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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 연꽃   극락교 주위 나무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연꽃이 활짝 피었다.
▲ 나무 위 연꽃  극락교 주위 나무 연둣빛 나뭇잎 사이로 연꽃이 활짝 피었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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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이 지나자마자 마곡사를 찾았다. 백범 명상길 1코스와 2코스를 걸으며, 김구 선생 발자취를 돌아보았다(관련 기사 : 백범 선생이 질풍노도의 20대를 보내던 곳).

봄에는 언제라도 좋다. 그래서 '춘마곡(春麻谷)'이라고 했다. 온통 초록이다. 신록이 짙어 가는 마곡사를 기록하고 싶었다. 신록 축제가 한창인 4월 말 마곡사를 찾았다.

송림숲길

백범 명상길 3코스 송림숲길을 걸었다. 백련암을 지나 활인봉과 나발봉을 거쳐 마곡사로 돌아오는 10km 길이다. 나발봉 전후 '솔잎융단길'(1.5km)과 '황토숲길'(2.0km)이 최고 구간이다.

백련암에 갔다. 백범 선생이 추운 겨울을 보낸 요사채 성윤당(性允堂)에도 봄이 왔다. 겨우내 사용한 문풍지를 걷어내고,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찻집도 영업을 다시 시작했다.

백련암 앞마당에 섰다. 멀리 내려다보니 지난 겨울의 삭막함은 간데없고, 초록이 온 세상을 감싸고 있다. 백범 선생이 "풍진 세상과 인연을 다 끊지 못하고, 청정 적멸의 도법에만 일생을 희생할 마음이 생기지 아니하여, 백미 열 말을 팔아 여비를 해서 경성으로 출발"하였을 때도 이즈음이었을까.

초록에 묻힌 마곡사를 떠나며, 백범 선생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큰 꿈을 품었으리라. 조국 광복을 위하여 큰 세상으로 나가고 싶었으리라.

솔잎융단길
 
활인샘   활인봉 가는 길목을 벗어나 방치되어 있다. 사람 대신 이끼에게 여전히 생명수이다.
▲ 활인샘  활인봉 가는 길목을 벗어나 방치되어 있다. 사람 대신 이끼에게 여전히 생명수이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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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인샘이 있어서 활인봉이다. 태화산 주봉이다. 활인봉 가기 전, 주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으로 약 150m 내려가면 큰 바위가 있다.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지 않고, 바위틈에서 한두 방울씩 끊임없이 떨어진다.

죽어가는 사람도 마시면 살아난다는 생명수이지만 마시기에는 망설여진다. 파릇한 이끼가 보인다. 이제는 사람 대신 이끼에게 생명수가 되고 있다. 활인봉을 지나면 완만한 능선이다. 솔잎융단길이다. 솔잎으로 뒤덮인 오솔길이다. 영화제에 초청된 배우처럼, 솔잎 융단 위를 한껏 뽐내며 걸을 수 있다.
 
할미바위   샘골 갈림길에서 나발봉 쪽으로 가다 보면 할미바위가 있다. 사람들이 돌탑 대신 바위 밑에 나뭇가지를 기대어 놓고 소원을 빈다.
▲ 할미바위  샘골 갈림길에서 나발봉 쪽으로 가다 보면 할미바위가 있다. 사람들이 돌탑 대신 바위 밑에 나뭇가지를 기대어 놓고 소원을 빈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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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잎융단길 소나무   한껏 비틀어지고 굽어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잠깐 내린 보슬비와 함께 산안개도 살포시 내려왔다.
▲ 솔잎융단길 소나무  한껏 비틀어지고 굽어 있어서 운치를 더한다. 잠깐 내린 보슬비와 함께 산안개도 살포시 내려왔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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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바위가 있다. 돌탑을 쌓고 소원을 비는 것처럼, 바위 밑에 나뭇가지를 기대어 놓고 소원을 빈다. 산객들의 소원 성취를 위한 정성이 대단하다. 나발봉 정상 가는 길목에 있는 무덤에도 나뭇가지가 꽂혀 있다. 무덤을 지나는 산객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예를 표하는 방법이다.

솔잎융단길 소나무는 위로만 자라지 않는다. 마치 해탈문과 천왕문을 일렬로 놓지 않고 조금 비틀어 깊이감을 더한 것처럼 소나무는 한껏 비틀어지고 굽어 있다. 울창하지 않아 긴장감이 없다. 덕분에 주위를 돌아보는 여유가 생긴다. 그래서 더욱더 아름다운 숲길이다.

황토숲길
 
팔각정   주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자가 있고 그 안에 나발봉 417m라는 나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사람들이 이를 보고 나발봉으로 생각한다.
▲ 팔각정  주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정자가 있고 그 안에 나발봉 417m라는 나무 푯말이 세워져 있다. 사람들이 이를 보고 나발봉으로 생각한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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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봉 정상에 정상석이 없다. 나발봉까지 250m라는 안내 표지목에서 주 등산로를 벗어나 왼쪽으로 올라가는 길이 나발봉 정상가는 길이다. 혼자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나무가 우거진 숲을 뚫고 가야 한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고, 멧돼지가 땅을 헤집고 다닌 흔적이 보인다.

정상에 올라가면 사방이 훤히 보인다. 정상석은 없고, 삼각점만 있다. 나발봉은 도적의 파수꾼이 보초를 선 곳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나발을 불어 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보초 서기 좋은 곳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근처 무성산에서 활동했던 홍길동 무리에게도 나발 소리가 들렸을지 궁금하다.

다시 주 등산로로 돌아와 올라가면 팔각정이 있는 능선봉이다. 정자 안에 나발봉 표지목이 있다. 가짜 나발봉이다.

황토숲길이 이어진다. 송림 중 으뜸이라는 적송이 반긴다. 다른 곳과 달리 좁은 오솔길이다. 맨발 산책이 가능할 정도로 부드럽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걷기만 해도 좋다. 삼림욕을 즐기며, 몸은 물론 마음마저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산에서 내려와 평지에 다다르면, 한국문화연수원이 있다. 수행문화 대중화를 위하여 2009년 개원한 곳이다. 솔향기 다원에 들러 커피를 마셨다. 커피에서 솔잎 향이 났다. 송림숲길의 흔적인가 바리스타의 솜씨인가.

대웅보전
 
징검다리   희지천을 따라 온통 초록이다. 물소리마저 봄을 닮아 싱그러운 소리를 낸다.
▲ 징검다리  희지천을 따라 온통 초록이다. 물소리마저 봄을 닮아 싱그러운 소리를 낸다.
ⓒ 정명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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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지천 징검다리를 건너 대웅보전에 갔다. 외관상으로 2층 건물이지만, 내부는 하나의 공간이다. 한국 중층 건물 특징인 통층식 구조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싸리나무 기둥이 네 개 있다.

"마곡사 싸리나무 기둥을 몇 번 돌았느냐?"

염라대왕 앞에 가면 묻는다. 많이 돌았다면 극락에 가까이 왔고, 아예 돌지 않았다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아들이 없는 사람이 기둥을 안고 돌면, 아들을 점지해 준다고도 한다. 싸리나무 기둥은 사람들 손때로 반질반질 윤기가 나 있다. 
 
샘골마을 가는 길   마을 앞을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서 오르면 좁은 입구가 나오고 그 너머에 넓은 농지가 있다.
▲ 샘골마을 가는 길  마을 앞을 굽이치는 물길을 따라서 오르면 좁은 입구가 나오고 그 너머에 넓은 농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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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마곡은 십승지지(十勝之地) 중 하나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곳이다. 정감록과 택리지 등에 언급되어 있다. 마곡사 뒤로 숨어 있는 샘골마을을 보면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산으로 에워싸인 좁은 입구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10만여 평의 농지를 품고 있다. 굽이치는 물길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유구마곡양수지간 가활천인지명(維鳩麻谷兩水之間 可活千人之命)인 십승지지가 틀림없다.

공주 태화산 마곡사에 송림숲길이 있다. 온통 초록에 둘러싸인 '춘마곡'의 깊이를 더해주는 숲길이다. 홀로 걸었다. 싱그러운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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