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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향연, 마드리드

고태규의 유럽 자동차 집시여행
19.02.23 10:0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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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째: 3월 28일 (목) 바람 거의 없고 아주 맑은 날씨
 
 
미술관의 향연, 마드리드
 
오랜만에 아침으로 한식을 먹었다. 김치와 오이 무침이 정말 맛있다. 주인아줌마 음식 솜씨가 상당히 좋은 거 같다. 아내 음식 맛과 거의 비슷한데, 솜씨는 더 나은 거 같다.
 
소피아미술관에 갔다. 드디어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직접 보았다. 대작이다. 내가 소피아에 간 것은 오직 이 그림을 보기 위해서였다. 게르니카에 직접 가보지 못한 것을 이 그림으로 보상받는 느낌이다. 이 그림은 스페인 내전 때 프랑코 파시스트파를 지원한 독일 전투기들이 1937년 4월 스페인 북부 바스크족 도시인 게르니카를 무차별 공격한 사건을 고발하기 위해 그린 것이다. 이 폭격으로 약 2천 명의 주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했다. 스페인 내전에는 공화좌파를 지지하기 위해 헤밍웨이, 앙드레 말로, 조지 오웰, 로버트 카파 등 수많은 지식인들과 예술가들이 직간접적으로 또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이 내전에 참여했다. 피카소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한국에서의 학살>이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이 미술관에서 고흐와 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 몇 점은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신선했다.

소피아미술관을 나와 프라도미술관에 갔다. 미술관 앞에는 벨라스케스의 동상이, 입구가 있는 옆에는 고야의 동상이 서 있다. 고야와 벨라스케스, 엘그레코의 작품 말고는 별로 인상에 남는 작품이 없었다. 카톨릭의 영향력이 강한 나라답게 내가 관심이 없는 성화는 루브르처럼 엄청 많았다. 퐁피두미술관처럼 초현실주의 작품들도 아주 많았다. 마침 반다이크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 인상적인 작품은 별로 없었다. 사진 통제가 너무 심해서 사진을 포기했다.
 
사실 나는 가기 전에는 프라도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기대만큼 만족은 하지 못했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스페인이 지리적으로 유럽의 한 쪽에 치우쳐 있어서 고야, 벨라스케스, 엘그레코 등 스페인에서 활동한 작품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아직도 카톨릭의 영향이 강해서 전체 전시 작품 중 성화의 비중이 너무 높아서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고야의 <누드 마야>,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마드리드, 1808년 5월 3일>과 벨라스케스의 <궁정의 시녀들>이 기억에 남는다.
 
미술관 안에 있는 카페 프라도에서 빵과 오렌지주스 한 잔으로 가볍게 점심을 먹고 부근에 있는 띠센미술관으로 이동했다. 마침 인상파전과 초현실주의전이 따로 열리고 있었는데, 인상파전만 보았다. 지금까지 처음 보는 고흐와 르누아르, 샤갈의 작품이 몇 점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이 미술관은 띠센 보르네미싸 남작이 평생 수집한 그림을 전시하는 곳인데, 오히려 프라도보다 볼만한 그림은 더 많았다.
 
소울광장을 거쳐 마요르광장까지 걸어서 왔다. 부활절 휴일 첫 날이라, 시내 거리마다 인파가 엄청나다. 소울광장과 마요르광장에도 엄청난 시민들이 나와 여러 가지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거리와 광장 여기저기에서는 거리예술가들이 여러 가지 묘기를 뽐내면서 구경꾼들이 던져주는 동전에 감사를 표시하고 있었다. 나는 걸인에게는 인색해도 이렇게 재기발랄한 자기 재능과 노동을 파는 사람들에게는 후한 편이다.
 
세비야에서도 느낀 거지만 스페인 사람들의 종교적 열기는 아직도 식을 줄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도 스페인의 맑은 날씨와 뜨거운 태양이 이렇게 낙천적이고 놀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 사람들을 보고 누가 이 나라가 지금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겠는가. 우리는 금융 위기 때 장롱 안에 있는 금붙이까지 모아, 온 국민이 절제하면서 그 위기를 넘겼는데. 차이가 나도 너무 차이가 난다.
 
오후 7시쯤 산미구엘 음식시장에서 아내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소피아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나의 방식에 불만인 아내가 따로 놀자고 해서 나는 프라도로 가고, 아내는 시내로 나간 것이었다. 우린 어제 저녁에 여기에 와서 보고 감탄을 해서, 내일 꼭 다시 와서 저녁을 먹자고 다짐을 했었다. 이 시장에는 스페인 사람들의 전통 음식이 모두 모여 있어서, 스페인 음식을 맛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난 올리브오일에 절인 올리브 열매로 만든 여러 가지 요리 4가지, 이름을 알 수 없는 거 하나, 아사히 생맥주 1통을 먼저 먹었다. 그 사이 아내는 빠에야를 사와서 먹었다. 사람이 너무 붐벼 자리가 없어서, 한 사람이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 금방 다른 사람들이 차지해버린다. 사람들이 스페인에 가면 꼭 빠에야를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나도 한 숟갈 먹어봤다. 그런데 거의 생쌀에 가까워서 먹기가 영 불편하다. 그 다음부터 빠에야는 거의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아내가 어제부터 계속 고추 볶은 것을 계속 먹고 싶다고 해서, 그걸 만드는 집을 찾으러 다녔다. 우리는 몇 바퀴를 돌고도 결국 못 찾아서,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어디서 파는지 물었다. 오지랖이 넓은 한 스페인 아줌마가 직접 우리를 데리고 가서 알려주었다. 정말 친절한 사람이다. 이런 걸 보면 스페인 사람들은 우리와 닮은 점이 참 많다. 중부나 북유럽 사람들은 깍쟁이 같은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 아줌마는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은 음식까지 시켜서, 그건 반납시켰다.
 
다리가 너무 아파 야간 투어를 못하고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10유로를 주고 주인아줌마에게 빨래를 부탁했는데, 그냥 무료로 해주겠단다. 정말 고마운 분이다. 우리가 출발할 때는 고추장까지 한 통 주셔서, 여행 내내 요긴하게 잘 먹었다. 우리는 한국 음식을 전혀 준비해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에게 그 고추장은 보물 같은 존재였다.
 
*주행 및 숙박 내역
 
주행 경로: 마드리드
주행코스:
주행거리:
주행시간:
도로유형:
숙박(유로): 한인 가정집 민박(60)
주차장(유로): 지하/무료
아침식사: 별도
인터넷: 가능/무료
 

태그:#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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