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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4당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의결한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입니다.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검경 안팎에서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양측이 서로의 주장을 반박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검경은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장외여론전으로 크게 부딪혔습니다. 포문은 검찰이 먼저 열었습니다. 지난 1일 문무일 검찰총장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주의의 원리에 반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습니다. 
 
답하는 문무일 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4
▲ 답하는 문무일 총장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5.4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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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총장의 발언은 적잖은 파장을 낳았습니다. 권력기관 개혁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을 검찰 총수가 반대하는 모양새가 연출됐기 때문입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청와대가 직접 나서 진화에 나서는 등 파문은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검찰은 9일 대검찰청 페이스북 계정에 '고소사건 이렇게 바뀝니다 - 재경지검 10년차 현직 검사가 Q&A로 알려드리는 일반 국민들에게 수사권 조정이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카드뉴스를 통해 수사권 조정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카드뉴스를 통해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갖게 되면 사건이 축소되거나 은폐될 가능성이 있고, 경찰 조직의 비대화로 또다른 폐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방송에 출연하거나 언론 등을 통해 수사권 조정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검찰의 조직적 움직임에 경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10일 경찰은 '수사권조정에 관한 검찰의 왜곡과 진실'이라는 제목의 설명자료를 통해 대검찰청이 카드뉴스에서 주장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경찰은 '수사종결권이 부여되면 경찰이 마음대로 수사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수사권 조정안에 따르면) 경찰은 촘촘한 통제를 받게 된다"라며 "기소권과 결합돼 있어 훨씬 강력한 검찰 수사가 오히려 아무 통제도 받지 않는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경찰이 검사의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범죄자를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경찰이 정당한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리 없다"라며 "정당한 보완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검사는 직무배제 및 징계요구까지 가능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 사건이 암장된다'는 주장에는 "수사권 조정이 되어도 검사가 경찰의 모든 사건기록을 다 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라고 반박했고, '경찰의 불송치 사건을 검토하는 데 60일은 부족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검사가 단지 사건 기록만을 검토하는 데 60일이 부족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안이 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검찰권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비대해 견제받지 않는다"라며 "검찰권 분산이야말로 민주주의 실현"이라고 역공을 폈습니다.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영장실질심사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가운데), 이철성(오른쪽)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 영장실질심사 출석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국회의원 선거에 불법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강신명(가운데), 이철성(오른쪽) 전 경찰청장이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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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에 검찰은 전직 경찰총수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일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입니다.

검찰은 이들이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세력을 불법 사찰하고, 20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당선을 위해 정보 수집 및 선거 대책을 수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시점입니다. 공교롭게도 수사권 조정 문제로 검경 사이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두 전직 경찰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검찰이 경찰의 힘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영장 청구와 관련해 그 내막을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 갈등이 조직의 명운을 건 패권 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한쪽은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른 한쪽은 조금 더 가져오기 위해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수사권 조정이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는 검찰은 기실 가장 비민주적인 권력기관 중의 하나입니다.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는 권력의 분립에 있습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오남용을 막도록 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러나 이같은 민주적 절차와 흐름에 반하는 대표적인 기관이 바로 검찰입니다.

검찰은 직접수사권, 경찰 수사 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 무소불위의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하는 등 검찰은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막강한 힘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반면 검찰을 견제할 장치와 수단은 사실상 전무합니다.

통제 받지 않는 조직은 부정·부패에 취약합니다. 공적 권력을 사사로이 남용하기가 쉽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검찰이 보여온 행태가 이를 여실히 증명합니다. 

봐주기 수사, 편파·불공정 수사, 표적수사, 제식구 감싸기, 사건의 은폐와 조작, 권력 유착, 내부 비리 등등. 정의사회 구현에 앞장서야 할 검찰조직의 부패와 권력남용의 사례들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벅찰 정도로 부지기수입니다. 최근만 해도 검찰은 부실·봐주기 수사로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리한 사실이 드러나 망신살을 샀습니다. 

각계로부터 수사권 조정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실질적인 배경입니다.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 검찰의 엇나간 행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입니다. 자승자박이 따로 없습니다. 검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결국 수사권 조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뢰받지 못하고 있기는 경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가정보원과 군 기무사령부 등의 국가기관이 대선에 개입해 헌정질서를 유린했던 '국정원 사건'. 당시 권력에 바짝 웅크리며 사건을 덮으려 했던 경찰의 행태는 여전히 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돼 있습니다.

권위주의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경찰이 가담한 수많은 용공조작사건과 시국사건은 또 어떻습니까. 이 사회에는 당시 경찰이 저질렀던 강압수사와 고문 등에 의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최근만 해도 경찰은 '장자연·이미란 사건' 부실·봐주기 수사 의혹을 비롯해 '클럽 버닝썬 사건' 유착 의혹 등으로 체면을 구겨야 했습니다. 앞서 검찰이 카드뉴스를 통해 제기했던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인 것입니다. 

이쯤되면 검찰이나, 경찰이나 한마디로 '도긴개긴'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수사권 조정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헤아려 신뢰받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그러나 검경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성찰과 반성은커녕 수사권 조정의 본질은 도외시 한 채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입니다.

수사권 조정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국가기관의 권력 분산에 방점이 찍혀있습니다. 과거의 구태와 단호히 결별하고 권력의 입김에서 벗어나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라는 시민의 준엄한 명령이 그 속에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검경은 수사권 조정의 의미를 직시해야 합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권력의 주구'(走狗)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될 지도 모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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