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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황교안 대표가 취임한 자유한국당에서 신적폐저지특별위원회 설치안이 일부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인해 보류되었다는 기사였다. 신적폐저지특별위원회에는 친박의 돌격대장격인 김태흠 의원이 위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었는데, 논의 끝에 위원회의 설치가 보류되었다. 

이후 자유한국당에서는 '신적폐저지특별위원회'를 발족시키지 않았다. 대신 김태흠 의원을 위원장으로 삼아 새로운 명칭의 '좌파독재저지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신적폐저지특위나, 좌파독재저지특위나, 어차피 비슷한 성격의 위원회일 것이 뻔한데,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한 언론에 따르면, 적폐저지라는 표현 자체가 적폐 청산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프레임에 말려들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감이 적폐청산위원회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명칭 문제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명칭과 관련된 '프레임'이 사람의 머리에 떠오르면 특정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프레임이 무서운 것이다. 이는 정치뿐만이 아니다. 일상 생활, 나아가 인생 전체에 대해서도 프레임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프레임
 프레임
ⓒ 최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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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프레임'이란 책은 사람의 생각을 좌우하는 프레임에 대해 설명하는 대중서다. 저자는 '생각의 지도'라는 책의 저자인 리처드 니스벳 교수의 제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지혜로워지는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프레임에 대해 알아야 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의 지각이나 생각은 어떤 맥락이나 관점, 평가 기준이나 가정 하에서 일어난다. 그런 맥락, 관점, 평가 기준 등을 프레임이라고 한다. 프레임은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다. 사람들은 흔히 프레임을 마음가짐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프레임을 갖추려면 좋은 마음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프레임은 '결심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설계의 대상'이다.

사람은 자신을 둘러싼 은유와 맥락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그런데 개인은 완벽하게 지혜로운 판단을 하지 못한다. 저자는 더 나은 단어와 언어, 질문과 맥락을 점검하고 더 나은 프레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는 이미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존재지만, 이를 깨고 새로운 프레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많은 고정관념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 인종, 성, 나이, 국가, 사회적 지위, 옷차림, 외모, 학력 등이 만들어내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을 대할 때 끊임없이 휘몰아치는 고정관념의 유혹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까? 고정관념이라는 폭력적인 프레임을 거부하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과 만나는 일은 일생을 걸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66P
 
책은 프레임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예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거 미국의 보수 진영은 이라크 침공을 테러와의 전쟁으로, 진보 진영은 점령이라고 해석했다고 한다. 이라크 사태가 전쟁으로 명명되면 해결책은 승리다. 따라서 이라크에서 철수하는 것은 패배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이라크 사태가 점령이라고 프레임되면, 이라크에서의 철수는 당연한 것이고 시기만 문제가 될 뿐이다. 때문에 프레임에 따라 이라크 사태에 대한 해결책도 달라지게 된다. 마음의 창에 따라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책이 소개하는 이러한 프레임의 힘을 생각해보면 자유한국당이 적폐저지라는 표현을 썼다가 정부의 적폐청산 프레임에 말려들 것을 우려한 것이 이해가 된다.

저자는 또한 프레임은 '애매한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라고도 한다. 저자는 애매함이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라고 보며, 우리의 사적인 판단과 경험이 모두 프레임의 영향력에 있다고 한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 프레임이다.

그런데 이 프레임은 사실과 다른 판단을 하게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책에 따르면,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 착한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착하기 때문이고, 악한 일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악하기 때문이라는 '사람 프레임'에 따라 생각한다고 하는데, 문제는 이 사람 프레임이 옳다는 과학적 증거는 빈약하다는 점이다. 프레임의 영향력 때문에 사적인 판단과 경험이 잘못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애매한 세상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균형있는 프레임의 사용이 필요하다. 저자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 프레임과 상황 프레임을 균형있게 사용해야 한다고 권한다. 사람 프레임만 보면 상황이 가진 영향력에 대해 알 수가 없다. 서로에 대한 비난이나 잘못된 책임 추궁을 일으킬 수 있다. 반면, 상황 프레임만 남용하면 운명론적 시각 때문에 인간을 수동적으로 보게 된다. 그러니 두 프레임을 모두 균형 있게 써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책은 총 10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 10번째 챕터는 지혜로운 사람의 11가지 프레임이라는 제목 하에 그동안 설명한 프레임에 대한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의미 위주의 프레임을 갖고, '지금 여기'가 중요하다는 프레임을 갖는 것은 권장되지만, 타인과의 비교 프레임, 부정적인 언어는 버릴 것을 주장한다.

책은 좋은 프레임은 나를 바꾸는 역할을 하지만, 바뀐 내가 빛나는 존재가 되어 다른 사람에게 새로운 프레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타인에게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이야기다. 세상에 대해 생각할 때 막막함이 드는 사람, 자신의 가치관이나 사고에 대한 의문이 드는 사람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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