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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맞은 '망명나무 동백'이 힘차게 자라고 있습니다."

차디찬 겨울, 독일 베를린의 얼어붙은 땅을 딛고 '통영 동백나무'가 쑥쑥 크고 있다. 밑둥에서 싱싱한 새 이파리들이 올라와 사방으로 튼튼히 뻗어나가고 있다. 만져보면 운동선수의 근육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독일로 공수한 경남 통영의 동백나무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尹伊桑, 1917~1995)의 생전 자택인 '윤이상하우스(베를린 남서쪽 30km, Sakrower Kirchweg 47, Berlin Kladow)'에서 추운 겨울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경남 통영에서 베를린의 윤이상하우스로 옮겨심은 동백나무.
▲ 베를린의 통영 동백나무 경남 통영에서 베를린의 윤이상하우스로 옮겨심은 동백나무.
ⓒ 윤이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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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상하우스 운영을 맡고 있는 (재)윤이상평화재단 베를린 지부장 정진헌 베를린자유대학교 연구교수는 삼일절 100돌을 맞아 지난 2월 28일(한국시간) '동백이의 봄맞이'란 제목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스북에 '통영 동백나무에 새순이 돋고 힘차게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올렸다.

"싱싱하게 올라오는 새싹과 가지들을 위해 죽은 가지들을 잘라야 했습니다. 이제 통영의 동백나무가 아니라 베를린의 동백나무로 밑둥부터 자라고 있습니다."

윤이상 선생의 예술혼이 담긴 '윤이상하우스'에 동백나무가 이식된 건 윤 선생 서거 23년만인 지난 2018년 4월 16일(현지 시각)이다. 2017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독일을 방문했을 때 김정숙 여사가 가져와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심은 동백나무를 윤이상하우스로 옮겨 심은 것이다.

정 관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동백나무의 죽은 가지들을 자르면서 이런 글을 남겼다.
 
밑둥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새 이파리들. 정진헌 운영관장은 "이파리들을 만져 보면 바디빌더처럼 탄탄한 근육질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 싱싱한 새 이파리들 밑둥에서 올라오는 싱싱한 새 이파리들. 정진헌 운영관장은 "이파리들을 만져 보면 바디빌더처럼 탄탄한 근육질처럼 느껴진다"고 밝혔다..
ⓒ 윤이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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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가지들을 자르다 보니, 보는 각도에 따라 왼편 가지들만 살았기에 '좌편향 나무'가 된 듯합니다. 그러나 '동편을 향해 뻗은 것은, 과거 독일 분단 시기의 동방정책을 닮은 게 아니냐'며 대사관의 전문 정원사 착한 다니엘과 좋아라 웃었습니다. 그렇게 보면, 늘 고국을 그리워하셨던 윤이상 선생님의 마음을 닮아, 동쪽 하늘 너머 한반도를 향한 연모의 나무로 보이기도 합니다."

정 관장은 "심어진 이후부터, 하나의 나무가 이렇듯 다양한 스토리를 가지게 된 경우도 드물 것"이라면서 "이 동백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애를 썼는지 모른다"고 적었다. 이어 "이 한적한 동네에서 사람들과 함께 가장 많이 사진을 찍힌 나무로 기록될 수도 있겠다"고 밝혔다.

"기존 가지의 이파리들보다 색깔과 두께 면에서 월등하게 진하고 튼실한 새 잎들, 그리고 마른 듯 보이는 가지에 다시 움을 틔우는 새순들 모두 동서남북, 좌우의 균형을 잡고 힘차게 솟아납니다.

마치 그 생명의 기운을 모아 동편 가지를 통해 이역만리 고국 땅에 평화와 공존의 봄이 오도록 보내는 것도 같고, 그런 소식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도 같습니다."


정 관장은 "통영에서 온 망명나무 동백이, 올 봄에는 더욱 강인한 청년으로 자라리라 본다"며 글을 맺었다.
 
메마른 듯 보이는 가지를 비집고 돋아나는 동백나무 새순들.
▲ 돋아나는 새순들 메마른 듯 보이는 가지를 비집고 돋아나는 동백나무 새순들.
ⓒ 윤이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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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했던 윤이상 선생은 1967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조작된 동백림(東伯林·East Berlin)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겪었다. 윤이상 선생은 '유럽의 현존 5대 작곡가', '동양과 서양의 음악기법 및 사상을 융합한 세계적 현대 음악가' 등으로 평가 받았다.

윤이상하우스에서는 ▲'예술인 창작활동 공간제공'을 비롯하여 ▲작은 음악회 ▲학술행사(인문과학, 사회과학, 예술) ▲남북 예술가 및 학자 교류 ▲평화 및 예술 단체의 협력 사업을 목표로 운영을 시작한 바 있다.
 
윤이상하우스의 정진헌 운영관장(왼쪽)과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의 정원 관리사 다니엘 씨.
▲ "동백나무가 잘 자리고 있어요" 윤이상하우스의 정진헌 운영관장(왼쪽)과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관의 정원 관리사 다니엘 씨.
ⓒ 윤이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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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인터뷰365'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윤이상, #베를린, #윤이상하우스, #통영 동백나무, #정진헌 운영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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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 글쓰기 전문가.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 기자 역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등에 글을 씀. 경희대, 경인교대, 한성대, 서울시립대, 인덕대 등서 강의. 연세대 석사 졸업 때 우수논문상 받은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 연구'가 서울대 국어교재 ‘대학국어’에 모범예문 게재.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 ‘논술신공’ 등 저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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