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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보사;?세계 최초의 무릎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의 몰락

19.05.20 23:34l

검토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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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판매 중지 요청을 내렸다는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세계 최초의 무릎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국내 최초의 유전자 치료제, 국내 신약 29호, 연골세포를 이용한 새로운 통증 치료제…. 인보사 앞에 따라붙던 빛나는 수식어는 이제 모두 옛말이 되었다. 지금은 오히려, "인보사 사태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다 죽을 것"이라는 비판을 듣고 있다. 식약처의 무능한 대처와 식약처 약품 허가 과정의 허술한 면이 조명되고 있으며, 국회에서는 바이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한다는 취지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보류 처리되었다. 대체 인보사가 무엇이기에 바이오 산업을 다 죽인다는 말을 듣는지, 이렇게 논란을 거세게 불러일으킨 인보사가 어떻게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시중에 유통될 수 있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인보사란?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라는 국내 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세계 첫 무릎골관절염 동종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유전자 치료법은 비정상 유전자를 대체할 정상 유전자를 환자에게 투여하여 병을 치료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으로, 인보사는 이 기술을 이용하여 세계 최초로 무릎골관절염 약품 허가를 받아낸 제품이다. 무릎골관절염은 흔히 퇴행성 관절염이라고도 부르는 질병이다. 사람의 무릎 부분에는 대퇴골과 경골이라 불리는 두 개의 뼈가 맞닿아 있다. 이 두 개의 뼈 사이에 무릎 연골이 존재한다. 무릎 연골은 뼈가 직접적으로 닿지 않게 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무릎 연골은 뼈와 뼈가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이게 만든다. 사람이 걷기, 서기 달리기, 앉기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무릎의 관절 연골이 오랜 시간 사용하게 되면 닳아 없어지게 되는데, 이 상황에서 다리를 움직이게 되면 뼈가 서로 부딪힌다. 뼈끼리 서로 마찰되는 경우 엄청난 통증이 발생하는데, 인보사는 유전자 치료법을 사용하여 이 때 생기는 관절 통증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는 치료제다.
 
인보사는1액과 2액으로 구성되어 있는 약이다. 1액은 동종 연골 유래 연골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2액은 연골 체세포와TGF-β1*유전자가 결합하여 연골 세포 조직을 빨리 증식하게 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보사에 포함된 연골 세포와 연골세포 성장 촉진인자를 사람의 무릎 연골 손상 부위에 주사하면, 연골 내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쳐 무릎 내의 면역 체계에 변화가 생긴다. 염증을 유발하는 세포의 발현을 막고, 염증을 제거하는 세포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인보사가 연골 항상성 균형을 유지하고 무릎골관절염(퇴행성관절염)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주며, 관절 내 구조를 개선하여 통증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Transforming Growth Factor-β1, 세포증식을 촉진하는 인체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의 일종 
 
 
왜 금지되었는가?
 
인보사가 새로이 장안의 화제로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2019년 3월31일부터이다. 3월 31일,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 중 2액에서 미허가 세포가 발견되었음을 발표했고, 이에 따라 판매 금지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서 미국 FDA의 허가를 받기 위해 시험을 받던 중,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있는 세포와는 다른 세포가 발견된 것이 이유였다. 
 
인보사의2액에는 원래 동종 연골 유래 연골세포, 즉 사람의 연골세포에서 유래한 줄기세포에서 얻은 연골세포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인보사가 국내에서 허가를 받을 당시, 이 동종연골유래 연골세포를 이용하였기 때문에 식약처에서 허가를 내준 것이다.하지만, 미국 FDA의 시험 도중 2액에서 발견된 세포는 동종 연골 유래 연골세포만이 아니었다. 실제 유통되는 제품에서는 사람의 태아 신장 세포에서 유래된 태아 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도 검출되었다. 
 
현재 인보사가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연골세포만이 존재해야 할 제품에서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HEK-293***)가 함께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 세포는 유산된 사람의 태아 신장 세포를 채취해 형질전환하여 만들어낸 세포이다. 약을 만들 때, 신장 유래 세포를 이용하여 단백질을 생산하거나 기능을 조사하는 것은 가능하다.또한, 이를 통해 만들어낸 바이러스나 단백질은 치료제로 이용될 수 있다. 하지만, 신장 유래 세포 그 자체는 치료제로 허가를 받지 못한다. 바로 암세포와 같은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는 보통 세포들과는 다른 모습을 가진다. 원래 보통의 세포는 시간이 지나면 사멸한다. 하지만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는 생명력도 끈질기고 증식 속도가 빠르며, 증식할 수 있는 양에 제한이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관련 논문에서는 이 세포가 암 관련 유전자 발현을 변화시키고, 염색체 불안정성을 일으켜 종양 유전성을 높인다는 결과도 내놓았다. 암처럼 변한 세포가 체내에 주입된 적이 없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연구원들은 지금까지 이 세포를 체내에 주입해본 적도 없지만, 앞으로도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가 체내에서 안전하게 작용하는지 위험하게 작용하는지는 아직 그 누구도 확실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보사의 2액에 왜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가 들어가게 된 것일까.인보사 2액에는 유전자 형질을 변화시킨 사람의 연골세포가 들어있다. 연골세포에 TGF-β1이라는 세포 증식 관련 단백질을 연골세포에 넣어, 세포가 성장을 잘 하도록 만들어놓은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에서는  사람 태아 신장 유래 세포를 이용하여 TGF-β1 유전자의 형질을 사람의 연골세포에 넣었는데 성공하였으나, 태아 신장 유래 세포를 완전히 분리하고 정제해내는 데 실패하였기 때문에 완제품에서 이 세포가 검출된 것이라 주장한다. 
 
**HEK(Human Embryonic Kidney, 사람 태아신장) 293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주로, TGF-β1 유전자가 삽입되어 이용되었음
***Human Embryonic Kidney, 사람 태아 신장 세포를 의미함
어떻게 허가가 났는가?
 
인보사는2017년 6월, 국내 식약처의 허가를 받아 시중에 판매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3월 31일, 인보사의 판매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식약처의 인보사 판매 허가 결정과 중지 결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인보사 허가 논의를 위해서 2017년 4월 1차 회의가 열렸고, 같은 해 7월2차 회의가 열렸다. 특이한 점은, 1차에서는 허가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나 2차에서는 별다른 추가 자료 없이 허가가 승인되었다는 것이다. 2차례에 걸친 승인 회의에서 허가 여부가 번복되었는데,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7년 4월4일, 인보사의 허가 문제를 다룬 1차 회의가 열렸다. 이때 중앙약사심의위원회(산하 중앙약심위) 산하 위원회인 "세포유전자치료제 소분과 위원회"가 조직되었다. 위원회 내의 전문가들은 무릎골관절염으로 말미암은 통증, 기능 저하 등의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제출한 인보사 관련 자료가 연골 재생 효과를 확실히 입증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4월 실시된 중앙약심위의 첫 회의에서는 인보사가 식약처 약품 허가 조건을 만족하지 못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17년 6월14일, 인보사 허가 논의를 위해 2차 약심위 회의가 열렸다. 그러나 중앙약심위 위원 구성에 변화가 생겼다. 1차에 들어온 3명 대신 2차 회의에 5명이 추가되어 2차 회의가 열리게 되었다. 추가된 5명 중 상당수는 인보사에 우호적인 입장을 가진 위원들이었다. 2차 회의가 진행될 때, 코오롱생명과학에서 인보사에 대한 별다른 새로운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2차 회의에서는1차 회의에서 인정되지 못했던 조건들이 모두 만족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골이 재생되는 구조 개선이 없어도 허가한 사례가 있다", "증상 개선을 간접적으로라도 증명하면 인정할 수 있다"라는 발언이 2차 회의록에 남아있다. 1차 회의에서는 연골 재생 효과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 허가 실패의 주 원인이 되었었는데, 2차에서는 연골 재생 부분에 집중하지 않고 관절 통증 개선에 집중했기 때문에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식약처에서는 "2013년 7월 인보사의 임상시험 계획을 검토한 위원과 1차 회의 위원을 모아 회의를 연 것"이라며 1차 회의에 참석한 3명은 일정상 오지 못한 것이라 해명했다.
 
결국, 2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인보사는 2017년 7월 식약처의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연골재생 효과는 입증하지 못했다는 조건을 달긴 했으나, 세계 최초의 무릎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써 시중에 유통되었다.
 
 
후속 조치는?
 
인보사는 현재까지 시판 전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145명, 시판 후3,403여건 투여되었으며 총 3,707명에게 투약되었다. 식약처는 계속해서 인보사를 투여 받은 환자에 대해 장기 추적 조사하고 있으며,이상 사례, 유효성 평가 수집 등에 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자발적인 판매 중지 요청에 의해 식약처에서 판매 금지를 시킨 상태다. 식약처에서 11년간 약의 성분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허가를 내주었다는 점, 인보사 허가 회의에서 이례적으로 허가 여부 결과가 번복되었다는 점, 결과 번복의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에서 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에서 인보사에 포함된 미허가 세포 성분을 잡아내지 못한 것이 주요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새로운 검사 방법을 도입하여 유전자 치료제의 성분을 검사해내는 방안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 방법은 '단편일렬반복(STR)검사****'이다. 유전학적 계통검사라고도 불리는 이 검사는 미국 FDA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검사법이다. 세포의 핵 속에는 생명체의 설계도인 DNA가 들어있다. STR 검사는 두 세포의 유전자 속 DNA를 정밀하게 비교, 분석하는 검사로, 여러 세포를 다루는 공장에서 생산된 약품에 허가받은 세포 이외의 세포가 섞이지 않았는지 검출해낼 수 있다. 인보사가 미국FDA의 허가를 받아내지 못한 이유는 바로 STR 검사에서 이상한 세포가 섞여 있다는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에서도 제2의 인보사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STR 검사를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 식약처에서는 인보사 사건을 계기로 약품 허가 과정을 전면 수정하기로 했다. 식약처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식약처는 빠른 시일 내에 약품 허가 전부터 세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세포의 채취, 처리, 보관, 공급 단계별로 안전 및 품질 관리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허가 신청 시에는 STR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며 이후 식약처의 교차 검증을 통해 약품에 불순한 물질이 없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만들 예정이다. 허가 이후에도 업체가 주기적으로 유전자 검사를 하도록 하며, 사후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short tandem repeat Analysis, 유전자 고유의 DNA 염기서열의 형태를 비교하는 방법
 
 
식약처에서 허가해 준 약품은 인체에 큰 해를 미치지 않는 약품이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인보사 사태를 통해, 식약처 허가를 받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다는 식약처 불신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인보사 제 2액에 사람 태아 유래 신장 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고의로 허가를 내준 것이라면 국민 모두와 세계를 기만한 중대한 범죄가 되는 것이며, 만약 모르고 허가를 내준 것이라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만한 수준이 되지 않는, 신뢰도 낮은 기관이 되는 것이다.
 
인보사 문제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예측된다. 인보사 문제가 불거지자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지원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보류되었다. 이는 바이오 분야의 규제를 완화해 회사에서 제품을 조금 더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법안이었다. 하지만 인보사 판매 중단 소식으로, 국회에서 바이오의약품의 규제를 풀어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판단하여 법안 통과를 보류시켰다.
 
이번 인보사 문제는 국내의 허술했던 의약품 허가 체계를 탄탄하게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조사의 자료만 참고하여 약품 허가 판정을 내리지 않고, 식약처 자체에서 꼼꼼하고 깊이있게 교차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바이오산업 규제를 심화하면 국내 바이오산업이 퇴보하는 결과를 낳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약품을 보다 정확하게 분석하여 안전한 약품만을 시장에 제공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규제로서 작용하지 않는다. 정확성을 높여 신뢰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식약처와 바이오 산업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자 과제이다. 이번 인보사 사태를 통해, 꼼꼼하게 검증된 의약품 허가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 안전한 바이오 의약품을 제공하여 세계 산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참고 문헌>
식품의약안전처, [보도자료] 식약처, '인보사케이주' 관련 중간조사 결과 발표, 등록 : 2019.04.15, http://www.mfds.go.kr/brd/m_99/view.do?seq=43374
 
식품의약안전처, [보도자료] 유전자치료제 자발적 유통.판매 중지, 등록 : 2019.03.31, http://www.mfds.go.kr/brd/m_99/view.do?seq=43346
 
최병철, [신약평론]무릎골관절염 세계 최초Gene Therapeutics 인보사-케이, 약학정보원, http://www.health.kr/Menu.PharmReview/_uploadfiles/무릎골관절염%20세계%20최초%20Gene%20Therapeutics,%20인보사-케이.pdf
 
정새임, "인보사, 종양 유발 세포를 치료제로 쓴 첫 사례…환자 안전 우려", 청년의사, 최종수정 2019.04.04 12:00, 2019년 05월 18일 접속, http://www.docdocdoc.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66942
 
서진우, [경제신문은 내친구] 인보사 쇼크가 뭐기에, 매일경제, 입력: 2019.04.10 17:27:31   수정: 2019.04.10 19:24:03, 접속2019년 05월 18일,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19/04/221091/
 
김양중, 식약처, 인보사 허가 '숨은 손' 있었나, 한겨레, 등록 : 2019.05.14 04:59, 접속 : 2019.05.17
http://www.hani.co.kr/arti/society/health/893768.html#csidx1f2cf21bcbd23958d73d20be1479545 
 
김병호, 서진우, 서정원, `인보사 세포` 잡아낸STR검사 의무화, 매일경제, 입력: 2019.04.03 17:05:39, 수정: 2019.04.03 18:14:51, 접속: 2019.05.17, https://www.mk.co.kr/news/it/view/2019/04/203766/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 케이 제품소개, http://www.kolonls.co.kr/kor/02business/bio02_01_01.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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