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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정국의 화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이라고 말한 대목 말고도 헌법 가치를 운운하는 내용 역시 큰 문제를 안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유독 '헌법'을 강조했다. 연설문 제목도 '무너지는 헌법 가치, 국민과 함께 지켜내겠습니다'였다. 나 원내대표는 연설 중 '헌법'이란 단어를 6번, '위헌'은 3번, '개헌'은 3번 사용했다('좌파'는 11번, '자유'는 25번 사용됐다).

나경원, 헌법 119조 2항을 무시했다
 
나경원, 민주당 향해 "앉아달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앉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 나경원, 민주당 향해 "앉아달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나 원내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앉아달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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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우선"한다고 말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며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 농단' 경제정책"이라고 평가했다. 도저히 판사까지 역임한 법조인 출신 정치인의 발언이라 믿기 어려운 연설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19조 제1항은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한다.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추구함은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지적과 같이 자본주의 경제질서에서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는 가장 우선시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도, 민주당도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억압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이 개인과 기업의 그것을 억압할 위험성이 훨씬 크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우리 헌법 제119조를 제1항만 봤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면 제119조 제2항을 무시했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은 이렇게 천명한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헌법 제119조는 앞(제1항)에서는 '자유'를 천명하고 뒤(제2항)에서는 '규제와 조정'을 강조하는 모순적 태도를 가진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자유'와 '규제와 조정'이 모순되는 개념이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이기 때문이다. 헌법 제119조는 자본주의 경제질서에서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가 최대한 발현되기 위해서는 '규제와 조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헌법정신에 위배돼, 오히려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억압하는 것이다.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가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국가의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가치다. '개인과 기업의 자유'만 강조하면 고삐 풀린 망아지가 온 밭을 헤집어 놓듯 자본주의 경제질서는 망가질 수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그것을 견제하고자 국가에게 '규제와 조정'을 주문하고 있다.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빼놓고 '개인과 기업의 자유'만 강조한다면, 이는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문제를 넘어 헌법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태도가 된다.

나 원내대표는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자유'를 강조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설 전반에서 보인 그의 태도를 보면 '규제와 조정'이라는 국가의 기능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제1야당 원내대표, 국가 기능 자체를 부인하는가
 
나경원 연설에 의장석 '아수라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올라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중지시켜줄 것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건의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올라가 홍 원내대표를 제지하고 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연설을 잠시 멈춘 나 원내대표가 의장석 아래 발언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나경원 연설에 의장석 "아수라장"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올라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중지시켜줄 것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건의하고 있다. 이에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의장석으로 올라가 홍 원내대표를 제지하고 있다. 그러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중재에 나서고 있다. 연설을 잠시 멈춘 나 원내대표가 의장석 아래 발언대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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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중 정확히 어느 부분이 헌법정신에 어긋나는지 명확히 지적하지는 않는다. 그나마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소득주도 경제성장'과 '증세'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시장 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과 재분배 정책이 고용쇼크, 분배쇼크, 소득쇼크로 이어졌습니다"라고, 증세에 대해서는 "과도한 '세금 쥐어짜기'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갑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세금을 25조 안팎씩 더 걷고 있습니다"라고 맹비난했다.

국민의 소득에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것은 헌법이 국가에게 명령한 의무다. 헌법 제32조 제1항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한다.

국가가 근로자의 임금에 적극 개입하고 특정 수준 이하의 임금이 발생하는 것은 법률로 금지하라는 헌법의 명령이다. 근로계약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일종의 거래다. 거래는 개인과 기업의 자유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헌법은 국가에게 근로계약에 직접 개입하여 규제하고 조정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노동력을 상품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온전히 시장의 자유에 맡겼을 때 지나친 저임금 등으로 근로자의 생활이 피폐해질 우려 때문이다.

헌법의 지나친 우려라고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적발된 업체는 총 1689개사였다. 근로감독관에 의해 적발된 건수만 1700건에 다다르는 것이다. 최저임금을 법으로 규정해도 위반사유가 이 정도라면 헌법의 우려를 결코 기우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25조 증세'는 더욱 큰 우려가 되는 발언이다. 25조 원 증세에 대한 팩트체크, 국제 사례와 비교한 한국 기업의 세금부담 정도 등을 떠나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세금을 25조 안팎씩 더 걷고 있"는 것 자체를 비난했다.

헌법 제59조는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한다. 즉 세금을 더 걷기 위해서는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법률은 정부가 아닌 국회에서 개정한다. 지금 국회는 한국당의 거부로 개점휴업 상태다. 한국당의 협조 없이 문재인 정부가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 원내대표의 말대로 문재인 정부에서 세금이 더 걷히고 있다면 이는 증세가 아닌 '세금 누수'를 바로잡은 것일 가능성이 크다. 만약 감세가 필요하다면 한국당이 지금처럼 국회를 거부할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국회를 정상화시켜 법률을 개정하면 된다. 국회 문은 닫아놓고 문재인 정부가 증세를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것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의 기본가치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소리다.

헌법을 강조하면서 헌법을 파괴하는 연설
 
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정양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하세요"를 외치며 아수라장이 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고 있다. 의장석 아래로 뛰쳐나간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연설을 중지시킨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 의장석으로 뛰쳐나간 정용기-정양석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사과하세요"를 외치며 아수라장이 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나 원내대표의 연설을 잠시 중지시키고 있다. 의장석 아래로 뛰쳐나간 자유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연설을 중지시킨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발언대에 선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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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더 나아가 "제멋대로 예비타당성 면제로 전국에 낭비성 예산을 퍼붓습니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현금 나눠주기에 골몰합니다" "국민들께서 이 세금 퍼주기 중독을 멈춰 세워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국가가 세금을 땅바닥에 퍼붓는다면 그것은 반드시 비판받고 책임져야 할 일이다. 강바닥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이다. 예비타당성 면제는 논란의 소지가 크며 향후 정치한 분석에 따라 비판받을 요소가 발견될 수도 있다. 

"여당 소속 지자체장들은 현금 나눠주기"라는 발언은 경기도 청년수당과 같이 지자체들이 관내 주민들에게 현금이나 지역화폐 등 현금성 자산을 지급하는 적극적 복지정책을 지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금, 특히 기업 등 소득이 많은 곳에서 세금을 걷어 국민에게 직접 지급하는 적극적 복지는 소득재분배를 추구하는 헌법 가치에 지극히 부합하는 정책이다. 오히려 계속하여 반복하지만 이를 '세금 퍼주기'로 매도하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헌정 파괴 발언이다.

1962년 개헌 전까지 우리 헌법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는 기업의 주인을 주주에 한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도 주인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경영자도 노력했겠지만 근로자도 함께 노력해 기업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기에, 그 이익에 대해 근로자도 배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표현하면 기업의 이윤을 주주 또는 경영진이 독점하지 못하도록 해 소득을 근로자들에게 재분배하기 위한 조항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로자의 이익 분배권'은 1961년 5월 16일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의 1962년 5차 개헌으로 삭제됐다.

박정희 정권의 5차 개헌은 헌법적 필요성에 따른 개헌이 아닌 5.16 군사쿠데타의 후속조치의 일환인 정치적 개헌이었다. 따라서 '근로자의 이익 분배권' 역시 헌법적 필요성에 따라 삭제된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근로자의 이익 분배권', 더 나아가 개업 이윤에 대한 소득재분배는 여전히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에게 현금이나 현금성 자산을 직접 배분하는 적극적 복지가 헌법 가치에 충실한 정책인, 반대로 이를 '세금 퍼주기'로 비판하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반헌법적인 이유다.

나경원 원내대표님, 헌법 전문을 읽길 권합니다
 
여당 항의에도 연설 마친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 여당 항의에도 연설 마친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으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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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헌법의 가치'를 강조했다. 물론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반헌법적이며 이를 바로잡겠다는 한국당의 정책이 헌법적 가치에 충실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하지만 헌법적 가치를 강조하는 나 원내대표에게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한 구절을 알려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하면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님. 자유와 권리에는 책임이 따르고 국가에게는 국민들이 균등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울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자유만이 아닌 규제와 조정이 동시에 필요한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광민 변호사는 '헌법 쉽게 읽기' 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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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이며 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헌법 쉽게 읽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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