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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코로 가는 길 준비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도쿠가와 막부의 쇼군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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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 12월 7일 에도에 도착한 통신사 일행은 일본측으로부터 닛코산에 있는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당에 참배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사신 일행은 12일 쇼군에게 닛코산으로 갈 것을 통보하고 이에 대비한다. 14일에는 쇼군(관백)에게 국서를 전한다. 이 자리에서 관백은 사신 일행의 닛코산 참배 결정에 대해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큰 잔치를 베푼다.

"닛코산(日光山)에 새로 지은 절을 세 분 사신께서 유람하시면 온 나라의 영광으로 여길 텐데, 허락을 받으니 기쁘고 다행함을 견딜 수 없습니다. 그러나 추위를 무릅쓰고 왕래하실 것이 미안합니다." (황호의 <동사록>)

17일에는 관백이 집정(執政)을 보내 하루 이틀 사이에 닛코로 떠날 것을 부탁한다. 사신 일행은 18일 아침 식사 후 에도를 떠나 닛코로 향한다. 7일에 사신이 에도에 도착했으니 열흘 정도 머문 후 닛코로 떠난 것이다. 그렇지만 1643년 사신단은 7월 8일 에도에 도착한 후 23일에 닛코로 떠났으니 보름 정도 준비한 셈이다.
 
후지산의 겨울
 후지산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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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1655년 사신단은 10월 2일 에도에 도착한 후 8일 관백에게 국서를 전달한다. 그리고 11일에 이르러 닛코산으로의 행차 날짜를 통보받는다. 닛코로 떠나기 하루 전 사신 일행은 치제를 위해 역관 등 관리를 먼저 보낸다. 남용익은 그동안의 심정을 6편의 시로 풀어낸다. 그 중 '돌아가길 바라는 노래(思歸引)'가 인상적이다. 사신일행은 일정에 따라 14일 닛코로 떠난다.

지리는 부상에 가깝고                           地理近於扶桑
계절은 나뭇잎 떨어지는 늦가을이네.    天時晩於落木
외로운 배가 멀리 닿아                          孤舟遠泊
만 리 창파에 연하였고                          連萬里之滄波
첩첩 산봉우리 갈 길을 차단하니           疊嶂橫遮
천 년 쌓인 눈이 그대로 있네.                 亘千年之積雪
밝은 달 보면서 임금 그리고                   莫不看明月而戀主
흰 구름 바라보며 어버이 생각하네.       望白雲而思親

 
중간이 오야마(小山)쯤 되는데

 
도쿄역
 도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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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를 떠난 첫날 사신단은 60리 떨어진 고시가야(越谷)에서 점심을 먹는다. 당시 기록으로는 월개곡(越介谷)이다. 남용익의 <부상록>에 따르면, 월개곡은 무장주(武藏州)다. 인가가 삼사백 호 정도 된다. 여기서부터는 들이 넓고 멀어서 빈 땅이 많고 인가도 번창하지 못하다. 에도의 서로(西路)가 번성했다면, 이곳 북로(北路)는 한가함을 알리고 있다. 저녁에 닿은 곳이 가스카베(粕壁)다. 인가 100여 호 되는 작은 마을로, 촌사(村舍)에 관(館)을 차려 사신을 맞고 있다. 가스카베의 현재 한자식 표기는 춘일부(春日部)다.

둘째날 사신단은 구리하시(栗橋)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에 오야마(小山)에 닿는다. 남용익의 <부상록>에 따르면, 신율교(新栗橋)는 인가가 삼사백 호 되는 큰 마을이다. 점심을 먹은 뒤 신율천(新栗川)에 있는 부교(浮橋)를 건넌다. 여기서 신율천은 현재 도네가와(利根川)를 말한다. 그는 이 하천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구리하시(栗橋) 옛지도
 구리하시(栗橋) 옛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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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이 서북에서 나와 서동으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물이 깊고 급하고 너비가 몇 리나 되었다."

저녁에 도착한 오야마에 대한 설명도 간략하지만 명쾌하다.

"땅은 하총주(下總州)에 속하였는데 인가가 3백~4백 호이다. 관사는 모두 새로 지었다. 수관(守官) 원강수(遠江守) 원이융(源利隆)이 접대하는데, 길을 닦은 것은 서로(西路)에 비하여 더욱 근신하여 진흙이 있는 곳에는 모두 가는 모래를 덮었다. 관광하는 사람이 모두 부복(俯伏)하여 엄숙하고 공경히 하였다."

우츠노미야는 하야주의 중심이다
 
우츠노미야(宇都宮) 옛지도
 우츠노미야(宇都宮) 옛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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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단이 삼일 째 도착한 곳이 우츠노미야다. 아침에 떠나 40리를 걸어 이시바시(石橋)에서 점심을 먹고, 다시 30리를 걸어 저녁에 우츠노미야에 도착 하루를 묵는 게 일반적이다. 남용익의 <부상록>에 따르면, 석교는 인가가 칠팔십 호 있는 작은 마을이다. 우츠노미야는 하야주의 중심도시로 인가가 팔구백 호 되는 제법 큰 도시다. 북으로 더 가면 육오주(陸奧州)가 나온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1643년에 쓴 <계미동사일기(癸未東槎日記)>에는 여염(閭閻)집이 오륙천 호나 된다고 적혀 있다. 아마도 도시 전체 인가를 계산하면 오륙천이고, 숙소 주변 인가만 보면 팔구백이 될 것이다. 그것은 1622년 이에야스의 심복이던 혼다 마사즈미(本多正純)가 15만 5천 석을 내고 우츠노미야 번주가 되어 성을 쌓고 도시를 확충했기 때문이다. 성의 둘레는 14㎞에 달하고 망루가 8개나 되었다고 한다.
 
우츠노미야의 현재 모습
 우츠노미야의 현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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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시로 승격한 우츠노미야는 7천 호에 삼만 오천 명 정도의 인구를 가진 도시였다. 1931년 도부(東武)철도 우츠노미야선이 개통되면서 교통이 좋아졌고, 1938년 새로운 현청사가 지어지면서 도치기현의 정치 경제 중심지가 되었다. 1947년 우츠노미야의 인구는 10만을 넘어섰다. 1972년 인구가 30만을 넘었고, 1982년 동북신칸센(新幹線) 우츠노미야역이 생겨났다. 오야마에서 우츠노미야에 이르는 통신사 길은 현재 동북신칸센(新幹線)과 같은 노선이다.

1980년 우츠노미야의 인구는 40만을 넘었고, 현재는 52만 명쯤 된다. 이처럼 인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도쿄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연과 문화 그리고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츠노미야를 중심으로 한 도치기현은 근교농업이 발달했고,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으며, 철도와 도로로 수도권과 잘 연결된다. 더욱이 닛코를 중심으로 관광업까지 번성해 도치기현 전체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21세기 조선통신사 닛코 걷기는 어떻게?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효종어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효종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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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들이 외교활동의 일환으로 주고받은 문서와 시문, 일기와 서화 등을 말한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한국측 등재목록이 63건 124점이고, 일본측 등재목록이 48건 209점이다. 이를 내용에 따라 분류하면 외교기록, 여정기록, 문화교류기록으로 나누어진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과 일본 양국간 이루어진 평화시대를 증명하는 문화유산이다. 교린이신, 교린이성, 성신교린을 추구한 양국은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를 존중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이끌어갔던 것이다.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양국의 정치와 외교, 역사와 지리, 문화와 예술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현저하고 보편적인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니고 있어 세계기록유산이 되었다.  
 
21세기 조선통신사 도쿄-닛코걷기 코스
 21세기 조선통신사 도쿄-닛코걷기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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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하는 21세기 조선통신사 닛코 걷기(ウオーク) 행사가 10월 8일(월)부터 13일(토)까지 도쿄에서 닛코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명분은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에 등재된 것을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보고한다는 것이다. 도쿄와 닛코 사이에서 진행된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는 6구간으로 나눠 6일간 진행되었다. 10월 8일 오전 8시 도쿄 우에노(上野)역을 출발한 닛코 걷기팀 일행은 165㎞를 걸어 10월 13일 오전 11시 30분 닛코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들이 매일 걸은 구간과 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일: 우에노역-도부 가스카베역(36㎞), 제2일: 도부 가스카베역-JR 고가(古河)역(30㎞), 제3일: JR 고가역-JR 오야마역(30㎞), 제4일: JR 오야마역-도부 우츠노미야역(31㎞), 제5일: 도부 우츠노미야역-이마이치(道の驛日光)(28㎞), 제6일: 이마이치-도쇼쿠(10㎞). 이들은 도쇼쿠에 도착한 후 도쇼쿠 오쿠미야(奧宮)에 참배하고, 린노지 보물전 조선통신사 유물을 살펴본 다음 오후 1시 해산했다.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일정표
 제7차 조선통신사 옛길 걷기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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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 옛길을 따라 걷는 행사는 2019년에도 계획되어 있다. 행사 타이틀은 제7차 21세기 조선통신사 서울-도쿄 우정걷기다. 2019년 4월 1일부터 5월 23일까지 53일간 서울에서 도쿄까지 걸어서 간다. 중간에 부산에서 오사카까지는 배를 타고 간다. 그러므로 4월 1일부터 22일까지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육로로 걸어가는 구간이다. 4월 23일부터 28일까지는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배를 타고 가는 해로구간이다. 4월29일부터 5월 23일까지는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육로로 걸어가는 구간이다.

서울에서 도쿄까지 전 구간 참가자는 40명 정도 된다. 일부 구간 참가자는 제한이 없으며, 참가 희망자는 사단법인 한국체육진흥회에 신청하면 된다. 총 걷는 거리는 1158㎞이며 하루 평균 25~30km를 걷는다. 통과하는 중요도시는 한국의 경우 서울, 안성, 충주, 영천, 경주, 부산이다. 일본의 경우는 쓰시마, 시모노세키, 우시마, 오사카, 교토, 시즈오카, 도쿄다. 통신사 파견 400주년을 기념해서 2007년 처음 시행되었고, 격년으로 한 번씩 시행한다. 그러므로 2019년이 7번째가 된다.

태그:#도쿄-닛코 가도, #구리하시, #우츠노미야, #도쿄-닛코 걷기, #21세기 조선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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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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