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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바바라 에런바이크의 트윗들.
 지난 4일 바바라 에런바이크의 트윗들.
ⓒ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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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배신> <긍정의 배신> 등으로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르포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바버라 에런라이크(Barbara Ehrenreich)가 '인종주의-외국인 혐오' 트윗을 올려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나는 우리의 정리의 달인(our de-cluttering guru) 마리에 곤도가 영어로 말하는 것을 배울 때에만 미국이 쇠퇴하지 않았다고 확신하게 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영어로 말할 때에만 미국이 쇠퇴하지 않음을 확신"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언급한 마리에 곤도(Marie Kondo)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다. 마리에 곤도가 출간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 <정리의 발견> 등은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특히 마리에 곤도는 영어로 말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통역사를 쓰는 넷플릭스의 새로운 쇼 '마리에 곤도와 함께 정리하기'(Tidying Up with Marie Kondo)의 스타이기도 하다.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트윗은 일본인인 마리에 곤도가 직접 영어로 말하지 않고 통역사의 도움을 받은 것을 비꼰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인종주의-외국인 혐오'(racist-xenophobic) 논란을 일으켰다. 미국 우월주의, 영어 우월주의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nothern trancplant'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트위터 사용자는 "나는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이 '인종주의-외국인 혐오' 트윗을 지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진보적 백인들'도 인종주의를 위한 큰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영어로 말하지 않지만 그것이 미국의 쇠퇴 아냐"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같은 날 또다시 '인종주의-외국인 혐오'로 읽힐 만한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 트윗에서 "나는 고백한다"라며 "미학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정리정돈이 안된 쪽이어서 마리에 곤도를 싫어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몹시 싫어하다' 혹은 '증오하다' 등의 뜻이 있는 'hate'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그녀의 언어에 관해서 말하자면, 그녀가 많은 미국 시청자에게 영어로 말하지 않지만 그것이 수퍼파워(super power)로서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트윗은 '진보적 백인'(progressive white folk)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트위터에서 그의 글이 공감을 얻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다만 그는 논란이 일자 "마리에 곤도에 관한 트위터가 불편한 사람에게 미안하다"라며 "때때로 미묘한 유머의 시도는 효과가 없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는 같은 날 또다른 트윗에서 "나는 미국 제국의 쇠퇴를 슬퍼하지 않고, 내 삶의 많은 부분을 위해 그것(미국의 쇠퇴)을 위해 운동했다"라며 "나는 진심으로 영어 이외의 언어를 모든 지역에서, 항상 쓰기를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바버라 에런바이크는 누구?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록펠러대학에서 세포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뉴욕시 건강정책자문센터와 뉴욕주립대에서 각각 분석가와 조교수로 일했다. 이후에는 여성과 건강, 정치, 페미니즘 등을 연구하고 관련활동에 참여했다. 미국여성건강네트워크와 전국낙태권리행동연합, 반빈곤여성100인위원회그룹 등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면서 현장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르포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한국에 번역된 <노동의 배신>(Nickel and Dimed)에서는 웨이트리스, 호텔메이드, 집 청소부, 양로원 보좌관, 월마트 직원 등 미국 저임금 노동자들(working poor)의 고달픈 현실을 고발했고, <긍정의 배신>에서는 자기계발서 등을 통해 '긍정의 힘을 믿고 노력하면 누구나 성공하고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흐름을 비판해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희망의 배신>에서는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에 매달리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화이트컬러 구직자들의 세계를 파헤쳤다.

이렇게 일련의 '배신 시리즈'를 통해 긍정주의, 워킹 푸어, 화이트컬러(중산층) 등의 측면에서 신자유주의가 어떻게 삶을 지배하는지를 현실감 있고, 설득력 있게 드러내서 불평등한 현실을 바꾸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탁월한 르포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를 일부에서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자(the Democratic Socialists) 혹은 베테랑 부정부패 폭로 언론인(a veteran muckraker)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진보라고 해서 인종주의 예외는 아니다"

칼럼·출판 등을 통해 진보적 활동을 펼쳐온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마리에 곤도가 영어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을 비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88만원 세대> <소수의견> 등을 펴낸 칼럼니스트 박권일씨는 6일 자신의 트위터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인종차별·외국인 혐오적 발언이다"라며 "진보라고 해서 인종주의의 예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씨는 "나는 살아오면서 수없이 많은 인종주의자-맑시스트, 인종주의자-생태주의자, 인종주의자-페미니스트를 만났다"라며 "나 자신 또한 내 속에서 인종주의적 면모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곤 한다, 그래서 늘 성찰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바버라 에런라이크, #인종주의-외국인 혐오, #노동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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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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