교사의 연가 일수를 늘리고 보건, 상담, 영양, 사서 분야 대체 강사일 경우 1일 임금을 9만9천 원에서 11만 원으로 인상한 것이 그렇다. 그러나 독소조항인 기간제 교사 채용 권한을 학교장에게 위임한 규정은 그대로이다. 

교과협의회의 추천이나 동의 여부는 명문화돼 있지 않았다. 이 부분이 명문화되지 않으면 기간제 교사에 대한 채용과 부당해고, 즉 학교장의 갑질을 멈출 수 없다. 교육청은 기간제 교사를 일괄 선발하여 단위학교에 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돼야 한다. 학교장의 권한 남용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기간제교사 특위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내용이다. 

또한 '운영 지침'을 학교장이 자의적으로 해석한 데도 있다. '운영 지침'에는 재계약을 할 경우 기존 기간제 교사를 계속 임용하도록 권장하는 조항이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교육청 권장 사항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다. 지켜도 그만이고 지키지 않아도 그만이다. 

기간제 수학 교사는 이전부터 수년간 계속 성실하게 근무해 온 분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수학 교사들이 학교장을 찾아가 재고를 요청했지만 학교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전에 다른 수학 교과 교사들의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 재계약할지 새로 교체할지 독단적으로 처리했다. 이런 '운영 지침'이라면 기간제 교사는 교육자로서 당당히 교육 활동에 임하기 어렵다. 학교장의 눈치를 봐야 하고 눈 밖에 났을 경우 계약 기간 종료로 해고를 일방 통보받는다. 파리 목숨인 셈이다.

학교는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운영을 견제하고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촉구하는 만장 2019년 5월 25일 전교조 전국교사대회에서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운영을 견제'하고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촉구하는 교사대회 만장 깃발이 선명하다. (종각역 우정국로 근처)
▲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운영을 견제하고 학교운영의 투명성을 촉구하는 만장 2019년 5월 25일 전교조 전국교사대회에서 "학교장의 독단적인 학교운영을 견제"하고 "학교 운영의 투명성"을 촉구하는 교사대회 만장 깃발이 선명하다. (종각역 우정국로 근처)
ⓒ 하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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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배려와 존중의 문화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진보교육감인 조희연 교육감이 교원 차등 성과급 폐지에 이름을 올리고 법외노조 취소 플래카드 시위를 단행한 이유이다. 지금도 서울시 교육청 홈페이지 첫 화면엔 배려와 존중의 학교문화를 지향한다는 문구가 크게 나온다. 

학교장의 기우대로 기간제 수학 교사의 건강이 조금이라도 악화했다면 동료 교사들이 도왔을 것이다. 그것이 배려와 존중의 학교문화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배려와 존중을 실천할 때 아이들도 따라 배운다. 

거꾸로 현실화하지 않은 건강상 이유로 기간제 교사가 잘렸다고 한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기 도중에 교사가 교체되는 것도 비교육적이지만 그만둔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아이들은 이 사회에 대해 실망할 것이다.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이윤 추구를 목표로 하는 기업에서도 해고는 신중하고 법적 요건을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하물며 모범을 보여야 할 교육공동체인 공립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를 파리 목숨 대하듯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이다. 재계약을 기다리며 아이들을 가르쳤을 해당 수학 교사가 받았을 충격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방적인 해고 통보에 교육자로서 모멸감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공립학교 관리 감독관청인 서울시 교육청이 시급히 바로잡아주기를 촉구한다. 아이들은 아직 기간제 교사가 해고 통보를 받은 사실을 모른다. 학교장의 전횡도 모른다. 교육청이 개입해서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교사들에 대한 운영 지침이 교장의 독단을 제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개정되길 촉구한다. 강자인 학교장의 편의에 서기보다 약자인 기간제 교사의 처지에서 그들의 정의감에 상처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 지침의 독소조항이 삭제돼야 한다. 최소한 교과협의회의 추천이나 동의를 반드시 명문화시키는 방향으로 재개정되기를 바란다.

교육청이 진정으로 개혁 의지만 있다면 교육청에서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직 교사를 일괄적으로 선발하여 필요한 학교에 발령을 내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학교장의 갑질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상의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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