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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과정 끝에 '만 18세 선거권'을 포함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정치개혁 신속처리안건 합의안이 발표됐다. 합의안 내용에는 국회의원 정수 유지 및 비례대표 의석수 조정,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 50%를 연동한 비례대표 의석 우선 배분, 비례대표 공천과정 개선안 등의 내용도 담겼다.

보는 관점에 따라 반가울 수도 아쉬울 수도 있는 합의안이지만, 청소년 참정권 운동을 해온 나로서는 처음으로 '국회로부터 응답받은' 느낌이 들었다.

거리에서, 국회 앞 길바닥에서 외친 청소년 참정권
 
선거연령 하향 촉구 삭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선거연령 하향 촉구 삭발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회원들이 2018년 3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에서 열린 선거연령 하향 촉구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삭발 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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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촛불광장을 가득 메웠던 청소년들의 존재는 선거권 연령 하향 이슈를 부활시켰다. 2017년 1월, 만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 법안은 이를 소관하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중요한 점은 새누리당 소속 강석호 의원(현 자유한국당)도 "18세로 낮추는 것은 세계적 추세"라면서 만장일치 결정에 함께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후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새누리당의 반대로 안건이 부결됐다. 통상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은 이후에도 무난하게 통과되는 일이 잦았기에, 안건 부결은 이변이라고 평가됐다. 애초 강석호 의원이 선거권 연령 하향에 찬성했던 것에 새누리당의 다른 의원은 "전체 분위기에 못 이겨 다수 의견에 따라간 것"이라고 대신 해명했다. 뭔가 '웃픈' 상황임은 분명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이 지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참정권 및 여타 청소년 인권을 위한 법 제‧개정을 목표로 연대조직을 출범시켰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숱한 기자회견과 행사를 열고 서명 캠페인을 벌이고 시민들과 국회의원들을 만나면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을 포함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필요성을 알렸다. 2018년 지방선거를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선거로 만들자는 것이 모토였다. 꾸준히 청소년 참정권을 알리고 설득한 활동 덕이었을까. 2018년 4월에는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데 찬성하는 19세 이상 시민들이 약 60%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만 18세 이하는 조사대상에 포함되지도 못했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2018년 3월, 세 명의 청소년이 국회 앞에서 삭발 시위를 하며 참정권 보장을 요구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국회 앞 길거리에 농성장을 차렸다.

6월 선거에 적용되려면 선거권 연령 하향 법안이 통과돼야 할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김기식‧김경수 특검을 요구한다는 명목으로 국회 논의 참여를 거부했다. '4월 국회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 법안을 통과시키자'며 시작한 농성이었다. 한국당이 국회 계단에 차린 텅 빈 '투쟁본부'와 열리지 않는 국회를 바라보며 길거리에서 속 끓는 하루하루를 보낸 나날을 떠올리면, 한국당이 쉽게 용서가 되질 않는다.

그렇게 43일간의 농성은 국회의 응답을 듣지 못한 채로 마무리됐고, 농성을 마무리하던 날 한국당을 제외한 원내정당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민중당의 원내대표 및 대표들은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 조속 실현"을 약속했다.

정치개혁 요구 때마다 국회에 안 나오는 그들
 
국회 본관 앞에 쳐진 한국당 농성장 자유한국당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 천막에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문구를 내걸렸다.
▲ 국회 본관 앞에 쳐진 한국당 농성장 2018년 4월 17일, 자유한국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설치한 "대한민국 헌정수호 투쟁본부" 천막에 문재인 정권을 규탄하는 문구가 내걸린 모습.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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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로도 청소년 참정권, 특히 대표적 문제로 선거권 연령 하향을 요구하는 운동은 쉼 없이 이어졌다. 2018년 10월 새로운 정치개혁특위가 출범했다. 새로운 정개특위에서도 선거권 연령 하향 안건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당의 반대 때문이었다.

한국당에서는 '만 18세 이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도록 입학연령과 졸업연령을 당기는' 학제개편을 하고 난 뒤에야 선거권 연령 하향에 동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걸어왔다. '고등학생이 정치에 참여해선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서 청소년들이 정치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선거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청소년 참정권 자체를 반대하는 퇴행적인 주장이었다. 한국당은 선거권 연령 기준이 18세 이하인 나라들은 다들 한국보다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한다면서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를 퍼뜨리기도 했다.

교육제도를 개편한다는 게 그렇게 쉽게 될 리도 없었고, 한국당이 구체적인 개편안을 추진한 것도 아니었다. 당위도, 실현가능성도 없는 학제개편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그냥 반대하는 것보다도 더 '치사한' 태도였다고나 할까.

시간이 흘러 해가 바뀌었다. 2020년 총선을 위해 선거제도를 확정하고 선거구를 획정해야 할 법정 시한이 다가왔다. 국회에서도 선거제도 개혁 논의가 더 활발해졌다. 그런데 한국당은 청와대가 임명한 중앙선관위 상임위원에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또다시 2월 국회를 보이콧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4월, 한국당이 국회를 보이콧하던 모습과 겹쳐 보였다. 우연의 일치인가. 왜 자유한국당은 정치개혁 요구가 드높아질 때 국회 보이콧을 하는지.

이래도 저래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의 논의가 되지 않으니, 그밖의 여야 4당이 선거법 개혁안 등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국회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신속처리안건 지정 가능성을 내비치자 한국당은 즉각 반발에 나섰다.

'국회의원 총사퇴' 엄포를 비롯해, 급기야 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혁안이라면서 비례대표 자체를 폐지하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대를 위해 당위도 현실가능성도 없는 황당한 안을 들이미는 행태는, 선거권 연령 하향에 반대하기 위해 학제개편을 조건으로 달았던 행적을 그대로 반복하는 듯했다.

특히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8일에 열린 한국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좌파교육감들이 교육을 장악하고 있는데 고등학교 교실에 정치가 들어가고 이념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자신들이 청소년 참정권에 반대하는 것이나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려 했던 것은 정치와 이념이 아니고, 고등학생들이 의견을 갖고 참여를 하면 그것은 위험한 '이념' '정치'라는 것처럼.

18세 선거권은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일 뿐

청소년들이 선거권 연령 하향을 위해 삭발까지 나섰던 이유는, '만 18세로의 선거권 연령 하향'이 보다 폭넓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른들의 반대 때문에 학생인권조례 등 청소년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현실을 바꾸고 싶기 때문이다.

미국과 프랑스 등 전세계적으로 (그들은 이미 선거권 연령이 18세이기에) 만 16세 선거권 운동이 한창이다. 이는 이제껏 사회가 굴러왔던 방식, 기성세대가 일방적으로 룰을 정하고 젊고 새로운 세대는 룰에 따르며 그에 맞춰 주조되기만을 바라는 방식이 더 이상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청소년들이 기성세대가 시키는 대로 조종당할 것이라 믿는 식의 사고방식은 반민주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뒤떨어진 과거의 인습이 될 것이다.

나는 개혁 법안들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선거권 연령 하향을 비롯한 정치 개혁 입법이 끝까지 잘 추진되기를 바란다. 물론 신속처리안건 방식이 아니라 한국당까지 합의해서 정치개혁이 완수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자유한국당 "좌파독재법 날치기하는 문재인 정권 각성하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비상연석회의에 참석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은 좌파 독재 장기집권플랜이다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규탄하고 있다.
▲ 자유한국당 "좌파독재법 날치기하는 문재인 정권 각성하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과 당협위원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비상연석회의에 참석해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은 좌파 독재 장기집권플랜이다며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규탄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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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당은 국회를 마비시킨 그동안 자신들의 행적을 반성하기보다도, 신속처리안건 지정이 "좌파독재정권 수명 연장 위한 입법 쿠데타"(황교안)이고 "좌파연합국회 만드는 권력야합"(나경원)이라는 독설만을 쏟아내고 있다. 정치개혁 논의에 성실하게 참여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 한국당과의 협의가 어떻게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의 태도 변화 가능성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다. 비록 우리가 국회 앞 길바닥에서 43일간 농성할 때 한국당 국회의원은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지만, 우리의 숱한 당 지도부 면담 요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했지만, 끝내 당시 홍준표 당대표를 직접 찾아가보아도 직원들을 시켜 매몰차게 끌어내기에 바빴지만... 

그래도 그건 과거의 일이다. 정치개혁 법안 등이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다면 시한이 정해지는 만큼 한국당도 논의에 참여해야겠다는 동기를 가질 수도 있다. 청소년들은 아직 가지지 못한 참정권을 가진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의 권한을 좀 더 잘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면목이 서지 않겠는가. 한국당의 변화를 기다려본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민진씨는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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