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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광양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식. 어르신들이 졸업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26일 오전 광양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식. 어르신들이 졸업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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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향(84) 어르신 : "배운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그동안 글 몰라 지내온 세월을 생각하면 한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기계로만 알았던 계산기로 수많은 숫자들을 알아가는 것도 너무나 즐겁습니다."

백금자(77) 어르신 : "평생을 이름자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세상이 좋아져서 한글도 배우고 이제 글도 읽고 쓰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 때문에 우리들이 힘들게 살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글을 배워보니 우리나라를 위해 애쓰신 분들이 많으셨습니다. 계속 공부를 하고 싶습니다."

이종숙(76) 어르신 : "누구 앞에서도 주저함 없이 당당해진 내 모습은 큰 재산입니다. 앞으로도 좋은 점은 칭찬하고 위로하며 아름다운 사회의 일원이 되도록 노력하며 살겠습니다. 좋은 꿈 많이 꾸며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김복임(67) 어르신 : "은행이나 동사무소에 가서도 나 스스로 당당하게 일을 처리하고 특히 수학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휴대폰 계산기가 이렇게 편리한 줄도 알았다. 나의 이 행복은 모두 우리 선생님 덕분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광양시청 현관에 전시된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이수한 어르신 28명의 일기 중에 소개된 글이다. 한평생 가족들을 위하다 배움의 길을 놓쳐 뒤늦게야 글을 배운 어르신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뭉클하고 애틋하다.

평생 처음 써 본 학사모를 몇 번이나 어루만져보고 졸업장을 손수 읽을 수 있다는 기쁨에 어르신들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해졌다. 가족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으며 배움에 대한 열의와 자신감은 더욱더 단단해진다.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식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식
ⓒ 이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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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광양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4회 초등학력 인정과정 졸업식. 이날 '초등학력 인정 문자해득 프로그램' 3단계 과정을 이수한 어르신 28명이 졸업했다. 어르신들은 3년 동안 갈고닦은 한글실력으로 인생이 녹아있는 시화전과 그림일기 등을 전시, 자부심을 한껏 드높였다.

졸업한 어르신들은 지난 3년 동안 어려움 속에서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정자 어르신은 진월면에서 하루 서너 차례밖에 다니지 않는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에 온다. 옥곡면에 사는 배연자 어르신은 글을 몰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운전면허를 땄다.

김덕순 어르신은 청각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습 열정은 어느 누구보다 뜨겁다. 어르신들에게 글을 가르친 송봉애 선생님은 "학습자 한분 한분 다 열거하지 않아도 이 자리에 계신 당신들은 모두 뜨거웠던 만학도였다"면서 "어르신들이야 말로 저에게 인생 선배로 경험을 주셨던 스승이다"고 감사를 전했다.
 
올해 91세로 졸업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광엽 어르신이 정현복 광양시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올해 91세로 졸업생 중 가장 나이가 많은 박광엽 어르신이 정현복 광양시장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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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시간 동안 진행된 졸업식은 감동의 연속이었다. 송봉애 선생님은 송사에서 "궂은 손잔등 너머 한자 한자 알아가며 기뻐하시는 당신들을 보며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감동을 느꼈다"며 "어르신들은 오늘의 제가 있게 만든 발판이자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진 답사에서 졸업생들은 물론, 참석한 가족들과 행사를 진행한 공무원들의 마음을 울렸다. 김복임 어르신은 답사에서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동생들 돌보느라 학업을 놓치고 결혼 후에는 자식 키우느라 정신없이 세월을 보냈다"며 "그런 나에게 공부는 한이자 평생소원이었다"며 눈물을 왈칵 쏟았다. 

김 어르신은 "3년 동안 공부한 끝에 한글은 물론, 영어도 배우고 계산도 배우면서 배움에 대한 소중함을 몸소 느꼈다"며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꾸준히 공부해 더욱더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새 출발에 대한 희망도 잊지 않았다.
 
광양시청 현관에 전시된 어르신들의 일기, 소감문
 광양시청 현관에 전시된 어르신들의 일기, 소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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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이 모두 끝난 후,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축하 사진도 함께 찍고 가족들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을 마음껏 풀었다. 올해 91세로 연세가 가장 많은 박광엽 어르신은 "세상이 이리 좋아져서 한글도 배우고 이제 글도 읽고 쓰기도 한다"면서 "내 평생소원으로 맺힌 한을 이렇게 풀 수 있어서, 너무나 감사하고 기쁘다"며 감격의 눈물을 훔쳤다.
 
광양시청 현관에 전시된 어르신 작품.
 광양시청 현관에 전시된 어르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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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복 광양시장은 "3년 동안 공부하면서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이렇게 학사모를 쓰신 어르신들을 뵙게 되어 감개무량하다"면서 "앞으로 어르신들의 앞길에 꽃길이 가득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정 시장은 "앞으로도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많은 어르신들이 교육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성인 문해교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광양시는 2006년부터 저학력과 비문해 성인을 대상으로 문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2013년부터 전라남도교육감으로부터 초등학력인정 기관으로 지정돼 2017년, 2018년에 각각 졸업생 12명을 배출했다.

태그:#광양시, #만학도 어르신, #초등학력 인정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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