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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2월 11일자 조선일보 최승현 정치부 차장 칼럼
 2019년 2월 11일자 조선일보 최승현 정치부 차장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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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자유한국당은 정권을 되찾을 의지가 없는 것 같다. 한쪽 이념에 치우친 정책으로 문재인 정부가 국민 신망을 잃어가고 있지만 중도의 방황하는 민심을 파고들기는커녕 더 극단적 행태로 지지자들에게조차 좌절감을 안겨준다."
 

<조선일보>가 자유한국당을 비판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11일자 최승현 정치부 차장의 칼럼은 꽤나 사안의 본질에 근접한 접근을 자랑한다. '극단으로, 과거로 가는 한국당'이란 제목이야말로 최근 자유한국당이 진퇴양난에 빠진 근원을 그대로 담고 있다. 최 차장은 한국당의 행보를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선 퇴행적"이라고 맹폭했다.

"이런 지씨를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로 불러들여 토론회를 열고 동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맹목적일 만큼 결속력 강한 일부 지지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지만 상식적인 국민 눈높이에선 퇴행적이다. 이 토론회에는 나 원내대표의 '입'이라 할 수 있는 원내대변인 김순례 의원도 가세했다.

그는 '종북 좌파들이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내 우리의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했다. 나 원내대표는 다음 날 바로 "해당 토론회 의원들의 발언은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했으니 당의 기강이 얼마나 바닥인지도 이번에 다시 드러났다."


"바닥"이란 표현까지 등장했다. "다시"란 강조도 흥미롭다. 최 부장은 그러면서 "한국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2·27 전당대회도 뒤로만 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며 "그간에도 후보들은 서로 물고 뜯기만 했지 국가 운영의 대안 제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전당 대회 이슈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상한 것과 후보 6명이 보이콧을 선언한 것을 두고 한 비판이었다.

어디 그뿐일까. '5.18 유공자 망언'과 그에 따른 현재 상황은 더한 표현이 난무한다 해도 한국당이 변명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자꾸, 한국당 스스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상황을 연출하는 중이다. 마치 그런 '과거회귀'가 할 수 있는 역량의 전부라는 듯. 그런데 5.18 망언과 그 수습 과정을 포함해 한국당의 전당대회를 둘러싼 풍경을 들여다보면, 그 '바닥'을 확인시켜주려 작정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그들이 자처한 비난


지난 주말,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고 했다가 역풍을 맞고는 "유감"을 표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11일 "5·18 논란은 우리 당 일이니 다른 당은 신경 꺼달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진태 의원도 11일 페이스북 글에서 "작년에 여야합의로 제정된 5.18 진상규명법에 의하면 '북한군 개입여부'를 진상규명하도록 돼 있다"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면서 5.18 유공자 명단 공개과 국민혈세를 연결 짓는 궤변을 늘어놨다. 사실상 잘못을 부인한 셈이었다.

"공청회 참석자들의 발언은 주관적인 것이고, 향후 객관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진짜유공자'분들에게 상처를 주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이번에 5.18유공자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 국민혈세가 들어갔으므로 우리는 알 권리가 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한국당의 사죄는 물론 토론회를 주도한 김진태 의원 등 3인의 출당과 제명, 윤리위 제소 등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 중이다. 여론의 분노도 식지 않았다. 10일 MBC가 보도한 <'가짜뉴스'로 결론났는데…"국민 대표들이 확산"> 기사에는 11일 오후 2시 현재 포털사이트 '다음'에서만 9천 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렸다.

과거 새누리당에 함께 몸담았던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역시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씨를 비호하는 한국당 의원들은 보수 진영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라며 "무릎 꿇고 사과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다.
 
5.18단체 "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백승주?이완영 의원을 제명하라" 서경원 전 의원(가운데)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후 자유한국당 대표실로 향하다 국회 관계자들에 막히자, "자유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백승주·이완영 의원을 제명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 5.18단체 "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백승주·이완영 의원을 제명하라" 서경원 전 의원(가운데) 등 5·18 관련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후 자유한국당 대표실로 향하다 국회 관계자들에 막히자, "자유한국당은 김진태·이종명·김순례·백승주·이완영 의원을 제명하라"라고 외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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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당사자인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들 역시 11일 국회를 찾아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에 대한 제명을 촉구하고, '5·18 역사 왜곡 세력의 엄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세 의원에 대한 제명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국회 주변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소고발도 잇따를 전망이다. 10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정의당은 오월항쟁을 매도하고, 광주전남시도민을 모독한 정치적 패륜을 저지른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의 제명을 추진할 것"이라며 "또한 한국당의 사과와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입니다. 또한 민주항쟁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폭도이자, 괴물로 매도된 피해 당사자 정의당 당원들을 중심으로 형사, 민사상 고소고발을 진행하여 사법적으로도 단죄를 받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말 그대로 자유한국당과 일부 지지자를 제외하고 전방위적인 비난과 압박이 가해지는 모양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논란의 시작이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진태 의원으로부터 촉발됐다는 점이리라.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 즉 태극기 부대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세를 끌어 모으려는 노림수에 당 전체가 휘말려 버린 형국이랄까.

1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최고위원 역시 김진태 의원의 행보와 발언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아무래도 지금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지지자들 또는 비슷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결집시키려는 의도도 좀 있는 것 같고요. 그리고 사실은 지난번에 촛불 이후에 여러 가지 여론이나 아니면 정치적인 어떤 성향에서 밀리고 있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반격의 고리들을 여러 가지로 찾고 있는데, 그중에 하나를 이것으로 생각한 거 아닌가."

계산된 퇴행

과연 김진태 의원이 이러한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을까. 그럼에도 김 의원은 본인에게 실보다는 득이 더 크다는 판단 하에 토론회를 밀어붙이지 않았을까.

심지어 5.18 진상조사위 추천을 놓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욕설까지 일삼았던 지만원씨를 토론회 연사로 초청하는 강수를 두면서까지 말이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가 "당의 기강이 얼마나 바닥"이라고 비판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 분명해 보인다.

당권 도전을 앞두고 5.18 민주화운동을 자신의 세 결집에 이용한, 제 이익을 추구하고자 5.18 유공자들을 욕보이고 국민적 피로감을 불러일으킨 김진태 의원의 행보는 결국 자유한국당의 '과거회귀'라는 DNA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확실히 문제적이다.

어디 김 의원뿐이던가. 자유한국당 전체가 과거 보수정권의 모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은 현재와 미래와 싸우는데, 제1야당은 자꾸만 과거로 회귀하고,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의 행태를 소환하는 형국이다.

한국당 내 주요 인사들의 행보가 딱 그런 식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지지자 결집만 이뤄낸다면, 당 지지율 상승과 현 정부 공격에 용이하다면, 자충수도 마다 않는다.

제2차 북미정상회담 일정과 한국당 전당대회가 겹치자 '신북풍'론을 꺼내든 나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의 현실 인식이 딱 그런 식이다. '북풍'의 본거지였던 자당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듯 전당대회 흥행과 문재인 정부 힐난을 위해 '신북풍'이란 할리우드급 상상력을 발휘하는 한국당의 현 수준은 <조선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말 그대로 바닥 아니겠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이용하려는 듯한 홍준표 전 대표와 황교안 전 총리의 행보는 또 어떠한가.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자신이 출당시킨 전직 대통령을 석방시키자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 홍 전 대표나, '박근혜 배신론'이 두려워 "박근혜 도우려 특검연장 막았다"는 '고백'까지 늘어놓는 황 전 총리의 '박근혜를 향한 구애'가 처절하지 않은가.

아울러 5시간 30분 '셀프 단식' 논란부터 최교일 의원의 스트립바 출입 의혹까지, 국민들의 현 수준과 의식과는 동떨어진 한국당의 헛발질 릴레이는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다. 특히나 과거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새누리당 시절 별칭이던 '성누리당'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듯 최교일 의원 관련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한국당 지도부의 모습 역시 퇴행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5.18 망언 의원직 사퇴' 외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을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5.18 망언 의원직 사퇴" 외친 민주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망언을 규탄하며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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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CBS <노컷뉴스>와 인터뷰한 역사학자 심용환은 이러한 자유한국당의 행보에 대해 "미래지향적 일을 해야 할 시점에 자유한국당은 전형적인 혐오 정치를 택함으로써 절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할 수 없는 퇴행적 주장을 들고 나왔다"며 "역설적이게도 이를 통해 본인들 스스로 혐오의 대상이 돼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5.18 토론회 논란과 관련해서도 "지금 자유한국당에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이 그대로 있다, 탈당했던 사람들마저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이번 5·18공청회 논란 역시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한 늙은 정당의 마지막 몸부림으로 여겨진다"고 강조했다. 적극 공감한다. 아마도 이번 한국당 전당대회야말로 올드 보이들과 과거 회귀 세력이 펼치는 처절한 몸부림의 결정판이 되지 않을까.
 
"우리가 자꾸 과거로 가는 것에 안타깝게 생각한다."
 

지난 10일 나 원내대표는 5.18 논란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는 와중에 이런 발언을 내뱉었다. 앞선 9일 "다양한 해석" 운운한 자신의 발언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자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우리가 거꾸로 가는 건 맞지 않는다고 본다"는 해명 중에 나온 말이었다.

과연 앞서거니 뒤서거니 과거로의 회귀를 획책하고, 이를 실천으로 옮기는 '우리'는 누구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 '박근혜 부활'을 부르짖는 한편 '신북풍'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한국당 본인들이 아닌가. 마지막으로, 나 원내대표에게 본인의 발언을 올바른 주어로 바꿔서 돌려드린다면 이쯤 될 듯 싶다.

'국민들이, 심지어 <조선일보>까지도 한국당이 과거로 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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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