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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상급단체 간부들은 3차원을 산다

노조 상급단체 채용상근간부의 이해와 유형분류
18.12.14 17:33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노조상급단체 채용간부 유형분류 노조 상급단체 채용 상근자의 유형 ⓒ 조건준
 
산별노조, 민주노총 지역지부나 본부, 중앙사무처 등 노조 상급단체에서 간부로 활동하는 채용 간부는 노조에서 월급을 받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사무처가 금속노조 조합원이기에 조합비를 낸다. 이런 사실에서 채용간부의 3차원 관계가 드러난다.
 
첫째로 노조에 채용된 직원이고, 둘째로 노조의 간부이며, 셋째는 조합원이다. 산별노조 마다 다른 경우가 있지만 민주노총 금속노조 전국 사무처는 대부분 금속노조 조합원이다. 이 세 가지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고용관계에 특이성이 있다
 
채용간부는 노조에 취직해서 근로관계를 맺은 직원이다. 이점은 여느 노동자와 비슷하다. 하지만 사용자가 자본가가 아니라 노조다. 여기에 첫 번째 특이성이 있다. 사용자인 노조와 근로계약을 맺어 노사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그 사용자를 위해 활동한다.

고용된 직원이라는 일반성만 보면 채용상근자 별도 노조를 만들어 사용자인 노조를 대상으로 교섭하고 협상할 수 있다. 특이성만 보면 근로조건 따지지 않고 노조를 위해 장시간 고강도 헌신적 활동을 요구한다.
 
이 양자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이 균형이 깨지는 경우들이 나타난다. 채용 상근자들이 노조를 만들어 단체행동과 단체교섭을 한다. 시민단체에 노조가 생겨나 긴장과 갈등이 높아질 때가 있다. 반대로 노조가 사용자성을 전면에 드러내 채용 상근자에게 과도한 노동이나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해고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반 조합원과 다른 특이한 조합원이다
 
각 조합원은 특정 사업장 지부나 지회에 소속되어 있지만 금속노조 채용상근자는 소속 사업장이 없기에 개별조합원이다. 조합원으로서 조합비를 내고 조합 강령과 규약에 따라 권리와 의무를 행사한다. 신분보장기금 등 기금을 지원받을 만한 사건이 생기지 않는 한, 각 종 선거에 투표를 하는 것 외에 딱히 조합원으로서 할 일은 없다.
 
노동과 활동을 둘러싼 특이성이 있다. 우선 개념부터 정리하자. 노동이란 근로계약에 따라 임금을 받고 제공하는 임금노동이다. 활동이란 인권이나 시민권리, 경제정의, 사회개혁이나 변혁 등 특정한 사회적 목적을 위한 행동이다.
 
조합원은 회사에서 노동을 하면서 노조활동을 한다. 노동시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사업장에 있는 노조간부도 노동하면서 활동하고 역시 노동시간이 활동시간보다 더 길다. 사업장 전임간부는 임기동안 일시적으로 노동을 하지 않고 노조활동을 한다. 사업장에서 상급단체로 파견되거나 상급단체에 선출된 간부도 임기동안은 노동을 하지 않고 노조를 위해 활동한다.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채용기간 내내 조합활동을 한다. 이 활동이 곧 직원으로서 하는 노동이다. 이를 아래의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다.
 
 
노조 채용간부의 활동과 노동 노조 채용간부들은 일반 조합원과 달리 활동이 곧 노동이다 ⓒ 조건준
 

이 특이성 때문에 색다른 논쟁이 벌어진다. 주말집회에 채용 상근자가 참가하게 되면, 당연한 활동으로 볼 수 있으나 고용된 직원이라는 측면에서는 수당을 받아야 하는 특근이다. 노조나 시민단체는 당연한 활동으로 간주해 왔지만 권리의식이 높아진 요즘은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주말에 노동자대회와 같은 행사를 치루면 월요일은 쉬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상당 수 상급단체가 주말집회를 한 경우 관행적 융통성을 발휘해 대체휴일을 준다.
 
 
남의 노동을 위해 활동 한다
 
조합원과 사업장 간부들은 자신이 하는 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활동한다. 매년 임금과 단체협상은 자기노동 개선활동이다. 채용 상근자는 자신이 하지 않는 노동문제를 다룬다. 회사에서 일하는 조합원과 노동자들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만들고 투쟁을 기획하고 교육하고 선전하는 등의 일을 한다. 자기 임금인상이나 노동조건개선이 아니라 조합원이 일하는 현장 노동조건 개선과 임금인상을 위한 활동이 주된 일이다.
 
채용상근자들이 개선하려는 노동은 타인(조합원)의 노동이며 자기 노동이 아니다. 개선하려는 노동과 자기 노동의 불일치, 즉 '남의 노동을 위해 활동한다'는 점이 채용 상근자의 세번째 특이성이다.
 
세번째 특이성 때문에 다양한 모습이 나타난다. 헌신적인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밤에도 현장 조합원을 만나며 잔업을 밥 먹듯 하고, 주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한다. 타인(조합원)의 노동을 개선하기 위해 자신은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하는 셈이다. 타인의 노동을 위해 자기 노동을 희생한다.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연봉으로 따지면 채용 상근자보다 두 세배 더 받는 조합원 임금인상을 위해 뛰어다니는 상황도 발생한다. 이 때문에 회의가 밀려들기도 한다. 또 다른 모습도 나타난다. 채용상근자가 개선하려는 노동은 타인 노동이기에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다. 다른 조합원 임금이 오르든 말든 내 임금이 아니기에 신경쓰지 않아도 내게 직접 영향이 없다. 따라서 타인(조합원)노동을 외면하고 자기 노동만 챙길 수 있다. 일을 대충하면서 편하게 출퇴근하고 월급 꼬박꼬박 챙기는 채용상근자도 간혹 있다.
 
생산현장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면 모든 동료의 노동강도를 높이기 때문에 헌신적 노동도 바람직하지 않다. 반대로 게으름 피우는 것도 생산현장에서 쉽지 않다. 당장 내가 일을 게을리하면 바로 앞 뒤 공정 동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채용상근자는 '헌신적 간부'와 '무사안일한 노조관료'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더 쉽게 나타날 수 있다.
 
현장성의 문제도 있다. 내가 하는 노동은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채용 상근자는 내 노동이 아니라 조합원 노동을 다룬다. 경험하지 못한 노동이거나 하지 않고 있는 노동에 대해 얘기한다.
 
채용 간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거나 현재 하고 있지 않은 노동을 잘 알아야 현장 조합원과 공감하며 제대로 개선대책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겸허한 자세로 현장과 밀착해 각 회사와 각 사업의 노동을 잘 파악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초기에는 채용 간부 다수가 현장을 경험하고 지역활동 경험을 가지고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런 경험이 없는 채용 상근자들이 늘었다. 가장 기본적인 임금을 둘러싼 노사간 쟁점과 세밀한 임금계산을 해보지 않은 채용상근자도 적지 않다.
 
직접 회사를 다니며 임금계산을 하지 못했어도 사업장 교섭이나 대중투쟁을 경험한다면 배울 수 있다. 각 산업의 노동특성 또한 현장에서 직접 일하지 않고 현장 방문이나 조사를 통해 간접 경험해서 파악할 수도 있다. 이를 게을리 하면 채용상근자는 현장을 모른 채 현장을 얘기하는 모순에 빠진다.
 
채용 상근자를 "현장을 쥐뿔도 모른다"며 무시해선 안된다. 각 사업장 현장노동에 직접 관련된 쟁점들은 사업장 노사관계에서 잘 다룰 수 있지만 사업장 넘어서 전국적 수준에서 쟁점이 될 때, 한 사업장에서 노동한다고 해서 이 문제를 잘 이해하고 잘 다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다양한 조건을 파악하고 사용자단체와 정부정책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이것을 채용 상근자가 파악하고 정리하기에 나름대로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입사부터 퇴직할 때까지 간부다
 
현장간부들은 임기가 끝나면 간부 직책을 그만두고 노동한다. 채용상근자는 채용 때부터 퇴직할 때까지 노조 상급단체 간부다. 채용과 함께 차장이나 부장, 경력이 쌓이면 국장이나 실장이라는 직책을 가진다. 이 '항상 간부' 라는 점이 채용상근자의 네번째 특이성이다.
 
일반적으로 간부라고 하면 조합원에 비하여 지위를 높이는 만큼 책임이 더 크다. 현장 노동자들은 노동 숙련정도와 기여도에 따라서 승진도 하고 숙련급이나 연공급에 따라 더 많은 임금을 받기도 한다.
 
상급단체 채용간부들을 뽑을 때, 실력을 측정하거나 숙련정도를 측정해서 선발하는 기준이 있지는 않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의 경우 임금은 나이에 따른 호봉제를 뼈대로 하고 있다.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특별히 능력이나 기여도를 평가해서 이를 근거로 직책을 부여하지 않는다. 본인과 사전 협의를 거치곤 하지만 노조 지도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곤 한다.
 
채용간부의 직책은 상향 고정되지 않다. 국장이었다가 실장이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실장이었다가 국장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중앙 사무처에 있다가 지역으로 가면 실장이나 국장을 하다가 부장직책을 부여받는다.
 
일반적으로 직책은 수직적이고 더 높이 올라갈수록 권한이 크다. 하지만 노조 상급단체의 직책은 이런 수직구조로 볼 수 없다. 평등을 지향하는 민주노조의 정신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강하다. 직책의 높낮이를 수직적으로 생각한다. 일반 회사에서처럼 직책이 바뀌면 승진이나 좌천된 것처럼 평가하곤 한다.
 
민주노조가 지향하는 평등의 정신과 함께 요즘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는 시대적 추세를 고려할 때에도 노조 상급단체 간부들 직책을 정부기관이나 회사를 모방해서 결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상에서 ① 사용자가 노조이고, ② 노동이 활동이며, ③ 타인 노동을 위해 활동하며, ④ 항상 간부인 상급단체 채용간부의 네 가지 특이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네 가지 특이성은 조합원이고 간부이며 채용직원이라는 3차원 관계에서 나오는 특성이다.
 
 
4차원인 채용간부도 있다
 
한 사람이 상급단체로부터 해고를 당했다. 채용 상근자가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했다. 이 사건에 대해 이런 대화가 오갔다.
 
[상급단체 간부] "000같은 활동가가 노조를 대상으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는 것이 말이 됩니까. 이건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지역조직 간부] "그게 뭔 문제입니까. 채용상근자도 노동자고 모든 노동자는 해고에 맞서 무효소송을 제기할 권리가 있는데"
 
이 대화를 통해서도 여러 가지를 엿볼 수 있다. 상급단체 간부는 왜 모든 노동자가 누려야할 권리를 부정하는 말을 했을까? 대화에 나오는 것처럼 활동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기 때문이다. '활동가'라는 말은 이럴 때만 쓰지 않는다. 교육선전활동가대회, 노동안전보건활동가수련회 등과 같이 적지 않게 사용한다.
 
상급단체 채용 상근자는 3차원 관계만으로도 복잡한데 여기에 또 하나 얹어 4차원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있다. 상급단체 채용상근자를 활동가로 생각하거나 혹은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노조 채용간부 성격의 구성 노조 채용간부는 3차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에 활동가를 넣어 4차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 조건준
 

활동가가 뭐지?

주변 간부와 조합원에게 물어봤다. 첫째로 다수 조합원은 무슨 말인지 잘 모른다고 했다. 둘째로 일부 간부들은 활동가를 학습을 통해 배웠고 노조활동을 하는데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본다면 활동가는 노동자 중에서 탁월한 사람, 혹은 조합원들 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활동가를 특수계층으로 생각할 위험이 있다. 셋째로 또 다른 분들은 현장조직이나 정파에서 학습하고 훈련받은 조직원이라고 했다.
 
한국 사회운동에서 활동가라는 말을 두 가지 측면에서 사용한다. 하나는 먹고 살기 위한 노동보다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반적 이름이다. 다르게 말하면 "운동권" 요즘 약간 부정적으로 "꿘"이라 줄여서 표현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사회운동에서 역사를 가진 의미로 쓴다. 1980년대에 학생운동이 활발했고 운동권이 탄생했다. 이 시대에 군사독재에 맞서 사회를 바꾸려는 혁명론이 퍼졌다. 특히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이 퍼졌다. 노동자계급이 혁명을 주도하는 계급인데 그냥 노동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때문에 먼저 깨달은 전위가 노동자를 지도해서 혁명을 한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이론가는 러시아 혁명을 주도한 레닌이다. 레닌은 혁명을 위해 사는 '직업적 활동가'를 전위라고 했다. 이 전위들이 모인 곳이 전위당이다.
 
혁명론을 배운 운동권은 사회혁명을 위해 직업적 활동가로 살았다. 그러나 20세기 사회주의가 망하면서 혁명론도 매력을 잃었다. 비밀 전위당을 만들려는 생각도 시들해지고 합법적 정당을 만드는 쪽으로 바뀌었다. '전위'라는 말도 점점 사라졌다. '직업적 활동가'들은 점차 먹고살기 위해 직업을 가진 생활인이 되어 '꿘'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운동이나 시민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은 계속된다. 바로 이렇게 노동운동단체, 시민운동단체, 사회운동단체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사람을 '활동가'라고 부른다. 일부 정파는 '활동가'라는 용어보다 '~일꾼'이라는 말을 더 자주 썼다.
 
한편에서 활동가는 시민단체, 노동운동단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일반 명사다. 다른 한편에서는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이 색깔을 잃고 약해지면서 전위로 불리던 '직업적 활동가'라는 말이 색깔이 좀 빠진 의미를 가지고 있다.
 
 
노조는 지도받아야 할 불완전한 조직일까

채용상근간부를 단순하게 '활동가'로 부르면 신경 쓸 이유가 없다. 그런데 이게 아니다.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에 따르면 전위의 지도를 받아 깨우치지 않은 노동자는 아무것도 아니다. 노조는 전위당의 지도를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런 이론에 따르면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노동력을 파는 노예지만 혁명의식을 가진 전위활동가의 지도를 받으면 혁명계급이 된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은 경제적 이익이나 챙기는 조직인데 전위당(정파)의 지도를 받아야 건강한 조직이 된다고 믿었다. 한마디로 노조는 믿을 수 없는 '불완전한 조직'이라는 것이다. 완전해 지기 위해서는 활동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노조는 불완전체 일까? 시민운동단체, 기업, 정당, 국가권력은 완전체일까? 어떤 조직도 다른 사회조직들과 어울리고 관계 맺으면서 사회를 이룬다. 이렇게 보면 완전한 조직은 없다.
 
한 인간을 불완전체로 생각한다면 어떻게 될까? 존엄성을 부정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든 인간은 홀로 완전할 수 없기에 타인들과 관계 맺고 협력한다. 그렇다고 불완전하니 누군가의 지시를 받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옳지 않다. 모든 인간은 고유성을 가진 소중한 존재다.
 
노조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그 자체로 고유한 특성을 가진 완결체다. 존중받아야 한다. 불완전하기에 자력으로 성숙할 수 없어 누군가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문제가 있다.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에 따른 소련에서 노조는 노동자의 독립조직이 아니라 전위당의 지시를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전달벨트 생각했다. 이런 영향을 받은 20세기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조는 권력기관 하부조직이다. 중국에 노조가 아닌 공회가 있는데 국가가 임명하는 공무원, 당원들이 장악하고 있다. 북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게 바로 어용조직, 어용노조다. 한국에서도 군사독재정권에서도 그랬고 아직도 사용자들은 노조를 위험하게 보아 늘 자기들에게 협조하는 어용으로 만들려 했다.
 
 
노조를 유혹하는 두 가지 세력이 있다.
 
노동조합을 샛길로 빠지게 하는 두 가지 세력을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하나는 노조를 경제적 이익집단으로 만들려는 세력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노조를 돈으로 꼬신다. 넘어가면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 조합원이 늘어 실리적 노조가 된다.

다른 하나는 노조를 정치적 권력집단으로 만들려는 세력이다. 적지 않은 현장조직, 정파, 정당이 노조를 유혹한다. 자신의 지지부대로 만들어서 권력투쟁에 이용한다. 과거 군사독재정권이 그랬고 망한 20세기 사회주의 국가도 그랬다.
 
노조는 경제적 이익집단도 아니고 정치적 권력집단도 아니다. 노동시민의 권리인 노동권을 넓히고, 여성권, 성소수자와 장애인 권리, 환경권, 평화권을 비롯한 모든 시민들의 권리를 지키고 넓히는 권리조직이 되어야 한다.
 
불행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듯 민주노조가 점점 초심을 잃고 이권집단으로 변한다. 물론 그에 못지않게 공장을 넘어 모든 노동시민의 권리를 지키려는 노력도 계속한다. 하지만 상급단체로 올라갈수록 조합원은 보이지 않는다. 조합원은 잘 알지 못하는 정파에 속한 상급단체 중앙집행위원, 중앙위원, 대의원이 상당수에 이른다. 노조 상급단체로 올라갈수록 조합원은 사라지고 온갖 정파의 입장을 끌어들여 논쟁하고, 노조 선거는 이들이 출마해서 정파에 속한 활동가들의 권력투쟁으로 변한다.
 
사용자가 조합원을 눈앞의 실리를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변질시키고, 꿘들의 정파가 조합원을 권력투쟁에 이용하면, 노조는 '이익+권력=이권집단'으로 타락할 수밖에 없다. 21세기에 필요한 노조는 두 가지 유혹을 이겨내고 자력으로 권리를 지키고 넓히는 노조다. '(정파)권력이 아니라 (조합원)능력'을 키우는 간부가 필요하다.
 
 
노조 민주주의를 해치는 비선
 
노조가 불완전하니 지도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상급단체 채용간부를 자기 정파 활동가로 채우려 한다. 자기들만 그러면 반발에 부딪치니 다른 정파가 그렇게 하는 것을 허용한다. 상급단체 채용상근자들은 활동가들이 돼야 하고 활동가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상급단체 채용간부가 노조를 불완전하게 생각하고,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속한 정파의 논리를 노조 안에 퍼뜨리고, 자기가 속한 정파주장을 따르는 사람들을 만들고, 자기 정파에 몰래 가입시키려 한다.
 
이런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비선이 있다. 공식조직인 노조의 체계를 통해 소통하는 것보다 비선을 통해 먼저 소통하고 비선을 통해 결정된 것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공식적 소통보다 뒷담화를 많이 한다. 노조 회의 전에 정보를 사전 공유하고, 미리 자신들 입장을 결정해서, 회의에서 관철시킨다. 정파에 속하지 않는 간부는 잘 알지 못한 채 왕따된다. 민주주의는 약화된다.
 
노동조합이 외부를 일체 배제하고 자기들끼리 가는 것도 위험하다. 일부 정파에게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다양하게 소통하며 풍부한 관계를 맺어 나가야 건강한 노조다.
 
상급단체 채용간부가 노조를 지도하고 장악하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노동자나 조합원은 지도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거꾸로 조합원에게 굽신대며 봉사하는 것도 옳지 않다. 오랜 활동을 통해 조합원에게 가르쳐야 할 것 못지않게 조합원으로부터 배운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합원은 나를 깨우쳐 일으키는 기여자(起予者)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자가 되는 관계가 되었으면 한다.
 
 
채용간부를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상급단체 채용상근자가 되는 과정은 각자에 따라 약간 다르다. 민주노조운동 1세대에 속한 분들은 '현장경험→ 지역활동 → 상급단체 채용'의 경로를 많이 밟았다. 어떤 분들은 '상급단체 채용 → 노조 첫 경험 → 현장 조합원 접촉'의 순서를 밟기도 한다. 또 적지 않은 분들이 '정파조직의 결정 → 정파의 추천 → 상급단체 채용'의 경로를 밟는다.
 
이런 경로에 따라서 상급단체 채용간부의 생각도 좀 다를 수 있다. 강조하는 것이 다르고 아직 덜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위에서 말한 요소를 대부분 경험한다. 채용간부들은 몇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정파정치가형이다. 이들은 자기가 속한 정파가 가진 생각에 따라 세상을 설계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 조합원을 선동하고 지도하며 지도자가 되려 한다. 다르게 말하면 권력자가 되려한다. 열정을 가진 장점이 있지만 권력욕망으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는 약점도 있다.
 
둘째, 노조관료형이다. 노조 상급단체를 단순히 일하고 임금 받는 직장으로 생각한다. 노조를 그냥 생계를 위해 다니는 직장으로 여긴다. 때로는 자기 이익만 챙기는 이권형 관료도 있고 무사안일한 관료도 있다. 안정적으로 보이는 장점도 있지만 답답한 모습을 보이는 약점을 드러내곤 한다.
 
셋째는 기여자형이다. 기여자란 욕심 없이 착하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아니다. 조합원이 권리주인으로 성장하도록 서로 일깨우는 도우미이며 안내자다. 음식에 맛을 내는 양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잠시 노조상근자를 하다가 떠나거나 노조상급단체들을 옮기며 활동하는 나그네형도 있다. 현실에서는 단순한 유형으로만 구분할 수 없다. 정파정치가형+노조관료형이 결합하면 무사안일주의가 정파적 판단과 결합해 자기 정파가 아닌 사람이 당선되면 거의 일을 하지 않거나 자기 정파에 유리할 일을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파정치꾼형+기여자형이 결합되면 열심히 활동하고 많은 신뢰를 얻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기정파로 사람들을 조직한다.
 
 
채용간부에 관한 이론은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이다.
 
민주노조운동을 하는 분들 중에 위에서 말한 내용을 보면 불쾌한 분도 있겠다. 20세기 사회주의 혁명론을 여전히 주장하는 간부들도 있다. 이들을 '낡은 동굴에 같혀 있는 사람'으로 말하 싶지 않다. 오래된 이론을 고집하는 것을 관성이라 볼 수 있지만 사회를 바꾸려는 열정이고 지조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다른 생각들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상급단체 채용간부에 대해서 결정된 이론은 없다. 채용상근자들 스스로의 조건, 이것에서 나오는 고민, 활동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자. 상급단체 채용상근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발자취가 가장 정확한 이론이다.
 
상급단체 채용상근자는 노조를 빛나게 할 수도 있고 썩게도 한다. 노조 상급단체 채용간부는 노동권과 모든 시민 인권을 높이고 지키는 기여자다. 더 좋은 사회를 만들려는 소중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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