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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회 참석한 김은경-우원식-김관영-이정미 31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피해자대회에 참가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왼쪽부터)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회 참석한 김은경-우원식-김관영-이정미 31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피해자대회에 참가한 김은경 환경부 장관(왼쪽부터)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주요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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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가습기 살균제는 피해자의 몸만 망가트린 게 아니었다. 정신 건강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이 우울과 죄책감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시도한 것이다. 수치로 환산하니 일반인보다 4.5배 높았다.

성인 피해자 66%는 만성적 울분 상태였다. 피해보상 과정과 대응 체계에서 빚어진 '사회적 울분'을 앓고 있었다. 피해자가 입은 경제적 피해를 모두 따져보니 최대 539억 원에 달했다.

14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는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포스트타워 18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회'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 피해가정 실태조사는 한국역학회(연구 책임자 김동현 한림대 교수)가 맡았다.

황전원 피해지원소위원장은 "흔히 가습기 살균제 참사라고 하면 육체적 고통만 떠올리지만 이번 조사 결과 정신적인 피해와 가족 및 사회 구성원 역할 제약 등 광범위한 피해를 최초로 발견했다"라며 "연구 결과에서 제기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칭 가습기 살균제 증후군이란 개념을 도입하는 등 정부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특조위는 현재 정부 방식으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지금까지 방식을 전면 재점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방향을 재설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이번 조사 결과) 정부 계획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드러난 이상, 실질적으로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정신·신체적 피해] 피해자 극단적 선택, 건강 피해도 다양해져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피해자들의 정신 건강에는 적신호가 켜져 있었다. 피해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우울과 의욕저하(57%), 죄책감과 자책(55.1%), 불안과 긴장(54.3%)을 호소했다. 중증도 이상의 우울 고위험군이 절반이 넘는다는 것이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피해자의 수치도 높았다. 조사 결과, 자살을 생각하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등 자살 고위험군에 속하는 피해자는 일반 인구에 비해 각각 1. 5배와 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에 노출된 후 수면장애(18.9%)와 우울증(13.4%), 불안장애(7.9%)를 진단받은 이들도 있었다. 

건강 피해는 폐 질환뿐만 아니라 여러 신체 장기에서도 나타났다. 조사 결과 성인 피해자는 비염과 비질환 63.5%, 폐질환(천식, 폐기종 등) 53.6%, 결막염 및 안질환 48.8%, 위염·궤양 42.4% 등의 순이었다. 또한 간질 등 신경계 질환과 당뇨 등 내분비계 질환, 암 질환, 신장염 등 신장질환과 선천성기형아, 발달 장애 등도 악화하거나 새롭게 확인됐다.

아동·청소년도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된 이후 건강이 악화했다. 병원 진달 결과를 조사해보니 비염과 비 질환(80.8%), 폐질환(76.7%), 결막염 및 안과질환(49.3%), 피부염 및 피부질환(43.8%), 자폐증 및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발달장애(9.6%) 등이 상위 5위 질환이었다.

[심리·사회·경제적 피해] 만성적 울분... 피해 규모 최대 539억
 
 14일,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서울 중구 소곡동에 있는 포스트타원 18층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4일, 가습기 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서울 중구 소곡동에 있는 포스트타원 18층 대회의실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 정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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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피해자 66%는 만성적 울분 상태였다. 이는 국내 일반인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울분이 중증도 이상의 경우 2.27배 높았다. 무엇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울분이 악영향을 끼쳐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울분도 심각했다. 사회적 울분은 정의에 어긋나고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일어나는 감정을 말한다. '심각한 울분 집단'에 속하는 피해자들은 정부의 피해 보상·대응 체제가 미흡한 탓에 '사회적 울분'을 앓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 피해도 처음 산출됐다. 피해 조사대상 100가구를 기준으로 최대 539억 8400만 원에 달했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폐이식 7가구의 총 질병 피해 비용은 21억 7600만 원, 1·2단계 피해 판정을 받은 25가구의 총 질병 피해 비용은 18억 4300만 원, 3·4단계는 53억 6600만 원으로 추정됐다.

가습기 살균제로 사망한 7가구의 피해 비용은 사망 피해 비용 산정 방법에 따라 최대 443억 7000만 원, 질병 피해 비용은 2억 2800만 원 등 총 445억 9800만 원으로 평가됐다.

반면 이번 조사대상 중 정부의 구제급여를 받은 피해자는 28명으로, 이들은 평균 1400만 원을 받았을 뿐이었다(총 3억 8400만 원).

"가습기살균제증후군 도입, 치료연구 통합센터 구축해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우리 몸이 증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회’에 참석해 조속한 피해보상과 가해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우리 몸이 증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들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대회’에 참석해 조속한 피해보상과 가해 기업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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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사 결과 토대로 한국역학회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정의해 폭넓게 피해를 인정하는 방안이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신체 피해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경제적 등 다양한 피해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치료연구 통합센터 구축도 제안했다. 새로운 증상과 질환 진행에 따른 대응과 수준 높은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특히 연구진은 중증 울분 집단 피해자에 대한 정신 건강 서비스와 개인 회복 프로그램 지원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사회적 피해도 치유가 요구됐다. 가습기 살균제 물질과 질병 간의 인과관계를 개인이 증명해야 하는 '피해보상 프레임'이 피해자에게 사회적 낙인이 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일반 국민들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 대한 물신주의적 시각과 관련 기관의 책임 전가 등 무성의한 대응이 2차 피해로 이어졌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진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 특별구제계정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기금에 따른 지원과 배·보상이 미비한 수준으로 현재 정부의 구제 수준은 치료비 본인부담과 간병 비용 등 실제 피해에 극히 일부만 보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환경피해의 인과 관계 규명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정부 구제급여 수준은 피해 전반을 반영하지 않는 터무니 없이 적은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피해자 중심의 정보를 제공하고 참사를 대하는 정부의 근본적 인식전환과 사회적 책임, 역할을 강화해야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한국역학회 연구책임자는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한국에서 환경적 유해요인으로 인한 건강 피해 대응 정부 정책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다"라며 "위험사회에서 국가는 무엇인가? 정부와 시민사회 전문가의 역할을 무엇인가? 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위기관리 능력에서 사후 책무성과 과거로부터의 학습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제고 할 필요가 있다"라며 "후세대까지 인지하고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피해가정 실태조사는 한국역학회가 지난해 10월~12월까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로 신청하거나 판정이 완료된 4127가구(5235명) 중 무작위층화추출 방식으로 100가구를 선정해 진행됐다. 연구진은 직접 피해 가정을 방문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신체와 정신, 사회경제, 심리적 피해에 파악하는 심층 조사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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