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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제주 4.3 70주년 의미와 특별법 개정에 관한 방송토론’이 2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와 오마이뉴스TV 주최로 열렸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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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3 이전에는 4.3 특별법이 꼭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른바 '김용균법'이 처리된 2018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다음날인 지난 28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4.3 유족들의 원성을 홀로 감내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선 열린 '제주4.3 70주년 4.3 특별법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그는 유일한 현역 의원이자 여당 최고의원이었다.

제주4.3 70주년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주요 쟁점과 전망을 논의한 이날 토론회 말미, 유족들과 참석자들은 특별법 개정안이 2018년 끝내 회기 내 처리되지 못한 데 대한 정부여당의 책임을 박 위원에게 쏟아낼 수밖에 없었다.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와 <오마이뉴스>가 공동 주최한 이날 토론회는 애초 섭외 물망에 올랐던 자유한국당 등 몇몇 야당 의원들이 연말 바쁜 지역구 일정을 들어 불참했고, 박주민 의원은 제주4.3 70주년에 관심을 기울인 정치인 중 한 명이지만, 여당 최고위원이자 유일하게 참석한 현역 의원으로서 여러 번 곤혹스러운 순간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토론회 말미 박진우 범국민위원회 사무처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으면 정부와 당에서 노력해야 하는데 당·정·청이 엇박자가 나고 있다"며 "정부가 행안위에 와서 돈 없다고 거부하는데 당에서 뭐하나. "당정청 협의를 통해 강력히 추진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야당 지도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라고 꼬집기도 했다.

2017년 12월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4.3 70주년을 맞은 올해 내내 공전을 거듭한 이유 중 하나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묵묵부답이 꼽혀왔다. 그렇기에 더더욱 야당 의원들의 부재와 박주민 의원에게 쏠린 의견들은 공교로운 측면이 없지 않아 보였다. 박 의원 역시 야당 의원들의 부재가 빚어낼 상황을 예견했을지 모를 일이다. 이날 오전 그가 더불어민주당 최고회의 석상에서 쏟아낸 일성을 감안한다면 말이다.

변치않는 국회의원 외유성 출장

"(김용균법 등) 이렇게 중요한 사안들이 다뤄지고 있는 본회의가 열린 상황에서 책임 있는 공당의 국회의원들이 외유를 했다는 사실도 오늘 보도되고 있다. 김성태 의원, 곽상도 의원, 신보라 의원, 장석춘 의원 등이 본회의 도중인 6시 45분에 베트남 다낭으로 출국했다.

과연 얼마나 중요한 일이 있었고, 베트남에서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려고 했는지 기자 여러분들은 똑똑히 취재해 밝혀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것들 역시 국민 무시, 입법부의 의무 해태로 볼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이날 박주민 의원은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 등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김성태 의원, 곽상도 의원, 신보라 의원, 장석춘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그는 김용균법 등 민생법안의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그간 정치적 유불리에 의해 이러한 법안 통과를 정치적 거래 대상으로 삼고 제 이익만 추구하려 했던 자유한국당의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또 "국민들과 많은 학부모들이 요구한 유치원 3법을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했다"며 "특정 이익집단의 편에 서서 국민들의 이익을 무시하는 행태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기도 했다.

그리고 박 의원의 바람처럼, 베트남으로 간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기사가 29일까지 쏟아졌다. 28일 KBS는 <본회의 불참 다낭행 의원들, 교민 간담회 등 일정 급조> 등의 보도를 통해 김 전 원내대표 등 4인의 베트남 출장과 관련 "뒤늦게 교민·기업인 간담회를 급조하는 등 외유성 성격이 짙었습니다"라고 꼬집었다.

"진통 끝에 이른바 '김용균법' 등이 처리된 올해 마지막 본회의. 끝까지 의석을 지킨 의원은 181명, 나머지 100여 명은 자리에 없었습니다. 특히 표결이 한창이던 시간,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 신보라, 장석춘 의원은 베트남 다낭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현지 일정표를 살펴봤습니다. 3박 4일 동안 다낭 인민위원장 면담과 아직 문도 열지 않은 무역관 방문 등 일정 3개가 전부입니다. 그나마 한 달 전 잡아놨다는 교민·기업인 간담회는 당일에서야 급조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27일 이 사안을 최초 보도한 YTN 역시 28일 "한국당 관계자는 현지와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아 비공식 일정으로 두고 떠났다고 해명했지만, 제대로 된 계획도 없이 일단 떠나기에 급급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YTN은 3박 4일간의 일정 중 첫날은 만찬 외에 다른 일정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외유성 출장'이란 국민적 비판에 직면해도 할 말 없을 일정이라 할 만 했다.

"본회의에도 불참한 김성태 전 원내대표 등 의원 4명은 도착 다음 날 다낭시 인민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나 1시간가량 면담을 나눴습니다. 이후 후발대로 출국한 의원들까지 합세해 현지의 한인이 운영하는 기업체를 방문했습니다.

인민위 관계자 면담은 미리 예정됐던 일정이지만, 한인 기업체 방문은 비공식 일정으로 현지에서 급히 조율된 겁니다. YTN이 세부 일정표를 입수해서 봤더니 곳곳이 비공식 일정으로 사실상 비워져 있습니다."
 

그들이 자초한 '꼴찌'

1.8%.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1과 8의 조합이란 지극히 상징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지난 11월 1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 결과가 중 국회 신뢰도 수치 말이다.

당시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p·응답률 7.1%)에게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물은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 21.3%로 가장 높았고, 국회는 1.8%로 꼴찌였다.

기관별 신뢰도는 시민단체(10.9%), 대기업(6.9%), 언론(6.8%), 법원(5.9%), 중앙정부 부처(4.0%), 노동조합(4.0%), 종교단체(3.3%), 군대(3.2%), 경찰(2.7%), 검찰(2.0%)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는 심지어 군대보다 낮았다.

국민들의 국회를 향한 극도의 불신이야말로 연말이면 여지없이 외유성 출장을 떠나는 의원들 자신이 자초한 재앙이라 할 만하다. 혹자들은 물론 국회 전체가 아니라 일하지 않는 개별 의원, 자유한국당과 같이 여당의 발목을 잡는 특정 야당을 비판해야 일반적인 '정치불신'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둘 다 맞다. 그건 택일의, 선택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 불신은 한국사회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럴수록 비판의 칼날이 훨씬 날카롭고 매서워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힘을 얻는다. 누가 김용균법이 통과되던 그 시간에 본회의장을 비웠는지, 또 누가 외유성 출장을 떠났는지를 언론들이, 국민들이 훨씬 더 세세하고 낱낱이 감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태안 서부발전소 산재로 사망하신 고 김용균님의 모친 등 유족을 만나 위로와 유감의 뜻을 전할 의사가 있다."
 

다시 28일로 돌아가 보자. 박주민 의원이 4.3 유족들과 만나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 등 유족을 직접 만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2018년 연말 역시, 누가 '민생'이란 이름을 이용하는지, 이를 통해 제 권력 유지에만 앞서는지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라 할 수 있었다. 1.8% 신뢰도를 자랑하는 국회는, 2019년엔 달라질 수 있을까.

태그:#박주민,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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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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