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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정체로 국내 생성 미세먼지가 축적되고 국외 유입이 더해져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언젠가부터 뉴스 미세먼지 예보에 등장하는 단골멘트가 있습니다. 들어보신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에 등장하는 멘트도 익숙하리라 생각합니다. 

"대기 확산이 원활하여 대체로 '보통' 수준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기의 정체 그리고 확산. 이게 도대체 무엇이길래 미세먼지와 함께 언급되는 것일까요?

대기정체의 정체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날 서울 전경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날 서울 전경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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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기후는 점점 예측할 수 없는 형태를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체감온도 50도를 넘는 불볕더위와 50도에 육박하는 한파, 극심한 가뭄, 홍수, 태풍까지. 여기에 더해 빈번해지는 또 하나의 증상이 바로 '대기 정체' 현상입니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기압과 기온 차이가 클수록 바람도 세집니다. 대기 정체는 지구온난화로 고위도 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와 저위도 지방 간 온도 차가 줄어들면서 발생합니다. 중위도 지방의 바람이 약화하고 대기 안정도가 증가한 결과입니다. 도대체 이게 다 무슨 말이냐고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석유·석탄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은 북극 표면에 있는 얼음을 녹입니다. 하얀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지만, 어두운 바닷물은 '햇빛'을 흡수합니다. 북극 표면에 있는 얼음이 줄면, 햇빛이 반사되지 않고 바닷물에 흡수돼 기온이 상승합니다. 뜨거워진 바다에 의해 얼음은 또다시 줄어들고 기온은 더욱 상승합니다. 

북극 기온은 이런 악순환으로 상승합니다. 문제는 북극 기온이 오르는 것이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1880년에서 2018년까지 5개 기관에서 지구 기온을 측정한 결과, 모두 동일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Joshua Stevens
 1880년에서 2018년까지 5개 기관에서 지구 기온을 측정한 결과, 모두 동일하게 상승하는 경향을 보여준다. 출처: NASA Earth Observatory/Joshua Stev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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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비가 사라지고 있다

지구상에서 위도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쪽 또는 남쪽으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위도가 중요한 이유는 위도에 따라 날씨와 식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적도가 가장 따뜻하고, 적도에서 멀어질수록 추워지는 경향을 띱니다. 지구가 신비로운 이유는 따뜻한 적도와 차가운 극지방이 열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해류와 대기를 순환하는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중요한 역할은 바람과 비가 해왔습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온도가 올라가면서, 적도와의 온도 차는 점점 줄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기를 순환시키던 바람과 비가 점점 약해져, 대기가 순환하지 않고 한 자리에 오래 머무는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마치 '창문 없는 방'과 같은 느낌입니다.

환기되지 않는 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숨만 쉬었는데도 답답해지는 느낌, 받아본 적 있으시죠? 대기 정체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전소·차량·공장 등에서 나온 다양한 대기오염 배출원이 같은 양의 미세먼지를 뿜어내도, 대기가 정체되면 그 오염 물질이 체류하는 시간은 길어집니다. 다시 말해 적은 양으로도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치솟는 것입니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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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와 미세먼지는 비례 관계

미세먼지는 공장 굴뚝 등에서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경우와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 다른 물질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석탄과 차량 배기가스는 고체 상태의 미세먼지뿐 아니라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등 가스 상태의 물질까지 함께 배출합니다. 이 물질들은 햇빛, 수증기, 오존, 암모니아 등과 결합해 '2차 초미세먼지'를 생성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해롭습니다. 

수도권만 하더라도 대기 중 2차 초미세먼지가 전체 초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매우 심각합니다. 문제는 화석연료를 태우면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대기 정체의 원인인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함께 배출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활동으로 생성되는 온실가스 배출의 90% 이상이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배출됩니다. 결국 우리가 미세먼지 때문에 괴로운 날이 증가하는 것 역시 온실가스가 증가하는 추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인자는 복합적입니다. 하지만 대기오염의 배출원은 분명합니다. 대다수는 '인간의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자동차 매연과 석탄 발전소 분진,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날림 먼지, 공장 내 분말 형태의 원자재, 부자재 취급 공정에서 나오는 가루 성분, 소각장 연기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렇게 발생한 오염 물질은 기상 요건에 따라 주변국에도 영향을 줍니다. 우리나라가 몽골, 중국 등 해외에서 날아온 먼지바람에 몸살을 앓는 것처럼 말이죠.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선 대기오염 배출원을 줄여야 합니다. 대기오염을 심화하는 온실가스에 제동도 걸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중국이 국내 대기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삼국사기에서 황사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듯 역사적으로도 그랬습니다. 황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한국, 양국 정부 간의 긴밀한 협력이 중요합니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오염물질 배출량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리나라 정부와 협력해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석탄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석탄발전소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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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이 곧 대기오염 저감!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의 모든 산업시설을 닫게 하거나 한반도의 위치를 바꿀 수 없다면, 가장 먼저 정부가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화석연료에 대는 보조금을 중단해야 합니다. 대신 재생가능에너지가 효과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정책 마련을 요구해야 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 계획을 앞당겨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내가 사는 지역의 지자체에 매연과 온실가스가 없는 교통수단을 더 많이 구축해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버스와 택시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교통수단부터 친환경으로 바꿔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기업에도 미래를 생각해 소비에 대한 선택지를 늘려달라고 제안할 수 있습니다. 경유, 휘발유, 하이브리드 등 내연기관차의 생산·판매를 줄이고 친환경차 생산을 확대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시민들이 더 쉽게 그리고 다양한 선택지를 통해 친환경차를 탈 수 있는 구조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사람들이 풍력발전기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사람들이 풍력발전기를 일으켜세우고 있다.
ⓒ 그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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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겪는 대기오염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닙니다. 수백 년에 걸쳐 자연을 파괴하고 오염시킨 인간 활동의 결과입니다. '꼼수'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됐습니다. 

문제의 근원인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지 않는 이상, 공기는 더 나빠지고 불볕더위와 혹한 등의 이상 기후는 더 자주 그리고 심각한 형태로 찾아올 것입니다. 정부, 기업,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근본적인 변화만이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인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는 <그린피스> <허핑턴포스트>에도 게시됩니다.


태그:#미세먼지, #대기정체,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화석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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