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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9일째 농성을 벌이던 지난해 2016년 8월 12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화정동 대학 정문앞 농성장 옆에서 촬영에 응했다. 이들은 당시 "사회의 무관심이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2년 6개월이 더 흘렀다
 789일째 농성을 벌이던 지난해 2016년 8월 12일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이 울산 동구 화정동 대학 정문앞 농성장 옆에서 촬영에 응했다. 이들은 당시 "사회의 무관심이 무섭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2년 6개월이 더 흘렀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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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6월 11일부터 시작된 파업과 천막농성이 5년째로 접어들었다.

평소 시키는 대로 일만하다 2006년 노조 결성 후 그동안 몰랐던 노동자의 권리를 찾아보자는 의욕이 생겼던 청소노동자들. 이들 청소노동자 20여 명은 지난 2014년 "청소노동자라고 꼭 최저임금만 받아야 하나"며 최저임금에 상회하는 생활임금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했다.

하지만 그 이유로 해고된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농성을 시작한 대학 본관 앞에서 쫓겨나기를 수차례, 결국 농성장을 대학 정문 앞 인도로 옮겼다. 몇 차례의 강제철거 후 남은 건 1인당 1억 원에 가까운 벌과금과 가압류. 그 중 660만 원에 대한 통장가압류는 이들의 경제생활까지 정지시켰다. 그 사이 조합원은 8명으로 줄었다.

당시 청소노동자들은 시급 6000원과 상여금 100%를 요구하면서 농성을 시작했지만 이제는 시급 1만 원을 외치는 주변 동료들을 부럽게 쳐다봐야만 한다. 오히려 이제는 시급 인상은 커녕 복직을 요구하는 처지다.

설 명절을 일주일 남겨 놓은 29일, 이날은 이들이 청소를 못한지 1688일 되는 날이다.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동부캠퍼스 정문앞 인도에 스티로폼과 비닐로 차려진 텐트의 찟어진 구멍사이로 바람이 생생불었다.

이 시각 언론은 "설 연휴 교통체증"에 대해 걱정하고 남들은 고향에 가기위해 밤 잠 설치며 기다리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설은 커녕 생계 걱정에 하루를 보내야 한다. 5년간 일을 못하다보니 수입이 없으니 빚만 늘었다. 통장이 압류돼 자녀들의 통장을 빌려 사용하는 처지다.

김순자 지부장은 "우리같은 바닥 민초들의 삶이 안 바뀌는데 세상이 어떻게 바뀌겠나"면서 "이것이 현실이다"고 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대학측의 대화노력이 일절 없어요, 거기다 이제는 중재하려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어요, 너무 마음 아픕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고 울분을 토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로서는 목숨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오랜기간 이어진 농성이 이제는 시민들과 이 사회로부터 점점 잊혀지는 것 같아 마음 아파했다.

이들은 같은 울산공업학원 재단 소속 울산대측이 청소노동자의 근무시간을 줄이기 위해 휴일 근무를 시간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대체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 아팠다고 했다. 울산대학교병원 청소노동자들의 최근 해고 모습을 보고 동병상련을 느낀다고 했다. (관련기사 : 울산대병원, 비정규직 고용보장 합의서 파기... "재단을 규탄한다")

특히 울산대학병원측이 비정규직 해고에 대한 노조 항의에 "재단 승인이 나지 않아 어렵다"고 한 것을 두고 자신들의 복직도 재단측에서 반대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우리는 지난 2006년에도 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해고돼 농성을 벌였다. 이에 대학측은 농성 79일만에 고용보장 합의서를 쓰고 우리를 전원 복직시켰다"면서 "지금 그때 쓴 고용보장 합의서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재단측의 힘이 작용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관련기사 :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 "근로환경 열악"

대선 전 "반드시 해결하겠다"던 국회의원들, 여당 된 후 발길 끊겨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1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유은혜 의원, 송옥주 의원 등이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정문 앞 비닐농성장에서 1000일 넘게 비닐천막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반드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된 이들의 발길은 끊어졌다
 대선을 앞둔 2017년 3월 14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유은혜 의원, 송옥주 의원 등이 울산 동구 화정동 울산과학대 정문 앞 비닐농성장에서 1000일 넘게 비닐천막으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을 만나 "반드시 문제 해결을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여당이 된 이들의 발길은 끊어졌다
ⓒ 박석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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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전과 지난해 지방선거 후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도 한 때 희망을 품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는 유력 국회의원들이 농성장을 찾아와 "꼭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은 7월 초 민주노총 울산본부를 찾아 "노사민정화백회의를 만들어 논의틀을 마련하고 노사의 중간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실무책임자를 통해 노력하겠다"며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문제 해결에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어찌된 일인지 중재는 되지 않고 복직의 꿈은 멀기만 하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오히려 복직 희망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아 힘들어 했다. 이들은 "설 명절, 남들처럼 고향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통장 압류 걱정 없이 떡국 한그룻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태그:#울산과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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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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