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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 얘기다. 초나라에 창과 방패를 함께 파는 장사치가 있었다. 물건을 많이 팔고 싶은 마음에 그는 "이 창은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다",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듣고 있던 한 사람이 "그럼 그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찌되오"라 물었다. 장사치는 말문이 막혀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못 뚫을 것이 없는 창과 절대 뚫리지 않는 방패가 함께 존재할 수 없는 탓이다.

우리가 잘 아는 '모순(矛盾)' 고사는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 상황을 빗댈 때 자주 사용된다. 바로 이런 경우 말이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황교안의 '핵무장' 주장 
 
의총장 마이크 앞에 선 황교안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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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자체 핵무장은 폭넓은 국민 여론 수렴이 필요한 동시에 국제사회와도 고민하며 풀어가야 할 지난한 과제"라며 "자체 핵무장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안보에는 설마가 없다'는 생각으로 공론의 장을 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14일 오전 한국당 심재철 의원실 주최로 열린 '이제 핵무장을 검토할 때' 토론회에 보낸 서면 축사에서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우리 현실을 감안하면 무조건 접어놓을 수만도 없는 일"이라며 "더이상 이 정권의 손에 우리 국민의 안위와 나라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는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고 밝힌 것.

그러나 황 대표의 주장은 현실성이 전혀 없다는 평가다. 왜 그럴까. 모두가 알다시피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탈퇴를 전제로 한다. NPT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회원국의 핵무기 개발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만약 NPT를 탈퇴할 경우 강력한 제재가 불가피해 수출에 의존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나라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는 1993년과 2003년 NPT를 탈퇴한 북한의 사례만 보더라도 명확해진다. NPT 탈되 이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으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태다. 우리나라 역시 핵개발에 나설 경우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와 압력을 피해갈 수 없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경제·산업구조를 지닌 까닭에 그 폐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세력이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한미동맹 역시 파탄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국제사회와 공조해 NPT 규정을 철저하게 적용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더욱이 핵무장은 고사하고 전술핵 재배치조차 고개를 흔들고 있는 미국이다. 핵개발에 나설 경우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되고, 그 결과는 한미동맹의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 뻔하다.

핵무장은 원전에 목을 매는 한국당의 입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우리나라는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을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핵개발을 하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라 우라늄 수입이 전면 금지된다. 전체 전력의 약 1/3을 차지하고 있는 원전 운행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되는 셈이다. X-ray나 CT 촬영에 사용되는 의료용 핵물질 수급에도 제약이 따르는 것은 물론이다.  

핵무장 주장이 어불성설인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핵개발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명분이 될 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동북아 주변국들의 핵 경쟁을 부추기는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지구상 마지막 남은 화약고라 불리는 한반도의 안보 리스크가 급상승하게 된다는 의미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핵무장이 오히려 평화를 해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의 핵개발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황 대표가 이날 '공론의 장' 운운하며 핵무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의도는 무엇일까. 황 대표의 다음 말에서 어쩌면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

황 대표는 이날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주장을 맹신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물론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해 '북한 보증인' 노릇을 해왔다"며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한 지금도 남북협력사업을 속도감 있게 준비하겠다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고 정부와 각을 세웠다.

이어 "정부의 과속과 맹신으로 안보체제는 무너지고 한미동맹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데 정부는 북한 비핵화는 뒷전으로 미뤄놓고 '신한반도체제' 운운하며 평화와 경제협력만 주장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역시나 결론은 '기승전-문재인 정부 비판'이다. 최근 당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자 그 여세를 몰아 안보이슈를 통해 대정부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심산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에 접어든 남북·북미 간의 틈새를 파고들어 정부·여당의 대북정책의 문제점을 부각시키고, 자극적인 핵무장 이슈로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키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국제사회의 제재와 한미동맹 파기, 경제·사회적 위기와 외교적 고립, 극심한 안보위기 등을 감안한다면 핵무장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보수정당에게 진지하게 묻습니다. 보수의 가치가 북한과 우리의 공멸입니까. 실제로 우리가 핵을 갖게 되었을 때, 국제사회로부터의 부담을 감당할 자신은 있습니까. 한반도 전쟁위기가 현실이 됐을 때, 그 어떠한 것 하나라도 감당할 수 있습니까."

지난 2018년 2월 6일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가 던진 일침이다. 그 말 그대로다. 황 대표를 비롯해 한국당 등 일부 보수진영에서 제기하고 있는 핵무장론은 노 원내대표의 "감당할 수 있나"는 질문 앞에서 설 자리를 잃는다.

한국당이 전시작전권 환수에 미온적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당은 전작권 환수 없이는 핵무장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도 핵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한미관계를 악화시키고 경제를 파탄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한미동맹을 깨뜨리고 경제적 파국을 초래할 핵무장론을 공공연히 퍼트리고 있다.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처럼 포장해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이득을 취하려는 얄팍한 술수가 제1야당 대표의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무장을 위한 공론의 장을 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황 대표의 주장은 사실관계를 근본부터 왜곡·호도하고 있다. 정략적 목적을 위해 국제질서와 한미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천만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정치인은 진실된 언어로 국민 앞에 서야 한다. 당리당략보다 국익과 공공선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있는 정치인의 자세일 터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걸 뚫을 수 있는 창"과 "모든 걸 막을 수 있는 방패"를 함께 팔겠다는 '장사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 '바람 부는 언덕에서 세상을 만나다'와 국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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