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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의 '범용화'

18.12.12 19:56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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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어제는 지난 봄 아들의 결혼 이후로 정말 모처럼 '신나는 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계약서에 사인을 한 때문이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지만 작년에 써놓은 글도 꽤 된다.
그 원고를 숱한 출판사에 보냈지만 하나같이 냉갈령스런 반응만을 보였다. 기진맥진하여 한동안 중단했다가 지난 주 초에 10곳의 출판사에 다시 원고를 보냈다. 그중 한 출판사에서 전격적으로 연락이 왔기에 어제 상경한 것이었다.
기분 좋게 출판계약을 한 다음엔 사장님과 출판국장님이 사주신 불고기에 소주도 두 잔을 마셨다. 자타공인의 주당인 터였기에 그 정도의 술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갔다. 그래서 출판사를 나와선 미리 약속을 잡았던 서울의 막역한 형님과 서울역 앞에서 따로 만났다.
"오후 3시라더니 왜 시간을 당긴 거야?" "형님을 어서 뵙고 싶어서 그리 했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역 지하도 11번 출구 앞의 모 식당에서 형님을 만났다. 그리곤 대낮부터 나는 소주 2병을, 형님께선 1병을 비우셨다.
열차에 올라 졸지 않고 어찌어찌 대전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서울은 멀쩡했건만 대전역을 나오니 아까 내렸다는 눈이 수북했다. '옳아, 서설(瑞雪)이다! 이 좋은 날엔 기특한 날 위해서라도 술을 더 먹어줘야 돼...'
단골로 가는 중앙시장 안의 치킨 집에 들어섰다. "전기구이 통닭이랑 소주 한 병 주세유~"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더 드시게유?" "오늘은 맘껏 마셔야 되는 날이라서유."
그예 만취가 되었지만 귀소 본능에 의거해 집까지는 잘 왔다. 하지만 내 방에 들어서기 무섭게 침대에 고꾸라졌다. 오늘 새벽 숙취에서 기인한 지독한 갈증 탓에 눈을 뜨니 양말조차 벗지 않고 귀가한 그대로 아무렇게나 잠이 들었던 나의 모습이 새삼 추악스러웠다.
아내가 잔소리를 했다. "뭐가 그리 좋아서 인사불성이 돼서 온 겨?" "응, 계약조건이 흡족해서 그만..." 나는 경비원이다. 야근이 주근보다 두 배 많아서 만성피로를 덕지덕지 붙이고 근무한다.
이런 악조건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오래 전부터 글을 써 왔다. 그 보람으로 3년 전의 초간(初刊)에 이어 내년엔 재간(再刊)의 책을 낸다. 이러한 결과는 내가 평소 학이불염(學而不厭), 즉 배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며, 배움을 싫증 내지 아니함의 마인드를 지닌 때문이다.
'농지 범용화(汎用化) 사업'은 논의 배수 여건을 개선하여 밭작물과 화훼 등 특용작물까지 재배가 가능토록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본업인 경비원 외에도 책까지 발간하는 나는 그렇다면 '경비원의 범용화'가 아닐까 싶다.
첨부파일
20181211_190634.jpg

태그:#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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