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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유리의 본고장, 베니스 무라노섬

고태규의 유럽 자동차 집시여행
19.03.20 16:28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43일째: 4월 16일 (화) 아주 맑은 날씨다
 
지중해 유리의 본고장, 베니스 무라노섬
 
배를 타고 무라노섬에 갔다. 무라노는 베니스 유리 산업의 본산이다. 유리박물관부터 들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중요한 소득이 있었다.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유리 제품들이, 지중해로부터 (또는 페르시아로부터) 수입된 제품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제품들의 유사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유리는 요즘으로 치면 최첨단 하이테크 수입 명품에 해당한다. 유리 제품이 왕이나 고관대작들의 무덤에서만 출토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또한 통일신라시대 때까지 우리나라에서 유리가 제조되었다는 증거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구슬 유리가 말라카 부근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나는 어떤 텔레비전 특집 프로그램에서 말라카 해협 인근에 있는 인도네시아 어느 마을 기술자가 아직도 전통 방법으로 유리 대롱 제품을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기술자는 우리 고대 무덤에서 발견된 구슬 유리에 사람 얼굴이나 동물 얼굴을 묘사하는 기법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었다.
 
내가 이번 유럽 여행에서 일관되게 관심을 갖고 추적하고 있는 제품이 바로 유리다. 루브르박물관, 대영박물관, 비엔나 왕궁박물관, 포르투갈 신뜨라의 페나궁, 나폴리 고고학박물관, 베니스 무라노섬, 일본 실크로드박물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경주 국립박물관, 부여 국립박물관.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아주 유사한 유리 제품들을 가지고 있었다. 고대에는 지중해, 중세 이후에는 페르시아를 중심으로 유리 제품이 동서로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광범위하게 교역되고 있었다. 유통 과정에서 파손의 위험이 높고, 고가품으로 강탈의 위험성이 높았기 때문에 육로보다는 해상으로 운송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인공은 바로 베니스 상인과 아라비아 상인을 따라 갈 사람이 없다.
 
베니스에서 제조된 유리 제품이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비잔틴으로 수출되고 다시 아랍 상인들에 의해 바그다드와 말라카(지금 싱가포르)를 거쳐 중국과 한국 일본으로 수출되었던 것이다. 베니스는 12세기부터 1797년 나폴레옹에 의해 점령당할 때까지 지중해 해상무역을 거의 장악하고 있었다. 동방견문록의 주인공 마르코 폴로가 바로 베니스 출신이고, 마르코 폴로를 원나라 황제에게 데려다준 아버지와 숙부도 베니스 출신이다. 그러니까 베니스 사람들은 이미 그 당시에도 전 세계를 무대로 활발하게 무역을 하고 다닌 사람들이다.
 
무라노섬에서는 도제식으로 교육과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제조 기술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탈출하다 잡히면, 손을 잘라버리는 무서운 형벌을 내렸다고 한다. 무라노섬에는 아직도 여러 개의 유리 공방이 성업 중이고, 거리의 거의 모든 상점들이 유리 제품을 파는 상점이다. 현대식으로 응용한 제품도 많았다. 성 마르코 광장의 쇼핑점에서 파는 유리 제품들도 거의 무라노섬에서 만든 제품들이다.
 
어제 밤에 너무 춥게 자서 그런지 아침부터 몸살기가 있다. 오금이 저리고 오한이 난다. 겨우 무라노섬만 갔다가, 오후 3시쯤 캠핑장으로 돌아왔다. 아스피린 두 알을 먹고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개운하다. 모든 일을 혼자 하려니까 너무 힘들다. 아침에 나가면서 고쳐달라고 부탁했던 히터는 잘 작동되고 있었다. 아내에게 메일을 보냈다. "여보, 나 죽을 거 같아, 빨리 돌아와."
 
*주행 및 숙박 내역
 
주행 경로: 베니스-무라노섬
주행코스: 베니스-무라노섬
주행거리:
주행시간:
도로유형:
숙박: Fusina 캠핑장(40)
주차장: 유료(5)
아침식사: 별도
인터넷: 5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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