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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철거 현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아현2구역 재건축 철거 현장을 방문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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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현동 철거민 사건과 국일고시원 화재 참사 사건을 반영하기 위해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 마감 시한이 넘겨 제출 됐습니다"

지난해 5월 한국을 방문한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은 아현2구역 철거민 박준열씨 사망 사건과 국일 고시원 화재 사건을 중대한 주거 인권 침해 사례로 지적했다. 이 사건을 담기 위해 유엔에 제출할 보고서 마감 시한도 미뤄질 정도였다.

주거권실현을 위한 한국NGO 모임은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아래 유엔특보)이 작성한 한국주거권실태 보고서 를 공개했다.

레일라니 파르하 유엔특보는 지난해 5월 14일부터 23일까지 한국을 방문해 조사를벌였으며, 지난 3월 4일 '한국국가방문보고서(Visit to the Republic of Korea)'라는 보고서가 제 40차 유엔 인권이사희의 공식 문건으로 채택됐다.

보고서는 우선 아현 2구역 등 재건축 사업의 폭력적인 강제 철거에 주목했다. '충격적', '비합법적', '우려'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서 비인권적인 강제 철거 행태와 제도적 허점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아래는 보고서 내용 일부다.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때) 주민의 70%나 되는 세입자는 정부나 임대인으로부터 적절한 설명조차 듣지 못하며, 일부는 이주에 대한 보상금이 인근 지역의 다른 임대주택을 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민간개발업자들의 손에서 주민들에게 폭력이 행해진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받았다"

보고서는 아현 2구역 철거 용역들이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해 문과 창문을 부수는 등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서 "합법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2월 아현2구역 세입자 박준경씨 사망 사건에 대해 유엔특보는 "반드시 국제 인권법의 위반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며 "현재 법률 구조가 적정주거에 대한 권리 등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고시원과 쪽방, 비닐하우스 등 비적정 주거가 많은 한국의 주거 환경에 대해서도 "주거환경은 굉장히 부적절하다"며 냉담한 평가를 내렸다. 비좁은 고시원은 임대료가 매달 22만~45만 원 수준으로 높고, 쪽방촌은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는 등의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해 11월 국일 고시원 화재 사건의 경우, 날짜와 사상자 수까지 구체적으로 명기하면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2018년 11월 9일 서울 고시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민 50여 명 중 7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건이 있었다. 부적합한 생활환경과 즉각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안전 시설 조차 없는 주거지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홍정훈 참여연대 간사는 "아현동 철거민 사망 사건과 국일고시원 화재 사건의 내용을 반영하느라 보고서 제출이 1~2주 가량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유엔특보는 또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분양권 전매 제한 등 주택 가격 안정화 정책에 대해 높게 평가하면서, 전세 제도의 "단계적 폐지"를 권고했다. 높은 보증금을 받는 집주인들이 갭투자 등을 통해 쉽게 다주택자가 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주택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부동산 소유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평균 전세금을 급격히 올렸고, 그 상승폭은 물가 상승과 가계 소득을 앞질러 중간소득 가구들이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전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들은 매 2년마다 필요한 자금을 늘려서 부채를 늘려야 하고, 이는 높은 가계 부채 현상의 원인이다"

유엔특보는 주거빈곤층의 주거권 확보를 위해 주거 급여 보장 수준을 확대하고, 취약계층 주거 공급이 지나치게 낮은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성소수자들이 임대주택과 사회보장 프로그램 등 제도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장애인이 지역 사회에서 자립해 살 수 있도록 주거권 서비스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류민희 성소수자차별반대무지개행동 변호사는 "한국이 국가 차원의 인권행동 계획을 수립할 때, 각종 조약과 문서를 검토하는데, 이번 특별절차를 통해 나온 보고서도 검토 대상이 된다"며 "한국이 가입한 인권 조약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거권실현을위한 한국NGO모임은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주거권실현을위한 한국NGO모임은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유엔주거권특별보고관 보고서와 관련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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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유엔주거권, #유엔, #아현2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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