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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5일 오전 아들 김용균씨의 서울광화문 분향소에 들러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25일 오전 아들 김용균씨의 서울광화문 분향소에 들러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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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말을 하지 않았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미리 와서 아들의 영정사진만 하염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이 모습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씨 분향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회견 내내 정중앙에 서서 정면만 바라볼 뿐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이날은 아들 김용균씨가 떠난 지 47일째, 오는 27일이면 49재가 된다.

그래서 시민사회가 나섰다. 2016년 5월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다 사망한 김군을 위해 만들어진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이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구의역 진상조사단은 "현재 서울교통공사에는 구의역 김군과 같은 사람은 더이상 없다"면서 "서울시는 김군이 근무했던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 업무뿐만 아니라 그간 외주화되어 있던 상시 위험 업무를 수행하던 도급 노동자들을 서울교통공사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사단은 "용균씨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사고 진상규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청와대와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정규직을 바라는 게 아니다, 안전과 협업이 가능한 사업장 바란다"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의 49재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위험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의 49재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위험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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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진상조사단은 기자회견문에서 "김용균의 동료들은 또다른 김용균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 아직도 끔찍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서부발전에서 사망한 노동자 13명은 전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였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이어 "지방정부인 서울시에서도 할 수 있었고 했던 (정규적 전환) 일을 중앙정부와 청와대는 왜 해결하지 않는가"라고 따져 물으며 "김용균과 이전 12명의 죽음 앞에 관할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모기업 한국전력공사, 해당회사인 서부발전은 사죄하고 즉시 (위험업무에) 정규직화를 단행해야 한다"라고 성토했다.

구의역 김군 사망재해 당시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았던 권영국 변호사는 "정부에서 말한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라면서 "시민대책위 주도하에 진상규명위원회가 구성돼야 하고, 정부는 비정규직 위험의 외주화를 직영화하고 정규직화하는 제대로 된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변호사에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유성권 서울교통공사노조 쟁의지도국장도 "(기사 댓글에) 왜 정규직을 바라냐, 무임승차를 하려 하느냐는 이들이 많지만, 우리가 원하는 건 정규직이 아니라 안전이 보장되고 협업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일을 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위해서는 상시지속위험업무를 우선적으로 (원청이) 직영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억울한 죽음을 막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느닷없이 등장한 서부발전의 '노사전' 협의제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의 49재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위험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구의역 사망재해 시민대책위원회"는 2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 김용균씨의 49재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정부가 위험업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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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씨가 일했던 한국서부발전의 위험업무 정규직 전환은 여전히 어려움에 있다.

정부와 시민대책위가 1대 1로 협의를 하고 있는 와중에 지난 23일 한국서부발전은 "발전 5사가 '연료환경설비운전' 업종에 대해 통합 노·사·전(노동자, 경영인, 전문가)협의체를 구성했다"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해 버렸다.

이에 대해 시민대책위는 "살인죄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로 고소당한 서부발전을 비롯해 발전 5사가 정규직 전환 협의체 구성을 강행한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면서 "발전 5사는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서부발전에) 경고했다.

대책위는 이어 "'연료환경설비운전'을 포함해 '경상정비' 업무의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논의는 이미 정부와 협의 중에 있다"라면서 "정부와 협상 결과에 따라 노사 통합 협의체 개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23일 오후 이낙연 총리도 김용균씨의 빈소를 찾아 "태안공장 외에 다른 곳도 (안전문제를) 점검할 것"이라며 "(대책위와) 계속 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와 시민대책위가 김용균씨 사망사건과 관련해 계속 논의 중에 있음을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다.

태그:#김용균, #이낙연, #서부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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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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