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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연호를 발표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모습을 전하는 일본 야후 뉴스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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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새로운 연호(年号)를 발표했다. 지난 1일 오전 11시, 수상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가 관방장관은 일본의 새로운 연호를 '레이와(令和)'로 확정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일본은 31년간 이어져온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마감하고, 새롭게 이름 붙인 '레이와' 시대를 맞게 됐다.

일본의 연호 변경은 오는 5월 1일로 다가온 아키히토 일왕 퇴위 및 나루히토 일왕 즉위를 준비하며 이뤄진 것으로 새 연호는 5월 1일 오전 0시부터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일본의 연호란?

일본에는 형식적이긴 하나 '임금'이 존재한다. 일본의 왕실은 초대 국왕으로부터 단절된 바 없이 대대로 이어져 온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전통을 자랑한다. 일본 국왕은 자신의 권위와 통치이념을 천명하고, 자신의 시대가 오래토록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특정 한자(漢字) 조합을 바꿔가며 연호로 사용해왔다. 

우리가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해를 단기 1년으로 삼고, 올해를 단기 4352년으로 하는 것과 유사하다. 일본은 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한 해를 헤이세이 1년으로 삼아 올해는 헤이세이 31년이 된다. 그리고 연호가 바뀌어 올해가 레이와 1년이 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운 국왕의 즉위로 인해 연호가 교체됐으나, 지난 일본의 역사를 돌아보면 본래 같은 임금이 군림하는 동안에도 연호는 여러 번 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일본이 개화한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 연호는 새로운 임금이 즉위할 때마다 한 번씩 바뀌는 것으로 법제화됐다. 

이번에 바뀌는 연호는 서기 645년의 '다이카(大化)'로부터 헤아려 248번째에 해당한다. 일본 국민은 연호가 바뀌는 것을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것이다.

'레이와(令和)'의 의미

새로운 연호인 '레이와(令和)'는 일본 고전인 <만엽집>(萬葉集)에서 인용해서 지어졌다. 본래 연호는 중국 고전에서 인용해서 만들어져왔는데, 고대 일본의 전래가요를 모아 편찬한 고전을 참고해 연호를 만든 것은 그래서 유례가 없다고 평가된다. 이를 두고 '일본의 자주성을 추구해온 아베 정권의 성향이 드러난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새 연호인 '레이와'가 만엽집에서 인용된 부분은 서기 730년 정월 대보름에 벌어진 연회 자리의 풍경을 아름답게 묘사한 구절에 해당한다. 구체적으로 영월(令月,'축하하고 싶은 달')의 부드러운 바람과, 매화의 향기를 찬양하는 가사다. 아베 총리는 4월 1일 오후에 발표된 담화에서,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화합하는 가운데 문화가 자라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라며 '레이와(令和)'가 지닌 뜻을 설명했다.

새로운 연호가 만들어진 절차는 지난 연호 '헤이세이(平成)'가 정해진 과정을 그대로 답습했다. 정부가 각 분야로부터 초빙한 전문가들로부터 여러 개의 후보명을 추려낸 후, 노벨상 수상자가 포함된 간담회를 수상관저에서 개최하고, 일본 의회의 중요 인사들의 의견도 들었다. 

일본인들의 반응

새로운 연호가 발표되자 일본의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다.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레이와(令和)'라는 이름을 가진 일본인과 기업들이었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효고현에 거주하는 한 주민의 말을 인용해 "관방장관의 입에서 내 이름이 흘러나와 놀랐다"고 전했다. 또한, <교도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 '레이와(令和)'와 같은 이름을 가진 기업은 6개 있으나 다행히 한자까지 같은 경우는 전무하다고 전했다. 새로운 연호의 발표와 동시에 '레이와(令和)'라는 상표명은 등록할 수 없게 됐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새로운 연호가 내각에서 결의된 후 궁내청장은 아키히토 일왕에게, 차관은 나루히토 왕세자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고 한다. 이 매체는 "새로운 연호를 들은 왕세자의 반응은 '알겠습니다'라는 짤막한 대답이었다"라고 전했다.

일본 '야후 뉴스'의 독자 의견란에도 새로운 연호의 발표에 대해 갖가지 의견이 올라왔다. "세계적으로 서력을 사용하고 있는데, 연호를 쓰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으나, "연호를 사용하는 것은 일본의 전통이며 과거와 새로운 시대의 전환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필요하다"라는 반론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