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검찰과 법원은 비슷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온도 차이를 드러냈다.
그동안 사법농단 수사를 '법원을 위한 수사'라고 강조해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에 "안타깝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윤 지검장은 24일 오전 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수사팀 책임자로서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윤 지검장이 보낸 메시지는 이 한 문장뿐이었다. 수사팀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지만 사법부 수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복잡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별다른 언급 없이 곧바로 사무실로 향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깊이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에게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제가 어떤 말씀을 드려야 우리의 마음과 각오를 밝히고 국민 여러분께 작으나마 위안을 드릴 수 있을지 찾을 수 없다"라고 답했다.
김 대법원장의 말에는 사법농단 의혹으로 떨어진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메시지도 담겨 있었다. 그는 "저를 비롯한 사법부 구성원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맡은 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겠다"라며 "이것만이 이 어려움을 타개하는 유일한 길이고,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는 최소한의 것이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6월 15일 담화문을 통해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의 '협조 의사'에 검찰은 사법농단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내·외부적으로 "수사 인력이 집중돼있다", "무리한 수사다"라는 시선을 받아왔지만 결국 양 전 대법원장을 구속하는 데까지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